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공지
2007.05.18 22:30

관점의 미학...

조회 수 1680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제가 즐겨읽는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발행하는 '광고정보'紙 5월호에

마침, 함민복 시인의 '감나무'라는 시와 함께 실린 글이 있는데

공감가는 바가 있어 옮겨봅니다.

 


… 중략 …

저는 시인들이 길어 올리는 관점을 염탐하길 좋아합니다.

'아, 꽃을 저렇게 보네', '나무를 저렇게 보네',

'아 어머니의 주름을 저사람은 저렇게 보네'

참 재미있습니다.

그들에게만 있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의 질서를 재편하는 일은

고되지만 즐겁고 복된 일입니다.

 

 





감나무          

                      함민복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 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 ?
    박문호 2007.05.18 22:30
    오랫동안 박목월 시를 좋아했는데, 김세영님의 글을 보니 문득 박목월의 "나무"라는 시가 생각나서 올립니다.
    ===============================

    나무

    ---박목월---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은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어구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過客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門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44 공지 중청 대피소 7 문경수 2007.05.17 2451
» 공지 관점의 미학... 1 김세영 2007.05.18 1680
3342 공지 [알림] 5월 22일 118회 토론회 (저자 초청) 2 송윤호 2007.05.21 1605
3341 공지 다마지오의 새 책이 나왔습니다----스피노자의 뇌--- 1 박문호 2007.05.21 2064
3340 공지 부 부 3 박혜영 2007.05.22 1769
3339 공지 오는 6월1일(금) 5시, 앨빈토플러 박사와의 만남 1 김주현 2007.05.22 1748
3338 공지 항우와 유방, 교차로 스터디 내용 정리 8 김주현 2007.05.22 3299
3337 공지 소립님 독후감 메뉴 아래 "My Life컬럼" 게시판 추가해 주세요.(냉무) 1 강신철 2007.05.23 1643
3336 공지 어느 시인과의 만남(118회 토론회 후) 3 엄준호 2007.05.23 1691
3335 공지 책을 사랑하는 어떤분의 사이트 1 엄준호 2007.05.23 1677
3334 공지 시인은 詩로 족하다 1 양경화 2007.05.24 1649
3333 공지 첫 토론참여~~ 3 이현주 2007.05.25 1751
3332 공지 시 Apple 2 박성일 2007.05.25 1605
3331 공지 [118회 독서 토론]'말랑말랑한 힘 '스케치 현장 8 박혜영 2007.05.26 2437
3330 공지 순수한 영혼 하나가 또 별이 되었습니다(피천득 선생 별세) 2 엄준호 2007.05.27 1697
3329 공지 5.27(일) 07:40 SBS TV 미래자동차 특집 현영석 TV대담 1 현영석 2007.05.27 1639
3328 공지 봄날 밤 1 현영석 2007.05.27 2348
3327 공지 다음 100books 발표자들 5 박문호 2007.05.29 2188
3326 공지 치자꽃 설화 4 박문호 2007.05.30 2338
3325 공지 국내 뇌 산업화 포럼 소개 3 문경수 2007.05.31 27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