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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7 15:44

가지않은 길

조회 수 1869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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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을 글 같기도 하지만 어떤 책을 보다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제가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국민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좀 잘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계몽사에서 나온 백과사전이 있었습니다.


그 화려했던 총천연색 사진과 그림들...


무엇보다도 별, 행성, 우주선 등의 내용을 설명한 부분이 유독 흥미로워 한동안 그 친구집에 자주 놀러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시절 저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생활기록부의 장래희망란에는 ‘과학자’라고 당당히 적었습니다. 그 의미도 잘 모르면서 말입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중,고등학교 시절 저는 온통 과학의 세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루에 전파과학사에서 나온 책들을 2, 3권씩 읽은 적도 있었으니까요. 용돈이 궁해 책을 살 수 없을 때에는 친구들을 꼬드겨 어린이대공원 옆 어린이회관(서울 건대앞)에 가곤 했습니다. 그곳에는 전파과학사에서 나온 책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과학책들을 공짜로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제 책장에 꽂혀있는 전파과학사의 ‘현대과학신서’, ‘Blue Backs' 시리즈들은 누렇게 고서처럼 변했지만(어떤 책은 정말 만지면 찢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서질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저의 아름다운 추억이자, 보물입니다.


그 시절에는 다양한 과학분야의 책을 닥치는데로 읽었지만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역시 물리와 생물 분야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책을 다 읽고난 밤이면 어김없이 집 옥상에 올랐습니다. 좁았지만 그 곳은 저만의 공간이었고 서성이면서 또는 의자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면서(서울이었지만 그땐 겨울에 오리온 자리가 정말 선명하게 보았는데...) 사춘기 특유의 고독에 빠져 들곤 했습니다. 우주를 생각하며 일상의 모든 것을 하찮아 했습니다. 또 기억나는 추억 한가지는 양자역학을 소개한 책을 읽는데 그 책에는 모든 물질이 입자성과 파동성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나와 있더군요. 그러면서 파동성을 표현하는 방정식이 하나 소개되어 있었는데 그 때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른 책을 막뒤져서 그 방정식에 전자와 관련한 무슨 무슨 값들을 대입했어요 그랬더니 파동성을 설명한다는 그 방정식의 결과가 알려진 전자의 크기와 똑같은 값이 나오는 거에요. 너무 흥분되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 당연히 친한 친구에게 달려가서 막 설명했죠. 물론 그 친구는 제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해마세요. 제가 무슨 천재성을 지녔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예요. 아마 그때 계산했던 값은 당연히 틀린 것이었을 겁니다. 열정의 시대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죠.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게 된 책은 지금 읽고 있는 ‘우주의 구조’라는 책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습니다. 어린학창시절 저를 열정에 빠뜨렸던 물리와 생물 중 천재성이 필요할 것 같았던 물리를 포기하고 생물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생물학을 사랑하며 생물학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주의 구조’라는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론 어린시절의 감정도 되살아나고 다른 한편으론 전공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그간 저 자신이 사고의 폭을 너무 제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다르지만 프로스트의 시가 생각나네요.








가지않은 길





프로스트 (Robert Frost)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PS) 뇌과학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고흐, 크릭, 라마찬드란을 거쳐 저는 지금 에델만에서 좀처럼 나아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에델만의 고차의식이란? 으으...


“Pleae help me"


PS-2) 새벽에 책상앞에 앉았는데 어느덧 날은 밝고 신문던지는 소리가 나내요. 으.. 이제 아이들이 깰텐데 졸리면 어떡하란 말인가?




  • ?
    이소연 2007.04.07 15:44
    고등학교 때, 메모해 두었던 것이 생각나네요~ ^^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나는 인적이 드문 곳을 택했다.
    그 이후로 모든것이 달라졌다.
  • ?
    정영옥 2007.04.07 15:44
    저는 지금도 두길 사이에서 헤매는 꿈을 꾸곤 합니다.
    기회가 온다면 잡아야할지, 아니면 가던길을 끝까지 가야할지..
    사실 다른길인지..가던길인지..두길의 경계가 모호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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