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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4 07:23

저 하늘의 별을 잡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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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의 별을 잡기 위해

장영희<서강대 영문과 교수>

지난 주에 어느 수녀회에서 주최하는 장애인 돕기 콘서트에 다녀왔다. 충주 맹아학교 아이들의 생활을 담은 짤막한 비디오를 보여준 후에 사회자 유인촌 씨가 말했다. “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쳐부수지 못할 적과 싸우고, 견디지 못할 슬픔을 견디고… 어쩌면 이것이 이아이들이 하고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장내가 숙연해졌다. 유인촌 씨가 인용하고 있는 것은 세르반테스(Cervantes, 1547~1616)의 《돈키호테 Don Quixote, 1605》를 뮤지컬로 만든 <라 만차의 사람 Man of La Mancha>에서 돈키호테가 부르는 유명한 노래의 가사이다.
노래는 이렇게 계속된다.
“용감한 사람도 가기 두려운 곳에 가고… 순수하고 정결한 것을 사랑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것, 이것이 나의 여정이다. 아무리 희망이 없어 보여도, 아무리 길이 멀어도, 정의를 위해서 싸우고 천상의 목표를 위해서는 지옥에 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 여정에 충실해야 나 죽을 때 평화로우리… 그리고 이것 때문에 세상은 더 좋아지리, 아무리 조롱받고 상처 입어도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노력한다면…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기 위해…….”
대학 때 영어 연극에서 들은 이후 아름다운 곡조와 함께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노래는 돈키호테의 황당무계하지만 아름다운 이상주의를 요약하고 있다.
스페인의 시록 ‘라 만차’ 라는 곳에 사는 ‘알론소 키하노’ 하는 50세 된 노신사는 밤낮으로 기사도 이야기를 탐독한 나머지 정신 이상을 일으켜 스스로 기사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돈키호테’ 라고 고치고, 핍박 받는 자들의 편에 서서 이 세상의 부정과 맞서 싸우기 위해 근처에 사는 어리숙한 농부 ‘산초 판자’ 를 종자로 거느리고 편력의 길에 나선다. 모든 것을 중세 기사도로 해석하는 그는 풍차를 거인으로 생각하고, 양떼를 교전중인 군대로 생각하며, 포도주가 든 가죽 주머니를 상대로 격투를 벌이기도 한다. 현실과 유리된 이상적 몽상가인 돈키호테는 가는 곳마다 미치광이 취급을 당하고 뭇매를 맞고 돌팔매질 당하지만, 그의 용기와 고귀한 뜻은 꺽이지 않는다.
즐거리만 보면 우스꽝스러운 광인의 어쭙잖은 모험담 같지만, 《돈키호테》는 단순한 익살이나 풍자소설이 아니다. 전편은 1605년에, 후편은 1615년에 출판된 이 방대한 작품은 서구문학 최초의 소설이라는 문학사적 가치 외에도 진정한 ‘인간’을 그린 최초의 작품이라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 작자 세르반테스는 당시 크게 유행했던 중세 기사들의 허황된 무협 연애담을 패러디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600여 명의 인물이 등장, 프랑스의 비평가 티보데가 ‘인류의 책’ 이라고 까지 부르는 대작이 되었다. 영어의 ‘키티호즘quixotism'이라는 단어도 돈키호테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말은 현실적 물질주의에 도전하고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성품이나 경향을 일컫는다.
그런데 학창 시절에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제껏 살아오며 내가 깨달은 것 한 가지는, 이 세상은 돈키호테가 기사도 정신으로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중세처럼 조화롭거나 평화롭지 못하고,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손을 뻗는 일은 결국 허사로 돌아가기 일쑤라는 것이다. 늘 깨어진 꿈에 좌절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괴로워하게 마련인 것이 우리네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키호테가 마지막 모험에서 돌아와 제정신이 들어 임종한 후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새겨졌다.
“광인으로 살다가 제정신으로 죽은 이여.”
하지만 햇빛 눈부신 이 가을날 오후, 어쩌면 돈키호테처럼 잡을 수 없는 별에 손을 뻗치고, 순수하고 정결한 것을 사랑하고,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끊임없이 꾸는 ‘광인’의 삶이 차라리 행복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이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미련이 너무 커서 “아무리 조롱 당하고 상처 입어도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노력한다면 이 세상 좋아지리…” 라는 돈키호테의 믿음을 완전히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봄맞이 하기에 좋은 노래 하나...

목련화(조영식 시)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잡이 목련화는
새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중략>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라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내일을 바라보면서 하늘보고 웃음짓고
함께 피고 함께 지니 인생의 귀감이로다
그대 맑고 향긋한 향기 온누리 적시네<중략>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라
  • ?
    이동선 2008.02.24 07:23
    돈키호테에 푸욱 빠진 요 며칠......
    꿀벌처럼...에서 하나가 더 붙는다. 돈키호테처럼...

    그리고 봄마다 가장 즐겨부르는 노래 "목련화"
    목련화처럼...이렇게 또 하나 붙일까 ㅎㅎㅎ
  • ?
    이정원 2008.02.24 07:23
    이동선 사장님께 선물로 받은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를 영주 씨가 먼저 집어들었고, 저도 뒤따라 읽고 있습니다. 2시간 정도 상대성이론을 공부하다가 머리를 쉬게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절로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감사합니다. ^^
  • ?
    전지숙 2008.02.24 07:23
    돈키호테..하면 가장생각나는것은 풍차이네요.
    어렸을적 이 책을읽고 나도 남들과 다르게살고싶다..이 주인공처럼 다른 나만의 세계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2월의 마지막주 눈도내리고 좋은글도 읽고 기분좋은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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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02.24 07:23
    아... 발레 보고 싶다. 돈키호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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