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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꾼' 꿈꾼다…이공계 학생들의 합숙훈련
[동행취재]글쓰기·토론 진행 '과학커뮤니케이션 겨울학교'






 ▲ 과학커뮤니케이션 겨울학교에 입소하는 학생들의 모습
 ⓒ 2008 HelloDD.com
"사람도 동물아닌가요?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 진화의 산물입니다. 뇌의 화학적 변화가 이를 증명합니다."(학생 A)
"진화론적 관점을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사랑에는 동물과 다른 독자적 문화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랑은 사회문화적 산물입니다."(학생 B)

한국 과학계의 차세대 리더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공부하기 위해 모였다.

과학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알기 쉬운 과학해설'을 공부하기 위해 자원한 학생들이다. 이들이 참여한 합숙 프로그램은 포항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아태물리센터)가 주관한 '2008 ATCTP 과학커뮤니케이션 겨울학교'.

14일부터 2박 3일 과정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조금 더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교양과학서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증대시키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지난 2006년 시작돼 올해로 4회 째를 맞고 있는 이 행사는 전국 이공계 학생들 중 신청을 받아 소수의 학생만을 선발 교육한다. 이번엔 총 24명 모집에 총 110여명이 넘는 학생들의 신청이 이어져 4.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아태물리센터 관계자는 선발 조건에 대해 "제일 첫 번째로 열정과 의지를 봤다"며 "이번에 참가한 학생들은 과학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진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스텍(POSTECH․포항공과대학교) 무은재 기념관 내 아태물리센터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낭만적 사랑, 진화적 산물인가? 근대사회의 산물인가?'라는 전체적인 주제를 기점으로 토론과 글쓰기 수업을 함께 병행했다. 마지막 날엔 참가자들 중심의 열띤 토론대회 역시 펼쳐졌다.

행사 첫날은 '낭만적 사랑, 진화적 산물인가? 근대사회의 산물인가?'라는 진화생물학을 주제로 최종덕 상지대학교 과학철학과 교수와 전중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의 기조 강연이 이어졌다.

이어 정재승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와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 이권우 도서평론가의 글쓰기 교육 및 실습도 진행됐다. 또 박상준·박선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의 토론실습과 이명현 연세대학교 천문학과 교수의 초청강연 등 풍부한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미국선 과학 글쓰기가 필수과목…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독서"







▲정재승 KAIST 교수
ⓒ2008 HelloDD.com
"과학 이야기가 어려운 이유는 글을 읽기에 앞서 먼저 배경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선행되는 개념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행사 2일 째, 정재승 KAIST 교수는 특강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 글쓰기 방법을 전수했다. 정 교수는 과학콘서트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인물. 국내에선 과학 이야기꾼 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대중들에게 과학기술이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한 방법론이지만, 훈련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 소개 역시 이어졌다. 해외의 경우 과학적 성과를 대중에게 알린다는 것을 의무규정으로 정해놓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에서 과학글쓰기에 대한 예산이 따로 집행될 정도. 그만큼 과학글쓰기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실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미국은 과학글쓰기(Technical writing)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며 "자신이 발견한 과학적 성과에 대해 반드시 대중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과학의 발전은 발견된 사실들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그것을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라며 "그때야 비로소 '과학이 진보됐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정 교수가 꼽은 '과학글쓰기'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생각의 단위는 문단, 문단 단위로 사고하라 ▲과학 글쓰기에도 플롯(plot․줄거리)이 필요하다 ▲좋은 과학 글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인용․비유․예제를 잘 사용해야 한다 ▲산문에도 운율이 있다 ▲모든 과학 글에는 '통찰력'이 담겨 있어야 하는 등, 모두 7가지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

이어 그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위와 같은 조건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수적인 준비는 독서"라며 "항상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 등 좋은 습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역시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글쓰기 강연에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앎'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며 "그러기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독서"라고 말했다.

첫째날 강연에 나선 최종덕 상지대 교수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서는 다독(多讀)을 통한 토론과 쓰기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과학 글쓰기·토론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전문가 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실습을 하는 시간도 가졌으며, 사랑학 등을 주제로 늦은 밤까지 글쓰기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채점 결과 사석필 KAIST 화학과 대학원생, 윤나오 한양대 생명과학과 학생, 이나리 서강대학교 자연과학부 수학과 학생 등이 논술상 등을 수상했다.

◆'사랑', 진화론적 산물인가, 사회문화적 산물인가?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
ⓒ2008 HelloDD.com
이번 합숙에서는 '과학글쓰기' 이외에 '사랑학' 관련 주제도 심도 깊게 논의됐다.

각계 전문가들의 '사랑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설과 '사회문화적 결과물'이라는 설에 대한 발표가 이어진 후, 학생들 사이에서 토론 대회를 여는 형태다. '과학에 대한 이해와 발표' 능력향상을 위한 흥미있는 실습주제라는 점에서 토론과제로 선정됐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첫째날 강연을 맡은 전중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사랑은 진화론적 적응주의의 결과'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기조강연에서 마이크를 잡은 전 연구원은 "진화론은 선천적인 적응주의를 통한 유전자의 산물"이라며 "생물체가 물질에서 발생하여,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진화해 왔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사랑을 할 때 사람들의 뇌 속에서는 독특한 유전자가 활성화되기 시작한다"며 "사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뇌의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많은 보편적인 증거가 존재한다. 전 연구원은 37개국 1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각 국의 참여자들의 사랑에 대한 태도는 유사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한 호르몬이 보편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말했다.

전 연구원과는 반대로 사랑을 '사회학적 결과물'로 보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진화의 결과물이라면 사랑의 결과물인 남녀간의 성행위가 종족 유지로서의 의미 이외는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나 많은 남녀들은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 사랑을 나눈다.

최종덕 상지대 교수는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관계를 한다는 진화론적 관점은 현대 사회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점이 많다"며 "출산율은 하락하는 반면, 성인용품 판매 등 관련산업 매출은 증가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사랑이라는것은 기본적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기본으로 한다. 다만 짝짓기라고 하는 행위에 진화론적 적응주의는 분명 들어가 있지만 그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며 "같은 동물이지만 인간의 사랑이 원숭이의 짝짓기와 다르다는 점에서 '문화'적 접근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사랑, 어떻게 발전해 왔나…열띤 토론대회 이어져







▲결선 토론대회(왼쪽부터 오다현, 윤재은, 최용복, 강영경, 권용민, 김은정 학생)
ⓒ2008 HelloDD.com
전문가들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참여 학생들 사이에서도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마지막인 셋째날 본격적인 토론대회가 열렸다.

학생들이 3명씩 한 조가 돼 총 8조가 예선을 치뤘으며, 사랑의 발전과정에 대한 의견 역시 양분돼 열띤 토론을 펼쳤다.

최용복 단국대학교 학생은 사랑의 진화론적 발전에 찬성하는 쪽이다. 그는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지만 인간의 사랑방식과 형태는 약간씩만 달라졌을 뿐 본능은 변하지 않았다"며 "한 영화를 보면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과 소녀가 점차 성장하면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서로에 대한 성적 호기심으로 관계를 맺는다. 인간의 사랑에 대한 욕구는 사회문화적 부산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다현 서울대학교 학생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근대 이전, 즉 고대에서도 낭만적 사랑은 존재했다"며 "사회 교육없이도 사랑은 자행돼 왔다"고 강조했다.

사랑에 대한 문화적 해석을 찬성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권용민 고려대학교 학생은 "인간이 동물적인 본능으로 서로 이끌린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낭만적인 사랑으로 연결될 때까지는 사회적인 환경이나 분위기가 더해져야 한다"며 "이같은 문화적 해석을 진화론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라 답했다.

강영경 충남대학교 학생 역시 사랑은 문화적 해석이 필요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랑이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것이라는 진화론적 관점은 타당하지 않다. 아이는 사랑의 결과물일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열띤 토론 결과 권용민 고려대 학생, 김은정 경희대 학생, 강영경 충남대 학생이 '낭만적 사랑은 문화적산물이다'라는 주제로 토론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은정 경희대 학생은 "토론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후배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다는 사석필 KAIST 학생 역시 "세심하게 잘 짜여진 강의 시스템으로 2박 3일이라는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효과를 얻었다"며 "다음에도 또 한 번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2번째로 과학커뮤니케이션에 참가한 윤나오 한양대학교 학생은 "학생참여가 거의 없었던 1회 때와는 달리 이번 행사에서는 배운 것을 바로 적용할 수 있었던 실습 수업이 많아 좋았다"며 "앞으로 이러한 행사들이 많이 생겨서 우리나라 과학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폭넓게 확장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2박 3일동안의 짧지만 강렬했던 서로와의 만남. 서로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끌어 갔던 24인의 예비 과학 이야기꾼들. 이 행사를 통해 탄탄해진 그들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 수료식을 마치고 단체사진 한 컷
ⓒ2008 HelloDD.com
<대덕넷 임은희 기자> redant645@hellodd.com
2008년 02월 17일
  • ?
    문경수 2008.02.18 18:56
    유렵사회에서는 Science Communicator라는 일반인 과학저술가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이들은 대규모 과학 컨퍼런스에 과학기자와 동등하게 초청돼 미디어 브리핑에 참가합니다. 100권독서클럽에도 Science Communicator의 출현을 기대해 봅니다.!!

    임은희 기자님 좋은 취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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