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10.05.26 10:33

<시> 가보지 않은 곳

조회 수 1891 추천 수 0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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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곳>





군대가 비어있는 스물셋 아들의 침대에 누워본다.


 


남쪽으로는 보스톤 시내 푸르덴셜빌딩이 그려진 벽지가


 


긴 여행에 지쳐 길가에 누운 어느 사내의 한숨을 내쉰다.


 


북쪽 창에는 우성이 산마루 오월의 유치한 녹색이


 


눈에 걸린다.


 


침대 옆 손이 닿는 4단 책장에는


 


오래 전에 읽었던 나의 낡은 책이 있고,


 


맨 위 칸 꼭대기에는 10여년도 넘은 레고 블록이


 


도시를 만들고 있었다.


 


그 놈은 내게 가까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서너 평 남짓 아들 방에 왜 이리도


 


가보지 않은 곳이 많은가.


 


아들 놈 가슴팍 한번 쓸어 준 적이 없는 내가


 


세상의 어느 곳엔들


 


가보았겠는가.

  • ?
    전광준 2010.05.26 10:33
    박성일 운영위원님! 시 잘 읽어보았습니다. 백북스홀에 다녀올 때마다 운영위원님께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 울컥했습니다. 마음 속 숨막힐 듯 고요한 수면을 깨우고 물방울 사방에 튀기며 뛰어오른 활어 한마리, 월척입니다. ^_^
  • ?
    이병록 2010.05.26 10:33
    어찌보면 생이별이지요?
    우리 시절에야 중학교만 가도 자취도 하고
    여유있는 집은 하숙도 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었고
    그런 친구들이 매우 부러웠는데......
  • ?
    연탄이정원 2010.05.26 10:33
    우와~ 시 감상 잘했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자작시는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가보지 않은 곳>이라는 제목과 전체적 작가의 심리묘사가 최상의 궁합^^
    특히, 시의 후미는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10여년도 넘은 레고 블록이
    도시를 만들고 있었다.
    그 놈은 내게 가까이 있었던가?
    ...아들 놈 가슴팍 한번 쓸어 준 적이 없는 내가 세상의 어느 곳엔들 가보았겠는가>,
    표현이 참으로 좋습니다.
    종종 시 감상의 기회를 주시렵니까? ^^ 감사합니다.

    <집중력,
    "게임이나 술 등 집중하기 쉬운 것들에 대한 집중력은 올바른 집중력이 아니고 하기 싫은 것이지만 해야 하는 것등에 대한 집중력이 진짜 집중력이다">

    <천문우주+뇌과학> 2008.2.3 독서산방 스케치현장,
    박성일 원장님의 말씀을 글로 들었습니다.
    저는 이젤 앞에서 6시간 동안 단 한번도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책 한 권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데 단 한시도 눈을 돌리지 않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저 스스로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그리기나 책읽기는 진정한 집중력이 아니라는 그 말씀을 듣고 그동안 내가 자만심에 빠져 있었음 깨달았고 반성의 시간이 되었답니다.

    또한, 얼마전 "철학이란 사고를 평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료다" -비트겐 슈타인-
    철학의 목적은 나를 내려다보기
    비트겐 슈타인의 말을 인용하여 <백북스의 발자취>,
    '수유너머' 강의에서 박성일 원장님의 말씀을 글로 들었습니다.
    그땐 제가 한 지인과의 관계로 힘든 시기였기에 심리학책을 구입할까 하고 검색하던 중이였지요.
    그런데 박성일 원장님의 그 말을 듣고 "그래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으로 처음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때 서울 백북스의 추천 도서로 <철학vs철학> 책이 추천도서로 올라와 구입하게 되었지요.
    철학을 제게 알게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박성일 원장님의 강의나 말씀을 직접 들어 본적은 없으나 스케치 현장들을 보면서 늘 학습의 기회를 주시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제 백북스 정기모임,
    박성일 원장님이 오실 듯하여 얼마전 구입한 <영교시 수업>을 가방에 넣고 갔었습니다.
    싸인을 받고 싶어서요.
    분명 모습이 보이셨었는데 강의 끝나고 나니 금새 사라져 버리셔서 두리번 두리번 얼마나 찾았던지...ㅜ.ㅠ
    담 기회를 노려봅니다.
  • ?
    송은경 2010.05.26 10:33
    이렇게 아버지가 자신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다는 것...
    박성일원장님의 아드님이 이 시를 읽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
  • ?
    강신철 2010.05.26 10:33
    딸이 살갑게 주는 애교와 아들이 무뚝뚝하게 주는 정은 그 맛이 다른가 봅니다. 어쩌다 아들 방에 들어가보면 낯선 세계가 섭섭함과 아쉬움이 교차되면서 다가옵니다. 아직 품 안에 있어도 이리 거리가 느껴지는데 군대 보내고 난 애비의 허전함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땅의 아비들이 대개 그렇게 허전함을 안고 살아가지 않겠습니까? 어떤 시인이 그러더군요. 허전함이 서로 만나면 투명해진다고...
  • ?
    전동주 2010.05.26 10:33
    박성일 원장님, 시를 빚어내는 솜씨가 남다르군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 ?
    박민경 2010.05.26 10:33
    지난번 아버지 관련된 시도, 가슴 뭉클하게하는 참 좋은 글이었습니다. ...

    '오월의 유치한 녹색'..

    신선한 충격입니다...신록이라는 이름을 지나, 예찬하고 또 예찬하기만 했던 푸르른 오월을

    새로운 시선으로 본 마음이 꽤 신선합니다...왜 유치한 녹색인지도 궁금해지네요......
  • ?
    연탄이정원 2010.05.26 10:33
    실은... 저도 '유치한 녹색'이 매우 궁금했었습니다.
    하지만, 유명하신분이시라 질문을 하면 답을 주실까?
    답을 주지 않으면 제 댓글이 뻘쭘?할 것 같아서 차마 질문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색'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에 감탄하며,
    또한 아들이 처한 현 상태를 색(유치한 녹색)의 은유적 표현에 감탄합니다.
    역시, 모든 예술작품들은 작가와의 대화와 해설을 통해서 작품성이 깊어진다는 생각입니다.
    작품해석 감사합니다.

    어제 처음 이 시를 발견하고 어제 오늘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싯구는,
    <레고블럭이 도시를 만든다.
    세상의 어느 곳엔들 가보았겠는가?> 어느 곳엔들...

    유치한 녹색이 눈에 걸린다... '눈에 걸린다'는 표현이 참으로 좋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감상의 기회를 주시렵니까^^
  • ?
    연탄이정원 2010.05.26 10:33
    저기... 망설이다가 질문하여 봅니다.

    <북쪽 창에는 우성이 산마루 오월의 유치한 녹색이

    눈에 걸린다.>

    위 시에 쓰인 '우성'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지요...
    우성이 혹 별이름인가 하구 검색해 보았는데 아닌것도 같고,
    한자어의 쓰임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로 나오더라구요.
    너무 궁금합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
    연탄이정원 2010.05.26 10:33
    牛星: <천문> 이십팔수의 아홉째 별자리에 있는 별들. ≒우(牛).
    http://haneul.cnu.ac.kr/web/web0702/topic/han.htm

    넘 궁금하여 여기저기 뒤지다가 역시 처음 생각대로 별이 맞군요. ㅋㅋㅋ
    갑자기 별자리가 점점 더 궁금해 집니다.
    아주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군요. ㅋㅋㅋ

    혼자서 위의 시를 읖조리고 있습니다.^^ 들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말입니다.ㅋ
  • ?
    백승학 2010.05.26 10:33
    안녕하세요? 교수님!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입대할 아들을 생각하면서
    시를 읽어 봤습니다. ^^

    공감이 갑니다.

    저도 늦기전에 아들놈과 더 친하게 지내야겠네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 모습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
    연탄이정원 2010.05.26 10:33
    세상에... 이럴수가...
    박성일 원장님, 제가 미치겠습니다. 정말...

    <북쪽 창에는 우성이 산마루 오월의 유치한 녹색이
    눈에 걸린다.>

    처음 한 번 읽었을땐, 당연히 북쪽 창에 있다고 하니 우성이 별이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계속 여러번 되뇌이다 보니,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혹여 '우성'다른 뜻이 있는지 검색해 보았지요.
    한자어의 쓰임에 따라 여러 의미가 있었습니다.
    결국 생각해 낸 답은 우성이는 별이름이였고,
    다시 계속해서 되뇌여 보아도...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겁니다.
    혼자 연구 연구를 거듭한 끝에...
    도출한 결론은,

    <북쪽 창에는 우성이(별)/
    산마루엔 오월의 유치한 녹색이/
    눈에 걸린다.>
    로 두 문장으로 나누어 해석하였지요.
    하마터면 작가의 시를 제 맘대로 퇴고하고 왜곡할 뻔 했습니다.^^

    <** 우성이산 (화봉산) : 엑스포공원 뒤의 산. 도룡동 쪽은 우성이산, 전민동 쪽은 화봉산.
    ‘우성이산의 산마루’ 를 축약하여 ‘우성이 산마루’>

    세상에...우성이가 산이름였다니...
    내가 미칩니다. 정말...
    다시 첨부해 주신 해석을 듣고 나니 이제야서야 시각적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이틀동안 마음의 짐으로 남았던 숙제를 이제야 풀어낸 느낌 입니다. 해석 감사합니다.^^
  • ?
    지석연 2010.05.26 10:33
    그냥 마음이 짠~ 했던 싯구절이
    여러 분들의 글과 답으로 인해 더 많은 공부와 생각을 주네요.
    역시, 시와 글은 맥락이 넓어질수록 조금씩 이해되는 정도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 ?
    연탄이정원 2010.05.26 10:33
    구글 어스로 우성이산을 찾아서 보았습니다. 입체적인 모습에 얼마나 신기하던지~^^
    보면서 내내 우와~ 우와~ 연발하였지요. ㅋㅋㅋ
    우성이산이 여기구나... 사진도 보이더군요.
    우성이산을 바라보며 박성일 원장님의 댁은 어디쯤일까? 혼자 생각합니다.
    북쪽 창의 우성이 산마루라면?
    '그래~ 여기쯤이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 곳에서 북쪽 창을 바라보며 시상을 떠 올리셨구나'

    세상은 참으로 좋아졌습니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휴대폰으로도 세상의 모든 곳을 여행하며 사진과 상세정보를 얻을 수 있느니...
    어제 오늘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그 책을 읽으면서 첨단 과학기술을 충분히 이용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이, ㅋㅋㅋ
    오늘 부터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고 운동도 더욱 열심히 해야 겠습니다.^^
  • ?
    박준범 2010.05.26 10:33
    한결같던 그대의 스물세번째
    사랑을 받은 침대에서,
    그대의 향기가 맡아지지 않는가?

    그러니 안타까워마라.
    당신이 들여다보지 못한
    그곳에는
    내가'
    그대를 마시고
    그대를 숨쉬고
    그대를 풍겼기에...

    낯간지러워
    차마
    고개 들지 못한
    또 다른 그대가 있으니.
  • ?
    연탄이정원 2010.05.26 10:33
    <한결같던 그대의 스물세번째
    사랑을 받은 침대에서,
    그대의 향기가 맡아지지 않는가?
    .
    .
    .
    .
    또 다른 그대가 있으니.>

    세상에 이럴수가...
    '또 다른 그대'의 화답 詩 인거로군요...
    맞지요?
    아름다운 父子의 모습입니다.

    <서너 평 남짓 아들 방에 왜 이리도
    가보지 않은 곳이 많은가.
    - 당신이 들여다 보지 못한 그곳>
    <그러니 안타까워 마라>
    가슴이 뭉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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