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428 추천 수 0 댓글 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기적 유전자"가 자연의 유일한 진리는 아닙니다. 언젠가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타성을 "이기적 유전자"만큼 잘 설명할 책을 누가 쓸 것을 기대합니다. 고원용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새로운 방법: 이타주의
KISTI 미리안『글로벌동향브리핑』 2010-09-08









지금까지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원리로
설명되어 왔다: "세균이 항생제의 공격을 받으면, 대부분의 세균들은 목숨을 잃고 그중의 극소수(항생제를 견뎌내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킨 세균)만이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세균과 그 자손은 경쟁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신속히 증식하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새로운 세균집단이 형성된다." 



그러나 미국 보스턴 대학과 하버드 위스연구소(Wyss Institute for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의 연구진은 Nature 9월 2일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에 의하면, 고도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항생제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세균(a small
minority of highly resistant mutants)이 이웃과 동료들의 시체를 딛고 일어나 삶의 터전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여 세균집단 전체의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우리는 세균 사회에서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을 발견했다. 이 공간에서는 연약한 세균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 심지어 더욱 번성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보스턴 대학의 제임스 콜린스 박사(James Collins, 생명의학공학 교수)는 말했다. 



연구진은 노르플록사신(norfloxacin)과 E. coli를 갖고서 세균의 항생제 내성 획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노르플록사신은 DNA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을 저해함으로써, 세균의 세포분열과 증식을 막는 항생제이다.) 그들은 유전적으로
동질적인 E. coli의 배지에 노르플록사신을 첨가한 다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E.coli 집단이 노르플록사신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관찰하였다. 연구진이 노르플록사신의 용량을 非치명적 수준으로 유지하자, 세균집단은 처음에는 증식률이 주춤했지만
며칠 이내에 전반적인 증식률이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보다 강력한 항생제 내성을 지니게 되었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노르플록사신의 농도를 증가시켰다. 그러자 세균집단의 전반적인 증식율은 잠시 주춤해졌다가 며칠 이내에 다시 정상적인 증식률을
회복하였고 항생제 내성은 보다 강력해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식의 실험을 열흘 동안 계속한 결과, 고농도의 노르플록사신(처음
농도의 5배)에도 끄떡하지 않는 슈퍼세균 집단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슈퍼세균 집단에서 몇 마리씩의 세균을 추출하여 별도로 배양하면서, 항생제 내성과 증식력을 측정해 보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세균들의 항생제 내성은 강하지 않으며, 그들의 개별적인 증식력도 세균집단 전체의 증식력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플록사신과 함께 배양할 때 세균집단의 증식력을 능가하는 세균은 극소수에 불과했는데, 이는 항생제 내성을 보유한
세균집단이 「동일한 내성과 증식력」을 보유한 동질적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내성과 증식력」을 지닌 세균으로 이루어진 `이질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경악했다. "다양한 수준의 항생제 내성을 지닌 세균들이 공존하면서, 집단 전체로는 강력한 항생제 내성을 지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연구진은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항생제 내성이 등장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추적해 보았다. 그
결과 항생제의 농도를 높일 때마다 예상했던 대로 몇 마리의 E. coli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살아남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그러나
생존한 E. coli(슈퍼 E. coli)는 독자적으로 증식하여 집단을 장악하는 세력으로 부상하는 대신,
인돌(indole)이라는 분자를 분비하여 다른 세균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인돌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왕성한 세균들이
평소에 생성하는 신호전달 분자이지만, 항생제와 같은 스트레스 요인이 존재할 경우에는 생성이 중단된다.) 



슈퍼 E. coli가 생성한 인돌은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주변의 세균들을 향하여 신속하게 확산되었다. 한편 스트레스(항생제의
공격)에 직면하여 인돌의 생성을 중단하고 있었던 다른 E. coli들은 슈퍼 E. coli가 생성한 인돌을 받아들였고, 인돌은
세균들의 배출펌프(efflux pumps)를 작동시켜 세균의 세포벽으로 침투한 항생제를 세포 밖으로 배출시키기 시작했다(첨부그림
참조). 뿐만 아니라 인돌은 세균의 산화스트레스 방어 메커니즘까지도 활성화시켜, 항생제의 폐해로부터 동료들을 구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극소수의 슈퍼 E. coli가 생성한 인돌은 자신의 생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에너지를 소모시켜 자신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슈퍼 E. coli는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이타심(altruism)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연구진은 겐타마이신(gentamicin)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는데, 이는 이타주의에 의한 내성획득 메커니즘이 특정 항생제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혈연도태(kin selection: 자연도태에 반하는 도태양식으로 자기희생으로 다른 개체에 봉사하는 이타적인 행동,
GTB2010080928)의 개념이 세균의 항생제 내성을 획득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인 연구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세균의
이러한 이타적 행동이 세균집단 전체에는 어떠한 이익이 될까? 이에 대해 MIT에서 생물학과 물리학을 연구하는 현욱(Hyun
Youk)과 알렉산더 반 오데나덴(Alexander van Oudenaarden)은 Nature의 뉴스와 견해(News
& Views)에 기고한 글에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일부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나눠 주면,
적자생존에 의해 무능한 구성원이 도태되고 새로운 능력자가 집단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할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방식은 나약한 구성원을 도태시키지 않고 집단 수준의 유전적 다양성(population-level genetic
diversity)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종족의 생존과 번영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구성원 중에서도, 나중에 집단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논평했다. 



이번 연구는 항생제 내성 세균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는 세균집단의 전체적
내성 수준이 개별 세균에게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세균의 항생제 내성은 매우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하나의 세균집단
안에도 내성이 강한 세균(하위집단)이 있는가 하면 내성이 약한 세균도 있으며, 이러한 하위집단들은 부단히 상호작용을 한다.
따라서 개별적으로는 아무런 내성을 지니지 않은 세균일지라도, 집단의 일원으로 편입되면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강력한 내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콜린스 박사는 말했다. 나아가 이번 연구는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전략(용량, 투여기간 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원본논문: "Bacterial charity work leads to population-wide resistance",
Nature, 2010; 467 (7311): 82 DOI: 10.1038/nature09354. 



【첨부그림 설명】세균집단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메커니즘 

a. 항생제의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 야생형의 세균이 인돌을 생성하고 있다. 

b. 항생제가 투여되면 야생형 세균은 스트레스를 받아 인돌의 생성을 중단하고 결국 사망한다. 

c. 약물내성 세균이 출현하면, 이 세균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인돌을 생성할 수 있다. 내성세균이 생성한 인돌은 다른(항생제에
취약한) 세균들에게 흡수된다. 다른 세균들에게 흡수된 인돌은 다양한 내성메커니즘을 유도함으로써 집단 전체의 생존능력을
강화시킨다.


















 altruism.JPG
출처 : http://news.sciencemag.org/sciencenow/2010/09/scienceshot-altruistic-bacteria.html




  • ?
    송숙 2010.09.09 20:50
    세균만도 못한 인간이 되면 안되겠네요.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 ?
    정인성 2010.09.09 20:50
    항생제 개발속도 보다 내성획득 속도가 훨신 빠릅니다.
    세균감염은 주위에서 우리를 위협합니다.
    최근에 유명인들이 폐렴으로 운명을 달리했었지요.
    모든 항생제에 듣지않는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사람들이 희생되고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일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영화 '우주전쟁"에서 파괴적인 우주인을 물리친것이 미생물이었다는 결말은
    미생물의 위력을 잘 묘사한 장면이라고 봅니다.
    감염을 전공하는 의사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때 정복된듯이 보였던 미생물들의 반란 앞에 인류는 직면해 있습니다. 조만간 다양한 형태의 공격들이 있을것이고 이미 시작되었다고도 이야기 합니다.
    신종플루보다 수십배 강한 인플루엔자의 출현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경고도 있습니다. 딱히 해결책이 없는 심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위에 언급된 노르프록사신같은 퀴놀론의 내성은 특히 문제가 됩니다. 지금 노르프록사신은 내성때문에 약으로는 무용지물입니다. 세균의 이타성을 일깨우는 이런 글에 감상적으로 반응할 수만은 없는 좀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
    이기두 2010.09.09 20:50
    박종환선생님 글의 앞부분은 공감이 되는데, 뒤 한줄은 공감이 반만 됩니다.

    갈릴레오의 변절 이후 과학은 잘못된 길로 왔다고 합니다.
    이 과학을 찬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신과 주위를 돌아 보아야할 때가 된 것 아닌가요?
  • ?
    이병록 2010.09.09 20:50
    세계는 씨줄과 날줄로 복잡하게 얽여 있습니다.
    앞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한때 과학은 미생물에게 승리한 것 같았습니다.
    현재는 서로가 깊은 영향을 끼치며
    공진화한다는 것이죠...
  • ?
    김향수 2010.09.09 20:50
    새로운 학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
    현영석 2010.09.09 20:50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일부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나눠 주면,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구성원 중에서도, 나중에 집단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논평했다.

    '공생공영, 세균 팔자 알수 없다'
    "조폭조직은 왜 강력한 국가경찰력 앞에서도 박멸되지 않나 ?"
    "의리로 어려울 때 다른 조폭 도우는 조직문화, 조폭 2,3인자 후계자 양성, 훈련" "한번 조폭은 영원한 조폭이다"

    세포, 동물, 인간, 기업, 국가 조직에 이런 논리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가 아주 흥미로운 관심사입니다.
  • ?
    임석희 2010.09.09 20:50
    이타주의가 단순히 이기주의의 반댓말로서 남을 위한다기 보다는..
    전체를 위해 개인을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으로 이해됩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긴데... ^^
    결국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 아닌가 싶네요.
    인류가 지속적으로 살고 싶다면, 이것이 우리가 다가가야 할 방향이겠죠??
    "개인보다는 전체를... 또 현재보다는 미래를..."
  • ?
    신효섭 2010.09.09 20:50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84 공지 "미래 속으로" 발제 자료 고원용 2003.05.12 2895
4283 "미토콘드리아 - 닉 레인" 토론 모임 공지!! 1 이일준 2011.07.04 2524
4282 "미토콘드리아 - 닉 레인", 함께 머리 맞대실 분!!! 8 이일준 2011.06.21 1990
4281 "미토콘드리아 - 닉 레인"을 읽다 든 의문 2 이일준 2011.06.29 1684
4280 "미토콘드리아 - 닉 레인"을 읽다 생긴 의문 2 3 이일준 2011.06.30 2018
4279 "백북스 수준" 에 대한 생각 2 현영석 2011.05.17 1724
4278 공지 "벗" 1 이선영 2003.06.04 2737
4277 공지 "봄이 왔어요"- 상 춘 곡 (嘗 春 曲) 1 전재영 2008.04.13 2452
4276 "불교와 의학의 만남" 강연 알림. 고재명 2003.01.10 2923
4275 "불교와 의학의 만남" 강연 알림. 3 김미경 2009.05.20 1790
4274 "불교와 의학의 만남" 강연 알림. 김미경 2009.05.20 1469
4273 "사람"이 함께 하는 백북스(서울백북스를 다녀오며...) 5 홍종연 2009.08.01 1890
4272 공지 "사랑해"라는 말을 한문(문자)로만 써야만 했다면.... 7 임석희 2008.03.07 2118
4271 공지 "사이트가 매우 불안정 한 것 같습니다." 1 한창희 2004.09.21 2621
4270 "사진과 인문학" 소모임 제안 8 임민수 2012.01.01 1511
» "세균이 항생제내성을 획득하는 새로운 방법: 이타주의" 8 고원용 2010.09.09 2428
4268 "신경학적 질환"에 대한 강의 8 이일준 2011.05.03 1824
4267 "신의 이름으로" 책 관련 이정모 2011.06.11 1653
4266 공지 "양자역학의 모험" 책 구해요! 2 손경두 2008.10.30 1752
4265 공지 "어릴 때부터 책 읽어주면 머리 좋아진다"/출판저널 이동선 2007.12.01 168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