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제 풀기가 취미인 육형빈 회원님. ㅋㅋ
어떤(=아무) 자연수를 '선택'하는 사건은 100% 일어날 사건이죠.
내가 자연수를 하나 선택할 때 '그것이 미리 정한 수와 같을 확률'은 0 (일상용어로 바꾸면, 거의 0).
내가 다음의 숫자를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같은 수를 선택할 확률은?
1249867508572896767834650436751085131734659138746575628700023645287502000020387485264508734650875264508671243500038450293750230757203952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자연수의 영역은 참으로 좁습니다.
'자연수를 하나 골라라' 할 때처럼 일상적으로는 대개 1부터 100까지를 떠올릴 수 있고,
가끔 돈계산할 때 수천만에서 수억 정도까지 떠올릴 수 있고, (1조라는 돈도 감이 잘 안 오죠)
가끔 특이한 직업을 가진 분들은 그 이상의 숫자를 떠올리기도 하지요.
이것은 전자기파의 스펙트럼 중 가시광선 영역만 보는 것과 같고,
137억년 우주의 역사 중 수천년의 역사만 돌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은 지구라는 땅 위에서 진화한 동물이기에.
타임머신을 타고 '00년 전 오늘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입력하면 그 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합시다.
두 사람이 타임머신을 탔을 때 과거의 같은 날 만나게 될 확률은 어떻게 될까요.
위의 문제와 같은 확률 문제입니다. 수학적으로는 0 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충 5천년 이내의 과거만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두 사람은 대충 5천분의 1 확률로 같은 날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컴퓨터가 무작위로 자연수를 하나 골라 년도를 입력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주가 생기기도 전으로 돌아갈 확률이 '거의 100%' 입니다.
말씀대로 자연수를 선택하는 사건은 100% 일어날 사건이죠.
먼저, 패러독스의 논리를 자연수집합이 아닌 {1,2,3}이라는 집합에 적용하면, 이 중에서 수를 선택하는 사건은 100% 일어납니다. 이 때 1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1/3의 확률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같은 논리를 {1,2,3}이 아닌 자연수집합으로 바꾸고, 자연수집합에서 1을 선택했다고 할 때,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0입니다. 확률이 0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을까?라는 의문이 생기는거죠.
유한집합에서 성립하는 논리가 무한집합에서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패러독스라고 느끼는 거죠. 물론, 말씀하신대로 인간이 떠올릴 수 있는 자연수의 영역이 좁기 때문에, 자연수에서 1을 뽑는 게 아니고, 떠올릴 수 있는 수에서 1을 뽑는다고 생각하여 확률이 0이 아니라고 하면 됩니다.
다만, 이 때 고려해야할 부분은 자연수를 선택하는 사건이 100%인 이유가
{자연수의 개수}/{자연수의 개수} = 1 이기 때문이 아니고,
{떠올릴 수 있는 자연수의 개수}/{떠올릴 수 있는 자연수의 개수} = 1 이라고 해야 좀 더 자연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유한집합 {1,2,3}의 경우 각각의 수를 뽑을 확률을 모두 더하면 1이 되고, 이 논리를 패러독스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하기위해서죠...
'떠올릴 수 있는 자연수의 개수'라는 개념이 좀 모호한 게 문제긴하죠...;;
그리고, 컴퓨터에게 자연수 중 하나 고르라고 하면, 그 전에 사람에게 질문할 지도 모릅니다. '제가 아는 자연수 중에서 고를 까요? 아니면, 모든 자연수를 동등하게 보고 그 중에 고를까요?'
전자의 경우, 마치 사람이 자연수를 선택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후자의 경우, 컴퓨터는 자연수를 선택하지 못하고 계속 계산만 할 겁니다. "왜 대답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자연수집합을 만드는 중...'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확률이라는 것은 모든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동등한 상황에서 특정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보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연수 전체를 다 만들어야 그 중에서 동등하게 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컴퓨터가 자연수집합의 정의는 알지만, 구체적으로 모두 만들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자연수를 뽑을 수도 없습니다. 이 경우가 바로 [자연수를 선택할 확률이 0이므로 선택할 수 없다]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두번째 댓글에서 전자기파의 스펙트럼이나, 우주의 역사, 인간이 지구에서 진화했다는 예를 통해 인식의 한계를 언급하신 건 (사실 여부를 떠나서) 멋진 비유십니다. 다른 비유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어떤 주머니에 똑같은 모양의 공이 여러개 들어있고, 공 각각에 자연수가 써있습니다. 이 때 [주머니에서 공 뽑기]와 [수를 선택하기]를 유사하다고 봤고, [공을 뽑는 팔의 길이]와 [수를 선택하는 뇌의 기능(?)]을 유사하다고 봤죠.
주머니의 크기, 공의 개수가 팔 길이와 비교해서 적당하면, 모든 공이 선택될 가능성이 동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유한집합에서 수를 선택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머니의 크기, 공의 개수가 한 없이 커지면, 팔의 길이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공 마다 선택될 가능성이 달라지는 거죠. 하지만, 팔의 길이가 닿는 범위에 있는 공은 뽑을 수 있겠죠. → 무한집합에서 수를 선택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팔은 더 늘어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이 비유가 정확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차피 선택도 유한 시간 내에 끝나기 때문에 무한의 관점에서보면 늘어나지 않는 팔과 별 차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관점을 달리하자면 이것을 확률 문제라기보다 무한대의 개념에 관한 문제로 봐야겠군요.
0 나누기 무한대와 137억 나누기 무한대가 왜 같을까.
무한대는 '수'가 아니고 '한없이 커져가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칙연산이 적용되지 않죠.
그러므로 0 / 무한대 = 0 이라고 쓴다고 해서 좌변의 0 과 우변의 0 이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좌측은 0 은 수로서의 0 이고, 우변의 0 은 '한없이 0에 접근하는 상태'로서의 0 입니다.
통용되는 무한소 기호가 따로 없는 것이 아쉽군요.^^
'1 / 무한대'라는 건 수학적으로 lim(n→∞)(1/n)을 의미하는 거죠. 이 기호는 'n이 한없이 커질 때 1/n 이 어떤 값에 가까워지고 있는가?' 에서 그 '어떤 값'을 의미합니다.
lim(n→∞)(1/n) = 0
lim(n→∞)(1/n) ≠ 0에 가까워지는 상태
다른 혼동하기 쉬운 예로
0.9999999999999999...... = 1
0.9999999999999999...... ≠ 1에 가까워지는 상태
사실, 이런 정의는 엄밀하지 않아서,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엄밀한 방법으로 lim를 정의합니다.
< http://en.wikipedia.org/wiki/Limit_(calculus) > 에서 Limit of a sequence 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보면 lim(n→∞)x_n = L 가 나오는데 이 식의 의미를 '극한의 엄밀한 정의'로 쓰면,
[임의의 실수 ε에 대응하는 자연수 n_0 가 존재해서] 모든 n>n_0 에대해
|x_n - L| < ε 이 성립한다.
L은 이 명제를 만족하는 '값'으로 정의됩니다.
x_n = 1/n 이라고 하면, 이 정의를 이용해서 n→∞일 때, 1/n 의 극한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으로는 0이고,
극한의 엄밀한 정의를 이용하면,
[임의의 양의 실수 ε에 대응하는 자연수 [1/ε]+1 가 존재해서] 모든 n>[1/ε]+1에대해 |1/n - 0| < ε 이 성립합니다.
(n_0 에 [1/ε]+1 , L 에 0 을 대입한 것입니다.)
어떤(=아무) 자연수를 '선택'하는 사건은 100% 일어날 사건이죠.
내가 자연수를 하나 선택할 때 '그것이 미리 정한 수와 같을 확률'은 0 (일상용어로 바꾸면, 거의 0).
내가 다음의 숫자를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같은 수를 선택할 확률은?
1249867508572896767834650436751085131734659138746575628700023645287502000020387485264508734650875264508671243500038450293750230757203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