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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몽생미셸>에서의 하룻밤

by 이정원 posted Dec 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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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


예전에는 길이 없어서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오가야 했지만
지금은 육지에서 뻗어나온 도로를 따라 어느 때든 몽생미셸에 갈 수 있다.
그 길은 바다도 초원도 갯벌도 아닌 땅을 가로질러 몽생미셸까지 이어진다.
그 도로가 가로지르는 땅은 바다인 듯 보이지만 물이 빠지면 목초지가 드러나고
양들이 나와 풀을 뜯으며 노니는 이상야릇한 땅이다.
몽생미셸 근처의 소금기 있는 풀을 뜯어 먹고 자란 양고기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서 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속도가 시속 10 km 정도라던데
사람 걷는 속도보다 빠르다보니 시간을 맞추지 못해 바다에 빠지는 노인들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2004년 6월 말.


이미 어둑해진 시간에 차를 몰고 몽생미셸에 가야했다.
다른 지역보다 숙박료가 비쌌지만 굳이 몽생미셸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한 것이다.
육지의 마지막 마을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벗어나자 저 멀리 몽생미셸이 보이기 시작한다.
야간조명을 받으면서 바다에 떠 있는 섬 아닌 섬, 육지 아닌 육지.
가는 길에 몇 번이나 차에서 내려 한참을 보고 서 있다가 다시 출발하곤 했다.

 


몽생미셸 마을에는 길이 하나 뿐이다.
몽생미셸의 입구인 성문을 들어서면 양 갈래로 길이 나뉘는데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이 수도원 건물이 있는 꼭대기까지 이어지고
수도원을 지나 길을 내려오면 성문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식당에서 먹은 스테이크와 와인 맛도 일품이었고,
늦은 저녁을 먹고 올라간 텅 빈 수도원 건물에서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관광객들도 저녁 시간에는 숙소에서 쉬거나 식당에서 와인을 즐기고 있는지,
수도원 근처로 올라가자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바다와 육지의 희미한 경계에 서 있는 마을, 몽생미셸.

 


다음 날 아침, 수도원에 다시 올라갔다.
수도원 개장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모두 몽생미셸의 비싸고 좁은 방에서 하룻밤을 지낸 사람들, 왠지모를 친밀감마저 느껴진다.
지난 밤에 수도원 꼭대기에서 밖을 내다봤을 때는 바다인지 땅인이 모를 어둠만 깔려 있었는데
아침에 다시 보니 지난 밤에 어두운 바다였던 곳이 어느 새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물이 빠지는 시간을 기다려 관광객을 꽉꽉 채운 대형 버스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그들은 물이  빠질 때 들어와서, 물이 차기 전에 나가야 한다.
낮에 잠깐 들렀다 가는 사람은 아마도 내가 지난 밤에 맛보았던 묘한 느낌을 알지 못한 채 돌아갈 것이다.
몽생미셸은 좁고 어두운 골목을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에 치이는 곳이라는 느낌만 가져갈 지도 모른다.

 

 


오전 햇살을 받으며 노랗게 빛나는 몽생미셸을 뒤로 하고 육지로 향하는 길을 따라 나오면서,
이렇게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면 언젠가는 몽생미셸이 터져버리고 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7-12-08 17:50:18 회원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