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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너저 내린 숭례문!

 


  신문과 티비에서 난리가 아니다. 화재자체에 대한 반성의 글이 나오기 이전에 서로 헐뜯는 기사에 마음이 아프다. 오늘 화재 현장에서 남대문처럼 600년의 시간을 우리 하늘에서 지켰던 "숭례문"이라고 써 있는, 추사도 넋을 읽고 보았다는 그 현판을 떼어낸 소방관의 하소연 기사를 읽는데, 몇 년전 항공기 사고때가 떠오른다.

  숭례문 화재 이후 언론에서 나오는 글들을 보며, 몇년전 항공기 사고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우리의 사회의 슬픈 현실이다.


 

  몇해전 큰 항공사고가 났었다. 대한항공인지 아시아나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사고기에 탑승했던 한 승무원의 이야기다.

  사고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무원은 비상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훈련했던대로 교육 받았던대로 2인 1조로 한 명은 신속히 비상탈출장치(일종의 미끄럼틀이다)를 문 밖으로 던지고, 자신이 그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그녀의 임무는 승객을 효율적으로 구출하기 위해, 항공기 바깥에서 그 미끄럼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는 것이었다. 그동안 다른 한 명의 승객은 사고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이 질서정연하게 차례대로 나올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간혹 비행기를 타다보면 비상구에 있는 좌석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좌석으로 탑승권을 받게 되면, 친절하게도 발권 담당자는 승객에게 이 사항을 주지시켜준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뛰어내려서 그 미끄럼틀을 잡고 있어라... 라는 사전 교육이다.

  그날 주어진 임무대로 수행한 스튜디어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굥규 받은대로 훈련 받은대로 침착하게 미끄럼틀을 던지고, 자신이 먼저 뛰어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사망한 자와 부상한 자가 속출한 비상 착륙 사건이 일어난 며칠 후 언론에서 그 임무를 다했던 스큐어디스를 비난하는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승객보다 먼저 도망간... 이라는 단어는 자신의 직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던 그녀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보상 문제와 사고 원인에 대한 기사가 연일 올라오는 동안 그녀의 자존심과 사명감은 언론의 책임공방 속에서 희생당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그녀 자신이 일종의 항소문을 올렸겠는가 말이다.

 


  어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사고가 일어난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효율적으로.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동안 간과했던 일을 반성하고 고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있어 우리는 어떤 좋지 않은 결과를 만나게 되면, 왜 그랬을까? 에대한 원인 분석을 함에 있어, 나 자신 보다는 남 탓을 하게 된다. 아쉽게도 이것이 바로 니체가 말한 전형적인 약자의 모습이다.


 

  러시아인들과 일하다보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때 절대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안 한다. 이건 그 사람의 인간성이 더러워서가 아니다. 처음엔 그걸 슬라브족의 민족성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건 개인의 성격과는 관계없이 "책임추궁"이 심했던 사회주의의 잔재다. 스탈린때부터 정치적 숙청과 탄압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심이 선한 사람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보다 "나는 모른다." "내 일이 아니다." 는 책임회피식의 말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라 생각하면, 그들이 인간적으로 이해가 된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러시아인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사회구조를 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한때는 세계를 이끌었던 양대 산맥이 맥없이 무너져내린 이유는 여러가지로 분석된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자본주의의 우수성인데, 내 생각으로는 러시아가 사회주의 노선을 선택해서가 아니라, 그 사회가 병들었기때문에 연합해체라는 순서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보는 우리 한국 사회도 많이 병약하다. 그래서, 더욱 걱정스럽다. 이러한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닐지...

 

  숭례문이 불에 탔다. 그래서, 어쩔건데? 누가 잘못했느니, 나는 잘못이 없느니를 따지면, 불에 탄 숭례문이 살아날까?


 

  오늘 기사에 난 소방관의 항변에는 숭례문 화재 진압의 특수사항이 잘 설명되어 있다. 난 거기에서 그 소방관의 책임회피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나 튼튼하게 기와가 붙어 있는지, 톱을 아무리 갖다대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긴 600년의 세월동안 온갖 비바람을 견디어 낸 지붕이다. 햄머로 내리치면, 오히려 불꽃이 나서 지붕을 잘라내는 작업에 시간이 엄청 소요되었다라고 한다. 그때 현판이 보였고, 부랴부랴 현판이라도 먼저 걷어내야겠다고 판단해서 두 명의 소방관이 추사도 넋을 잃고 보았다는 현판을 떼어내기 시작했다고.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 중앙 대문답게 그 현판은 일반 절에 있는 현판과는 달리 무척 무거웠는가보다. 한명은 핀을 뽑고, 다른 한명은 잡고 있었는데, 고정된 핀을 제거하기가 무섭게 현판이 지상으로 고꾸라 떨어졌다고. 그때 그 두 소방관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대문을 불타고 있고, 현판은 지상으로 곤두박질 쳤고으니!!!  현판은 정중앙에 금이 갔고, 모서리가 깨졌다.


 

  남대문이 불탔다. 없어졌다. 다행히 현판은 건졌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진심과 또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의 진심을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


 

  정말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뇌물을 받았다거나,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면, 국민들로부터 쓴소리 들어야 하고, 또 책임 질 일이 있다면 책임져야한다. 솔직해져야 한다. 내가 숭례문과 관련해서 스스로 생각해봐서 잘못한 점이 있다면, 시인하고 이것을 고쳐야 한다.


 

  직접 관련있는 사람들만 잘못이 있을까?

  평소에 늘 우리 문화재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사건사고 났을때만 한마디 하는, 불구경한 국민에겐... 진정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

 


  누구나 다 잘못했다는 패배의식으로 가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내가 아쉬운 건 삶의 진정성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해서 스스로 반성하기 이전에, 남에게로 손가락을 돌리는 그 태도가 아쉽다. 사건을 일으킨 방화범에게도 그가 왜 그 일을 이렇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고, 그것을 다같이 해결할 자세로 접근해야지, 그저 그 사람이 잘못했다라고만 끝내는 것은 600년 세월이 한 순간에 사라진 허무함의 댓가로 보기엔 그 희생이 너무 크지 않은가???

 


  불은 이미 났고, 숭례문은 이미 재가 되었다.

  우리 모두가 건강한 정신으로 다시 태어날때 사라진 숭례문은 진정한 역할을 다 한, 진정한 의미를 가지는 대한민국의 남대문으로 기억될 것이다.

 


  몇년 전 항공기 사고에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는 미성숙한 모습에 마음 아팠는데, 이번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조차도 손가락질을 하고 책임을 넘기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난 여전히 희망을 노래하련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디... 우리 국민들이 숭례문 화재가 주는 진짜 교훈을 받게 되길...

  건설적 비판을 자유롭게 토로하고, 받아들이는 건강한 한국 사회에 사는 행운을 살아있는 동안에 누리고 싶은 소망이 거창한 일이 아니면 좋겠다.


(2008.2.14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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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02.15 04:37
    그리모, 보물 1호.
    "1호"라는 말에서 우리가 좀 더 감정적으로 된 것입니다. 남대문이 제일 소중한 첫번째 문화적 가치를 가지는게 아닙니다. 일제시대때 우리나라 국보를 처음 번호를 매겼는데, 그때 우연히 1번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주요 목조건물 보호품을 124개 지정했을때 들어갔지만, 그것이 1번은 아니였던 것입니다.
    남대문이 사라진 것은 정말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최고 가치를 가지는 것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러니, 마음 아프지만,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그렇게 슬퍼만 할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그래서, 어떻게 살것인지!! 입니다. ^^*
  • ?
    윤보미 2008.02.15 04:37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 때. 그 상황을 대하는 자세, 그 상황에 대한 생각...
    언니의 글을 읽으면서 숭례문 화재사건에 대해 여기저기서 들은 목소리와 제가 냈던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그 목소리들 중에 언니의 글처럼 건설적인 생각이 몇이나 있었나 되짚어보게 되네요..
  • ?
    전지숙 2008.02.15 04:37
    언제나 이런 사고를 격고나면 서로 미루기 바쁜모습들.
    다리가 무너지고,,백화점이 무너져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야만 아차싶다가 다시 잊어버리고,
    신문이나 뉴스를 보고 앉아있노라면 그냥 웃음만 나더군요.
    "이제는 보물 1호라도 잘 지켜내야 할텐데.." 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그 글귀를 보면서 또 다시 웃음이 나는건 결국 또 지금 잠깐 이슈가 되고 말아버릴꺼라고. 미리 결론낼수밖에 없는 많은 예를 보았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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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02.15 04:37
    다행히도 오늘 신문 기사엔 "지못미" 라는 글이 있네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해외 문화재에는 익숙하면서, 정작 우리 것에대해서는 그동안 무심했던
    해외 문화 안내책은 보면서, 우리 문화 안내책은 홀대받았던 건 아니였는지...
    이런 모든 미안한 마음이 앞으론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승화되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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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숙 2008.02.15 04:37
    2년전인가?
    문화재를 수록한 책을 한권산적이 있었네요.
    사진이 잘 나와있고 사실 글씨는 몇자없어 사왔는데..책장에 글대로 방치..
    저도 어쩌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사람인가봅니다..
    이렇게 되고나니 이제서야 그 책에 손이 가네요..반성중...
  • ?
    김수연 2008.02.15 04:37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서야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 저 같은 사람이나 언론이나 모두 다 책임이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자신을 돌아보면 모양만 한국인이지 속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 문화,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 서로 수습을 위한 힘을 모아 나가면 될 것을,
    누구는 빨리 고치라고, 그래서 빨리 고친다고 하니,
    또 누구는 그러면 졸속이 된다고 서로 또 싸우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그런 말들을 하는 사람중에 과연 문화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숭례문이 조선 전기 건축물중에서 고려시대양식을 계승한 것인지,
    조선의 독창적 양식인지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습니까.

    일반인들은 역사와 유물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재건 분야는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러면 전문가를 못 믿으니까 이런 말을 한다는 분들이 있는데,
    전문가를 못 믿을만큼 뛰어난 분이면 직접 나서시면 됩니다.
    하지만 직접 하라면 정작 하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분풀이를 할 대상만 찾고 있습니다.
    글쓰신 분 말씀대로 사회가 좀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
    송윤호 2008.02.15 04:37
    짝짝짝!!! 동감을 하고 또 공감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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