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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를 흔들자 현대물리학이... 장회익 교수, 철학과 과학은 동반 관계다 2008년 11월 24일(월)




석학 인문강좌 2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칸트철학과 현대물리학’이란 제하의 첫 번째 강의를 통해 “잠자고 있던 칸트를 흔들어 깨웠더니 새 이론이 하나씩 튀어나오고, 마침내 현대물리학이 되어 나왔다”며 칸트철학과 과학이 밀접한 동반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인간 정신활동 중에서 가장 필수적인 ‘앎’의 과정에 대해 최근 알려진 학습이론을 인용, 쉽게 설명했다. 인간이 안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아서 알고, 남에게 들어서 알고, 책을 읽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







▲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우리 머릿속에는 설혹 불완전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완전한 것으로 여기는 (이 세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여기는) 내용들, 즉 ‘앎의 틀’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이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형성된 이러한 틀은 실제로 인간이 생각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인간 지적과정을 생각할 때 기존의 ‘앎의 틀’과 ‘앎의 체계’ 즉 오감을 통해 새로 공급되는 내용(정보)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물리학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앎의 틀’을 바탕으로 해 물질세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담아내는 ‘앎의 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 토마스 쿤은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를 통해 이러한 ‘앎의 틀’의 변화, 즉 ‘패러다임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출현 계기

고전물리학, 고전역학이 물질세계에 대해 일부는 설명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것을 모두 다 설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앎의 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며, ‘앎의 틀’, 즉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명확한 설명은 불가능하며, 결과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출현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같은 오늘날의 과학 상황에서 독일의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1724~1804)의 철학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혜안들이 번쩍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나타난 그의 인식론은 전통적 의미의 형이상학이라기보다는 과학에 대한 메타이론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며, 실제로 칸트는 뛰어난 과학자였다고 주장했다.

칸트철학의 중요한 특징은 지성(understanding)과 감성(sensibility)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과학으로 설명하면 지성은 ‘앎의 틀’, 감성은 ‘앎의 체계’에 해당한다.

즉 감성이란 외부 정보를 감지해 인식 주체와 외부 상황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지성(오성)은 받아들인 정보를 활용, 의미 있는 사고를 수행하는 기능을 말하는데, 칸트가 약 200년 전에 이미 ‘앎의 틀’에 대해 이야기했는지, 또 지성과 감성의 구분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주목해온 학자들이 거의 없다며 아쉬움을 표명했다.

칸트는 감성을 직관으로, 지성을 개념으로 발전시켜나가고, 또한 ‘개념들을 감성화하는 일', ’직관들을 지성화하는 일‘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양자역학에 있어서도 똑같이 ‘직관의 지성화 과정’과 ‘개념의 감성화 과정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

장 교수는 양자역학에 있어 ‘대상의 초기 물량’을 측정하는 과정을 감성의 영역으로, 대상의 초기물량을 측정한 후 동역학적인 개념, 즉 ‘대상의 초기 상태’로 환원하는 과정이 칸트가 언급하고 있는 ‘직관의 지성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상의 초기 상태’가 상태변화(운동)를 거쳐 ‘대상의 말기 상태’로 전환된 후 개념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감성의 영역, 즉 ‘대상의 말기 물리량’으로 되돌리는 과정이 칸트가 언급하고 있는 ‘개념의 감성화’ 과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 서울대 장회익 명예교수 
한편 시공간 이론과 관련, 장 교수는 칸트의 이론이 오늘날 명백한 오류임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이해되고 있는 물리적 공간은 칸트와 달리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시간 개념 역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크게 수정돼 칸트의 형이상학적 논변은 그 타당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칸트 입장에서 보면 18세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으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오류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공간이론 중에서 번뜩이는 그의 혜안을 찾아 활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칸트는 시공간에 대해 인간이 현실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상일 뿐인데, 이 현상은 질료와 형식을 통해 인간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아인슈타인도 순수이성비판 읽어

장 교수는 이 같은 칸트의 언급은 질료와 형식이라는 현상이 시공간 안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간이 이해하는 세계가 공간과 시간 안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간에 대해 ‘초월적 관념성’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경험적 실재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

장 교수는 아인슈타인이 젊은 나이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었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칸트가 비록 시공간을 고정된 것으로 보았지만, 누가 이것을 수정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면 상대성이론과 같은 커다란 지적 성과를 더 일찍이 이루어내지 않았겠냐며 과학자들이 칸트철학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장 교수는 칸트와 현대물리학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칸트가 선험적이라고 보았던 내용들이 결국은 가변적이었다는 점으로 나타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리학에서 가장 큰 진전은 바로 이러한 ‘의미 기반’의 수정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며 이는 역설적으로 칸트 이론의 생산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8.11.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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