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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2 04:53

뉴트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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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 (한국천문학 천체물리 분과위원)


현대 물리학의 표준모형 이론은 뉴트리노의 질량이 ‘0’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 측정을 통해 뉴트리노의 질량이 확인된 것은 물리학 사상 일대 사건이다. 뉴트리노는 그동안 존재를 규명하지 못했던 우주 전체 질량의 90%를 차지하는 ‘암흑 공간의 물질’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우주의 팽창과 수축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로 떠오르고 있다.


뉴트리노를 발견한 석학들


라이네스(Frederik Reines)라는 물리학자가 말하길,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여태까지 인간이 상상한 물체 중에서 가장 작은 실체이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그 이유 때문에) 이 입자는 물리학자들에게는 의혹덩어리이며 그것을 검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두통거리가 되어 왔다. 이 입자가 바로 겨우 존재하는 우주물질 ‘뉴트리노’이다.


1930년의 일이다. 방사능 물질의 붕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붕괴 전후에 에너지가 보존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법칙 중의 하나인 에너지 보존법칙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Wolfugang Pauli)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에너지가 보존되도록 전기적으로 중성인 작은 입자를 생각해 냈다.


그는 1945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미국의 물리학자 레더만(Leon Lederman)은 이 입자를 '겨우 존재하는 입자'로 불렀다. 파울리가 이 입자의 존재를 주장했을 때 학계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1934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1938년 노벨상 수상)가 핵반응의 하나인 베타(β) 붕괴 이론을 설명할 때 이 중성입자를 도입해 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파울리가 주장한 입자에 뉴트리노(neutrino)라는 이탈리아식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작은 중성적인 입자(little neural one)’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이탈리아어에서는 작은 것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어미에 ‘리노(-ino)’를 붙인다. 우리말로 번역할 때는 ‘중성미자(中性微子)’라고 부른다.


뉴트리노의 존재가 처음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은 1956년이다. 로스 알라모스의 코원 (Clyde L. Cowan)과 라이네스에 의해 마침내 뉴트리노가 발견되었다. 1956년 6월 15일 파울리는 코원과 라이네스로부터 다음과 같은 편지를 받았다. “우리가 양성자의 역 배타 붕괴를 관찰하여 분열된 조각으로부터 뉴트리노를 분명히 관측했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알려주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관찰된 결과는 예측된 값과 잘 일치합니다.” 이 편지는 파울리의 놀라운 통찰력에 대한 찬사와 함께 그에게 확실한 학문적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 이 업적으로 라이네스는 40년이 지난 1995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1962년 두 번째의 뉴트리노, 즉 파울리의 뉴트리노가 아닌 다른 뉴트리노를 발견한 레온 레더만, 멜빈 슈바르츠, 잭 스타인버거도 1988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나중에 발견한 사람이 먼저 노벨상을 받은 셈이다. 현재 뉴트리노의 종류는 3가지라는 것이 정설이다.


세 가지 형태의 입자로 존재하는 뉴트리노


뉴트리노는 전자(electron), 뮤(μ)입자, 타우(τ)입자가 형제처럼 따라다닌다. 파울리가 예견한 입자는 전자와 같이 행동하는 전자 뉴트리노이고, 레더만 등이 발견한 것은 뮤온(뮤입자) 뉴트리노이다. 타우 뉴트리노는 아직 직접 관측이 되지 않았지만 그 존재는 간접적으로 입증돼 있다.


뉴트리노가 왜 이렇게 3개뿐인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이와 함께 뉴트리노의 질량 또한 수수께끼이다. 뉴트리노의 다른 성질들은 거의 정확하게 알려졌지만, 질량만은 어떤 값보다 적다는 상한값들만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전자 뉴트리노의 질량은 전자 질량의 10만분의 1보다 클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입자물리학자들은 지난 20세기 수십 년 동안 실수와 성공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물질의 입자를 기술하고 그들끼리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지금의 현상을 만족하는 모형을 얻게 되었다. 이 모형을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이라 부른다. 물질을 구성하기 위하여 어마어마하게 동원되어야 했던 숫자를 줄이고 줄여서 기원전 400년 경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데모크리투스가 ‘원자’라 불렀던 가장 이상적인 수만큼 줄였다. 모든 입자를 실험결과에 맞추어서 렙톤(경입자라고도 한다)과 쿼크로 분류한다.


렙톤은 하전된 렙톤(전자, 뮤우, 타우)과 중성인 렙톤(전자 뉴트리노, 뮤우 뉴트리노, 타우 뉴트리노)으로 나뉜다. 이러한 기본 입자들끼리의 상호작용인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함께 기술하는 이 표준이론은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이론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몇 십 년에 걸쳐 시행된 거의 모든 실험(몇 가지 실험을 제외하고)이 이 이론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것은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가설 아래 세워진 것이다. 뉴트리노는 진공은 물론이고 물질도 빛의 속도와 구별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그냥 투과하기 때문에 여러 해 동안의 다양한 실험에서 약간의 질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질량이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근본적인 과제, 뉴트리노의 질량 검출


지난 몇 십 년 동안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뉴트리노의 질량을 측정하려고 노력해 왔다. 지금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방법은 뉴트리노 진동이라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졌다면 다른 입자들(특히 쿼크)과 같이 혼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자 뉴트리노가 가속기나 원자로에서 만들어져 검출기까지 움직이는 동안 진동이 일어나고, 검출기에서는 진동에서 생긴 뮤온 뉴트리노와 원래의 전자 뉴트리노의 혼합체로 검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혼합체를 검출하려던 수많은 실험들은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가 1998년 8월에 일본의 카미오칸데(Kamiokande) 검출기를 발전시킨 슈퍼 카미오칸데(Super Kamiokande) 검출기 연구팀은 관측 결과를 분석하여 대기 중에서 생성된 뮤온 뉴트리노가 Super-K가 검출할 수 없는 타우 뉴트리노나 아니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종류의 뉴트리노로 진동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과는 대기 중에서 생성된 뉴트리노가 한 종류에서 다른 종류로 바뀌는 뉴트리노 진동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뉴트리노가 진동한다는 것은 이들이 질량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이러한 결과가 앞으로 이루어질 재검증을 통해서 확인된다면 이는 앞에서 소개한 입자물리에 대한 표준모델을 확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확장이 이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표준모델보다 더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이론인 대통일 이론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우주를 구성하는 수수께끼의 암흑물질


뉴트리노는 우리 인간의 존재에 없어서는 안 될 입자들이다. 태양계는 초신성 폭발에서 생긴 찌꺼기들이 중력 때문에 모여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주에서 생기는 많은 초신성 폭발은 뉴트리노가 없으면 폭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뉴트리노가 없었다면 태양계와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외에도 우주 곳곳에서 수많은 뉴트리노들이 은하계의 충돌, 이중별, 블랙홀 형성 과정에서 발견되고 있다.


1987년에 터진 초신성에서 엄청난 뉴트리노가 쏟아져 나와 많은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뉴트리노 연구에 큰 진전이 있었다. 이를 초기에 관측하고 많은 성과를 낸 일본의 카미오칸데 관측 팀의 책임자가 2002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지금 우주론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는 우주의 구조에 관한 것이다. 즉 우리가 사는 우주는 어떻게 생겼나하는 것인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의하면 세 가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즉 대폭발에서 팽창하다가 다시 수축되는 닫힌 우주, 계속 팽창하는 열린 우주, 계속 팽창하다가 무한대의 시간이 지난 후에 멈추는 평평한 우주이다. 이것에 대한 판단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 얼마나 되는가에 달렸다.


그 기준이 되는 물질의 양은 200리터당 수소원자 1개에 해당하는 밀도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이 만일 그 기준과 같으면 우주는 평평할 것이고, 그보다 많으면 중력에 의해 다시 오므라드는 닫힌 우주가 되고, 그보다 적으면 영원히 팽창하는 우주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학망원경으로 관찰하면 이 값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은하의 회전운동을 관찰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은하의 주위에 은하의 운동을 조절하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 이를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 부른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후보가 있으며 뉴트리노도 그 중 하나이다.


우주 대폭발 이론에 따르면 현재 우주에는 폭발 과정에서 생성된 수많은 뉴트리노들이 균일하게 분포돼 있다. 그 밀도는 1세제곱센티미터 당 약 330개로 알려져 있다. 만일 뉴트리노(특히 세 종류의 뉴트리노 중 가장 무거운 타우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진다면 그 숫자가 너무 많아서 우주 질량의 90%까지 보충해 줄 것이며 뉴트리노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입자가 된다.


이는 암흑물질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주는 팽창을 멈추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폭발(Big Bang)에서 대격돌(Big Crunch)까지의 주기적인 변화를 마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뉴트리노는 ‘실종된 우주질량’을 찾아내는 열쇠요, 우주를 함께 붙들어 매는 끈끈한 ‘풀’이라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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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규 2010.03.22 04:53
    뉴트리노가 암흑물질 후보군에서 제외된건 높은 운동 에너지때문인가요? 아니면 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밝혀진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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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규 2010.03.22 04:53
    감사합니다.^^ 요새 관련한 책을 읽고 있어서 책뒤를 찾아봐도 되지만 갑자기 너무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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