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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책 읽어주면 머리 좋아진다.”


 



미국 의학계, 과학적 실험으로 검증해


 



표 정 훈 / 출판칼럼리스트


 



미국소아과학회는 생후 6개월 이상의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머리가 좋아진 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마디가 전달될 때마다 수천 개의 뇌세포가 반응하면서 세포간 연결 구조가 단단해지고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는 등 언어 인지능력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의 학계의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범사회적으로 책 읽어주기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독서가 어린이의 지능 및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학문적 연구가 아니더라도 체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한국교 육개발원 조석희 박사팀이 지난 4월 11일에 발표한 <한국의 영재아, 수학올림피아 드 참가자의 환경요인 영향 연구>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조사 대상 학생 27명 가운데 83%가 어려서부터 혼자서 책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 학생들의 가정은 평균 250권 이상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고, 어릴 때부터 부모가 책을 많이 읽어준 경우가 40%에 이르렀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는 습관이 수학 영재의 환경요인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독서가 유아의 두뇌발달에 미치는 영향 밝혀내


 



미국에서는 독서와 유아 발달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신경생리학 및 소아과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관련 연구 성과들에 따르면, 읽기는 유아의 적절한 신경발달을 자극한다. 이에 따라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읽기’를 ‘유아 양육의 공식 기준’(official standard of care for infants and toddlers)들 가운데 하나로 추가시 키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읽기는 부모를 비롯한 양육자가 책을 읽어준다는 뜻이다. 1996년부터 2년 동안 미국소아과학회 회장을 지낸 로버트 한네만 (Robert E. Hannemann)박사는 1997년 4월에 발표한 동 학회의 보도 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소아과학회 회장으로서 나는 여러분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소 아과 의사들은 읽기가 유아 및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소아과 의사들은 이제 다른 처방들과 함께 읽기를 소아과 처방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죠. 생후 6개월 이상의 유아들에게 반드시 매일 책을 읽어 주십시오.”


 

이런 주제와 관련해, 1996년 6월에 ‘가정과 노동 연구소’(Families and Work Institute) 주최로 시카고 대학에서 열렸던 ‘어린이 두뇌 발달’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연구 성과들이 특기할 만하다. 신경과학, 의학, 교육학, 공공정책학, 경영학, 언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가한 이 회의의 목표는, 최신의 두뇌 발달 관련 연구 성과들을 검토하고, 그런 성과들이 어린이 및 그 가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회의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두뇌 재검토 (Rethinking the Brain: New Insights into Early Development)>라는 제목의 회의 보고서로 취합, 정리됐다. 보고서의 전체적인 기조 내지 전제는, 유아의 두뇌 구조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후천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에 결정적으로 영향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책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지를 담고 있다.


 

“양육자가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매 순간마다, 한창 성장하는 어린이 두뇌의 수천 개 세포들이 응답한다. 그 각별한 경험의 순간마다, 잠자고 있던 세포들이 활 동하기 시작하는 것은 물론, 이미 연결돼 있는 두뇌 세포들의 경우에는 그 연결 강 도가 한층 더 강화되게 마련이며, 심지어 새로운 세포들이 형성되기도 한다. 어린이 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어린이의 앞으로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두뇌 신경의 회로망을 고도로 발달시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1997년 4월,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 영부인 힐러리가 참석 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열린 유아 성장발달 및 학습에 관한 컨퍼런스가 특기할 만하다. 책읽기가 유아의 성장발달에 미치는 긍정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다룬 연구 보고서들이 다수 발표된 이 컨퍼런스는, 관련 연구 성과가 정부 정책 입안 및 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런 연구 성과들은 단순히 과학적 발견의 차원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다. 보스턴 의대 소아과학 주임교수이자 보스턴 의료센터 소아과장인 배리 주커먼(Barry Zuckerman)박사의 주도로 1990년부터 시작된 'Reach out and Read'(ROR)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다. 의 역하자면 ‘손을 뻗어 책을 집어들고 읽자’는 캠페인이 될 것이다.


 



연구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는 실천 돋보여


 



구체적으로는 병원 대기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바르 게 읽어주는 방법을 부모들에게 알리는 차원에서), 6개월에서 5세까지 정기 검진을 받으러 오는 어린이에게 책을 제공하는 일, 최신의 관련 연구 성과와 올바른 독서 지도법을 부모들에게 알리는 일 등을 하고 있다. 매년 130만 명 이상의 유아들이 250만권 이상의 책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받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


체 및 개별 병원이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 참고로, 초등학교 교사와 도서관 사 서 경력이 있는 영부인 로라 부시는,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주지사 재임 시절 이 프로그램의 홍보와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스턴 의대 소아과학 교수인 페리 클라스(Perri Klass) 박사는 이 프로그램의 취 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아과 의사들은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 단순히 질병 없이 자라는 것 을 의미하지 않는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은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란다는 것을 뜻할 뿐만 아니라 음성언어 및 문자언어 경험을 충분히 누리며 자란다는 것을 뜻한다. 어린이에게 유익하고 아름다운 책 한권을 건네는 일이 얼마 나 흥분되는지! 그렇게 책을 건넨 결과가 어린이의 삶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지켜 보는 일은 또 얼마나 보람있는지! 책 없이 자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박탈당한 채 자라난다는 것과 같은 말이며, 더 나아가 향후 인생행로에서 실패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을 미리 높여 놓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 의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며 자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런 조치는 빠를수록 좋다.”


 

프로그램의 최초 기획자 배리 주커먼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 및 그 양육자에게 읽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구체적인 관련 정보를 제공하 는 일은, 필수적인 예방주사 접종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소아과 처방에서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돼야 하며,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는 어린이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출판협회(AAP)가 이런 일련의 연구 성과들을 널리 알리는데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산학협동 차원은 아니지만, 독서 문화 진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관련 연구 성과들을 ‘독서 진흥 캠페인’ (Literacy and Reading Promotion Campaign)이라는 이름 아래 협회 차원에 서 널리 홍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미국 출판계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영리함’을


엿볼 수 있다.


 



유아에게 독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우리는 적어도 유아 발달의 차원에서 독서는 더 이상 선 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아 및 어린이 독서를 건강한 발달 및 성장의 차원, 심지어 임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도 알 수 있다. 기초 학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신경생리학 및 의학 분야에서 이뤄진 연구 성과가 독서 문화 진흥과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와 관련한 미국 출판협회의 적절하고 발 빠른 움직임도 모범을 삼을 만하다. 또 한 국가 차원에서 유아 및 어린이 발달과 독서 체험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장려하 고 그 결과를 정책적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에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사회의 이런 움직임은 거꾸로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보게 한다. 유아 및 어린 이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선언적인 차원에서 이뤄져 온 것은 아닌지, 과학적인 조사, 연구에 기초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 채,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막연 한 당위성만을 내세워 온 것은 아닌지, 출판계가 시급한 현안에만 몰두하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하고 그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지, 지식 정보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국가의 일’에서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어린이의 달이라는 5월에 깊이 생각해 볼 문제들이다.


 



(출처 : 출판저널 301호 2001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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