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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후기 1등 ~~

by 장종훈 posted Dec 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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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밥먹고 햇살이 좋아서 좀 배회하다가..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니 시간이 늦었더군요. 버스는 버스대로 안오고.. 택시를 탔는데 지갑을 싹 털었습니다. ㅠㅁㅠ 자전거를 타고 또 산을 넘어볼까..했던 게 얼마나 무모한 생각이었는지 느꼈죠. -ㅁ-;

 



 처음 모임 사진을 봤을 땐 온지당 벽쪽에 있는 서재가 다 과학책이나 백북스 책인 줄 알았습니다. 오늘보니 조선왕조실록과 중국역사기록의 탁본이더군요. ㄷㄷ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도, 그런 곳에서 모임을 하려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

 


 .. 그리고 제가 허리가 좀 불편해서 서 있는 게 좋아서 서서 들은겁니다. 발표자분들은 부디 오해하지 마시구요. (지루하거나 졸려서 서있었던게 아닙니다. -_-; )

 



 뇌과학은 기본적으로 외워야 할 이름도 개념도 많은지라 게으른 저로서는 '제껴둔' 학문이었습니다만.. 최근 트렌드때문에 뒤늦게 필요에 의해서 손을 대고 있는데 오늘 강연이 초보의 첫 발딛음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의듣기 전에 예습하면 좀 알아듣기 쉬운 것처럼요. 이번 달 도서구입할 돈이 넉넉치 않았던지라.. 카트에 담아둔 24권 중에 3권을 골라야 했는데, 『뇌, 생각의 출현』과 『이보디보』를 넣었습니다. 오늘 발표자분들 덕분에 한달 걸려 읽을 책을 일주일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하하~

 



 발표가 끝나고 발표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질문을 주고 받을 시간을 좀 기대했었는데 시간이 짧았던 게 좀 아쉽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넓은'공간에 모이더라도 사실 직접 대화를 나누고 참여할 수 있는 그룹은 4-5명 정도니까요. 의도적으로 사람들끼리 섞는다고 하더라도 꽤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오늘 이야기를 나눈 몇 분은 오늘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발표자분들이 들으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좋은 책을 읽고 다 이해하는 분들은 소수입니다. 게다가, 그 책을 '쉽게' 가공해서 요약하고 설명하는 발표도 또한 그렇습니다. 그 좋은 책을 맛보고자.. 그 저자들의 아이디어의 발끝이라도 좇아보고자 해서 오는 사람들이 저같은 사람인데, 듣다보면 '아아.. 역시 저런 분들은 안드로메다성인...'하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지요. OTL 일상언어로 재밌게 '오. 나도 다 이해한 거 같은데?' 느낌이 들도록 얘기해주실 수도 있겠지만요. 여기서 그런 분들이 포기하지 않게 도와줄 필요가 생깁니다.

 



 마치고 신입회원분들 소개하실 때 저는 조금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 모르던 세계를 알고 싶다..는 목적에서 모인 사람들인데, 왜 좌절감을 느껴야하는가.라는 거였는데요. 왜 아무도 그 분들을 격려하지 않으셨나요? 그 싸-한 분위기가 저는 싫었습니다. 제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말할 걸 그랬습니다.

 



 " 걱정마세요. 여기 회원분들이 다 도와주실겁니다. "

 


 처음 와서 둘러보면서 뭔가 빠진 게 있다 싶었는데.. 흔히 있는 스터디 그룹에 늘 있는 질문과 답변 게시판이 안보인다는 거 같습니다.



 

 제가 학부 때.. 수업끝나고 질문해도 이해가 안되면 교수님 방에 찾아가서 한두시간씩 종종 괴롭히곤 했었는데요. 제가 못알아듣고 계속 질문하는게 귀찮지 않으시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 대답이 지금도 제 마음 속에 있는데요.



 

 "질문은 학생의 특권이다. 졸업하고 학위를 얻고나면 '알아야 하는 것'때문에 질문할 권리가 많이 사라진다. 학생 때 질문할 수 있는 권리를 맘껏 누려라. 학자는 그런 것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

 


 박문호 박사님이나 박성일 원장님처럼 학문적 권위, 사회적 지위와 더불어 열정까지 겸비하신 분들의 뒤를 좇는건 사실 쉽지 않습니다. 노력하는 천재는 완전 안드로메다죠.. -_- 좌절할 거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니까요.



 

 "아아 여기 오시는 분들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힘드네요"



 

힘들어 하지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자기가 모르는 세상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거니까요. 그것이 출발점이기도 하고, 거기서부터 달리느냐 걷느냐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스트레스 받으실거면 안하시는게 더 낫죠 ^^;



 

 나름대로 학교에서 오래 썩으면서 이것저것 배운 것도 많습니다만.. 이것이 한 편으로는 짐이기도 합니다.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답해줘야 하는 것도 학자의 의무이기 때문이죠. (전 학자 아니고 싶습니다. 천성이 게으르거든요. -_-) 솔직히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고, 지식의 공유라는 것도 집단을 유지하려는 경향에서 나오는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때문에 가능한거지만.. 대부분은 안그러잖습니까. 그래도 좀 에너지가 덜 들고 재미도 있는 것이, 어떤 것을 쉽게 설명해주는거라고 봅니다. (스토리를 만들면 나도 정리가 되고 재미도 좀 있거든요. 남들이 재밌어하면 나도 좀 뿌듯하고 ^-^) 학자들이 연구하고, 저자들이 그것을 모아서 책을 쓰고, 저같은 사람들은 홍보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사람마다 하는 일이 다 있는거죠.



 

 책을 쓰실 정도로 지식의 욕구가 있으신 분들은 사막에 떨궈놔도 뭔가 하실 분들입니다. (오아시스라도 찾으시겠죠 -_-;; ) 우리는 힘을 합쳐야죵..서로서로 격려하는거. encourage라고 하나요?

 



 "괜찮아요. 나도 모르는데요 뭐. 저도 못알아들어요" 가 아니라


"저도 모르니까 같이 알아봐요. 궁금한 거 풀어주실 분들이 많이 있으니깐."이 맞다고 봅니당.



 

신입회원분들-  어렵다고 할 때, 손도 좀 내밀어주고 합시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수준맞춰서 얘기하는게 더 쉬울 때가 많아요. -_-



 

좀 더 많은 분들과 얘기 나누고.. 고원용님이나 박성일 원장님 같은 분들께도 말씀을 듣고 싶었는데 좀 아쉬웠습니다. ㅠㅠ




 

@ 저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자꾸 캐물으려고 하시는데... 저 그냥 학교에서 푹-- 썩고 있는 일개 학생입니다.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깊이 측정하지 말아주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