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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6 02:15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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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헌


인간을 비롯한 고등동물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행동양식의 변화를 통해 향상 발전시켜 나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학습이라 하는데, 학습이란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 하겠다. 학습한 행동을 학습행동(learned behavior)이라 하며, 타고날 때부터 갖추어진 행동(innate behavior)과 구별한다. 학습은 중추신경계의 가소성 혹은 적응성의 하나라 생각되며, 이는 인류 문명과 문화 발달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학습은 앞으로도 인간의 무한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기억이란 자극을 머리에 아로새겨 두었다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상기할 수 있는 정신 기능














기억이란 어떤 자극(학습)에 대하여 이를 느끼고 이것을 머리에 아로새겨 두었다가, 자극이 없어지고 나서 그 정보를 다시 상기할 수 있는 정신 기능을 말한다. 인간에게 기억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지적 성장이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사고∙판단∙학습도 따져 보면 모두 기억을 바탕으로 한 대뇌 기능이다.


 


기억의 보유시간이 짧은 기능을 단기기억이라 한다. 이는 비교적 불안정하며, 두부에 외상을 입거나 전기충격 등으로 의식이 상실되면, 기억이 쉽게 소실된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여러 가지 변형을 입어 확고해지고, 두부 외상이나 전기충격에 의해서도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기억을 장기기억이라 부른다. 정보가 뇌 속에 확고히 고정되어 기억 흔적으로 남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장기기억은 물질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성장할수록 신경세포의 가지 수가 많아지며 두터워진다. 신경전도가 활발히 일어나는 부위의 시냅스는 새로운 가지도 생겨나면서 두터워져 흥분전도가 훨씬 원활하게 일어난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로 특정 시냅스 회로가 활성화되어 흥분전도가 회로를 쉽게 건널 수 있게 된다. 신경세포의 이런 작용 덕에 기억은 더 깊고, 오래 시냅스에 고정되고, 기억의 흔적으로 새겨져 회상하기가 더 쉬워진다.


 


















계속해서 사용하는 시냅스 회로는 활성화되고 강화되나, 쓰지 않는 회로는 없어지게 된다. 즉, 장기기억은 특수한 물질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두터워진 시냅스 부위에 흔적으로 아로새겨져 오랫동안 존재하는 것이다.


 


기억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지식을 외워서 뇌에 입력하는 단계, 두 번째는 외운 것이 뇌에 저장되는 단계, 세 번째는 다시 생각하는 회상 단계이다. 그러나 이 세 단계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게 된다. 그 예로 보통 치매라고 부르는 알츠하이머병을 들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경우, 기억을 입력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해마가 손상되거나 망가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치매환자는 기억 정보가 잘 입력되지 못하여,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오래 전에 뇌에 견고하게 저장된 기억은 해마와는 관련이 없어서 치매환자들도 회상할 수 있다. 다른 예로 대뇌피질이 외상이나 치매 등 여러 요인으로 망가지면 그 부분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이 없어질 수 있다. 이때는 다른 기억에는 문제가 없지만, 특정한 부위에 저장된 기억은 떠올릴 수 없게 된다.


 


 











기억 과정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일반적으로 기억 과정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은 아주 재미있었던 기억과 슬픈 기억, 두 가지 종류의 기억이 오랫동안 생생히 기억된다. 이런 기억은 세월이 많이 흘러도 잊어버리지 않고 생생히 떠올릴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런 감정 상태일 때 정보가 뇌에 쉽게 입력되고 견고하게 저장되기 때문이다. 기억은 우울할 때보다 즐거운 상태에서 좀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따라서 항상 학습을 해야 하는 아이에게 오래 기억을 시키기 위해서는 즐겁게 공부를 하게 유도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즐겁게 공부를 하는 것은 주의집중을 증가시켜 학습정보를 쉽게 입력, 저장할 수 있게 하여 더욱 잘 기억하게 해준다.

좋은 기억력을 유지하려면, 망상활성화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뇌의 밑바닥 줄기 한가운데는 정신을 맑고 깨어 있게 유지해 주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신경세포의 그물이 있다. 그것을 망상활성화계라고 부른다. 이 신경세포의 그물은 뇌의 맨 위쪽에 있는 대뇌 신경세포에 계속 자극을 보내 정신을 맑게 유지해주고,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감정이 복잡하거나 여러 갈래로 흩어질 때는 이 망상활성화계도 흩어지고 억제된다. 이럴 때는 주의력이 산만해져 기억이 잘 입력되지 않고 회상도 잘 안 된다. 좋은 기억력을 유지하려면 우선 기억하려는 일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며 즐거운 마음 상태를 갖고 감정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이런 상태가 망상활성화계를 자극하는 데 좋기 때문이다.


 


 



 


 











기억 기능은 이성의 뇌와 감정의 뇌가 협력해야 효과적



기억 기능은 최근에 진화되어 발전한 신피질(이성의 뇌)과 오래전에 만들어진 고피질(감정의 뇌)에서 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피질과 신피질에서 서로 협력하여 기억이 이루어져야 효과적일 수 있다. 이치를 따지지 않고 지식을 단순하게 암기만 하면 고피질부인 동물의 뇌만 발달하게 된다. 동물도 반복하면 단순기억은 잘한다. 그러나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즐거운 마음상태에서 하게 되면, 기억의 뇌인 해마가 활성화된다. 그러면 기억이 잘 입력되고 해마 앞쪽 전두엽에 있는 동기부여의 뇌가 자극받아 동기부여가 생겨, 기억이 대뇌피질로 올라가서 견고하게 잘 저장되고 회상이 잘 이루어진다. 어떤 문제를 풀 때는 뇌 일부를 동원하는 것보다 신피질과 고피질 전체를 동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감정표현에 솔직한 것이 좋다














사람이 감정을 자제하고 애써 무표정하게 있을 때, 단기 기억력이 감소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최근 보고되었다. 영화를 볼 때 즐겁고 우스운 장면이 나오거나 슬픈 장면이 나올 때, 웃거나 우는 것을 못하게 감정을 억제하면 영화에 대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감정 중추는 기억 중추인 해마와 붙어 있기 때문에 감정이 즐거울 때 기억이 잘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감정을 부자연스럽게 억제하면 소수의 세포만이 기억 과정에 참가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진다. 


 


예컨대 강압적인 환경에서 일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로 대하면, 사람들은 기가 죽고 자신의 감정을 자꾸 숨기게 된다. 더 부드럽게, 보다 민주적으로 대하는 것이 구성원의 능력 발휘뿐만 아니라 기억력에도 좋다.







 


 












*세계 뇌 주간 행사



2010년 3월 13일부터 20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개최되는 세계 뇌 주간 행사(World Brain Awareness Week)가 국내 10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국내 유수의 뇌과학 연구자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뇌의 기능 및 뇌질환에 대한 최신의 연구결과를 알기 쉽게 소개할 예정이다. 누구나 무료로 이번 행사에 참석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 뇌학회 홈페이지(http://brainsociety.org)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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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훈 2010.03.16 02:15
    저는 이 글에서 "사고∙판단∙학습도 따져 보면 모두 기억을 바탕으로 한 대뇌 기능이다." 이 부분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생각한다는것도 생각해보면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는건 당연한건데 말입니다..뇌기능의 대본이 된다고나 할까요. 그런 느낌입니다. 암기식 교육을 비판하는 그런 주장에 물론 타당성이 있지만 그렇다해서 기억=암기 이렇게 은연중 간주해서 기억의 이러한 엄청난 가치를 낮춰본다면 매우 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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