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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9 16:42

샘프라스 vs. 페더러

조회 수 2086 추천 수 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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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피트 샘프라스와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 샘프라스와 페더러는 각각 36살, 26살로 10년 터울이다. 100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두 테니스 스타는 동시대를 살았지만 이들의 맞대결은 2001년 윔블던 16강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샘프라스에게는 은퇴전, 페더러에게는 데뷔전이나 다름없었던 그 경기에서는 떠오르는 신예 페더러가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 : 2로 이겼었다.

 

많은 테니스 팬들은 전성기의 샘프라스와 현재의 페더러 중 누가 더 강한지를 놓고 즐거운 상상을 하곤 했었다. 샘프라스는 테니스를 기가 막히게 잘 치는 선수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바로 그의 단점이었다. 매 경기마다 너무 쉽게 이겼기때문에 샘프라스의 경기는 대부분 시시했다. 랠리도 없이 서브 에이스 혹은 강서브에 이은 3구 째 발리로 스코어를 따내는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관중들로 하여금 상대편 선수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샘프라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아가시나 마이클창과 같은 선수들이 오히려 인기가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샘프라스는 말도 표정도 없는 선수여서 기자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경기 중 샘프라스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의 유일한 표정은 서브 넣기 전 혀를 살짝 내미는 것이었다. 마이클 조던이 공중에 날아올라 덩크를 내려꽂으려는 순간에 그랬던 것처럼. 나는 어렸을 때 샘프라스를 무척 좋아했는데 특히 서브 넣는 폼을 좋아했다. 왼발을 살짝 들어 박자를 맞추고 공을 토스하는 순간 혀를 내미는 표정이 귀엽고 멋있었다.
 
1995년 호주오픈 8 강전, 샘프라스와 짐 쿠리어의 시합은 샘프라스의 다른 면모를 보여준 시합이었다. 샘프라스는 경기 직전 그의 코치가 뇌종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샘프라스는 매우 낙심한 상태로 경기를 치르면서 쿠리어에게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 말았는데, 그때 관중석에서 '코치를 위해 이겨라'라는 함성이 울렸다. 그러자 샘프라스는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고, 샘프라스는 정말 이기기로 결심했다. 서브를 넣을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면서도 샘프라스는 코치를 위해 내리 3 세트를 따내어 경기를 뒤집고 만다. 샘프라스는 그 대회 결승전에서 아가시에게 졌지만 관중들은 샘프라스의 눈물을 기억한다. 경기 중 두 뺨을 타고 흐르는 절대 강자의 눈물을.

 

페더러는 정말 끝내주는 선수이다. 현재 라파엘 나달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페더러와 나달은 2007년 프랑스오픈 결승, 윔블던 결승에서 차례로 맞붙었는데 나는 세계랭킹 1, 2위의 대결인 이 두 경기를 모두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프랑스오픈은 클레이코트(흙바닥)에서 치뤄지는데 클레이코트에서는 현재 나달을 당할 자가 아무도 없다. 나달은 2 년 동안 클레이코트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고 연승기록으로서는 독보적인 81연승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나달의 클레이코트 연승기록을 저지한 선수가 페더러이긴 했지만, 클레이코트에서의 전적은 나달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역시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도 페더러는 나달에게 맥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지만 윔블던에서는 달랐다. 윔블던 경기는 잔디코트에서 치뤄지는데 페더러와 나달의 윔블던 결승은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이것은 나달이 많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달은 페더러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지만 페더러는 결국 나달을 떨쳐내고 윔블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페더러는 2007년 호주오픈에서 무실세트 퍼펙트 우승을 차지하고 역대 최장기간 세계랭킹 1위 기록을 가진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이다. 하지만 역대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14 회)은 샘프라스가 가지고 있고 페더러는 12 회로 샘프라스를 추격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페더러는 샘프라스가 가진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울 것이다. 하지만 샘프라스는 이미 그것을 해냈고 페더러는 앞으로 많은 날들을 지금처럼 쳐야 그것이 가능하다.

 

피트 샘프라스와 로저 페더러.

세기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그것도 서울에서. 바로 내일이다.

어느 누구도 샘프라스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시니어투어 선수이다.

하지만 두 선수의 시합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가슴뛰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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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중 2007.11.19 16:42
    ^^ 흥미진진~ 기대됩니다....^^ 전 개인적으로 비외론 보리, 존 멕켄로를 좋아했었는데....시간이 한참 흘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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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2007.11.19 16:42
    이정원님 글을 정말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감동적이면서도 테니스에 전혀 문외한인 제가 봐도 꼭 그 경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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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나영 2007.11.19 16:42
    흠~ 테니스는 잘 모르지만 방금 기사를 검색해보니 다들 정원 님과 비슷한 생각이신가봐요. 결과 보다는 내용에 주목하라고 하네요. 경기 내용도 설명해주실거죠? ㅎ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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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환 2007.11.19 16:42
    저 역시 테니스에 문외한임에도 이정원님의 글을 읽어보니 경기를 보고싶은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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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7.11.19 16:42
    이곳 게시판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소재일수도 있는데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백북스 게시판이 하루에 10개 미만의 글이 올라오되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꾸준하게 다양한 읽을거리가 쌓이는 글창고가 되길 바라며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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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경 2007.11.19 16:42
    저도 문외한인데(거의 문외한이 아닌 분야가 없군요..) 앗 테니스란 이렇게 흥미진진한 세계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궁금해졌다는 것은, 역시 이정원님께서 글을 잘 쓰셨다는 증거인 게죠.. ^^ 하루에 10개 미만의 새로운 소재의 글이라.. 정말 구체적이면서도 공감이 팍팍 가는 바램이군요. 저도 슬슬 동참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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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윤호 2007.11.19 16:42
    테니스 ~ 하지는 못해도 구경은 잘 했었는데 ~ 요즘은 접한지 오래 됐네요 ~
    가십으로만 떠도는 러시아 출신 모 여자 선수 정도만 오르내리고 ~
    예전에 샘프러스, 애거시, 동양인으로 마이클 창 ~ ^^ 이 때 참 관심있게 봤었는데 ~
    아무튼 ! 좋은 글 감사드려요 ! 너무나도 게시판과 잘 어울리는 글 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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