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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는 서점, ‘울 힘’도 없다


               하루라도 빨리 ‘서점진흥정책TF팀’을 만들어야


안찬용(서점신문)기자,  출판저널 2010년 1월호



“사회적 역할로부터 실제로 분리되거나 분리되었다고 느낄 때 생겨난다. 실제로 분리되었을 때는 주로 경제적 소외가 되며, 분리되었다고 느낄 때는 심리적 소외가 된다.”


《개념어사전》 225쪽에 나오는 ‘소외’의 개념이다. 소외를 들먹이는 건, 서점(주로 ‘동네서점’ 을 이른다)과 관련된 사람을 만나거나, 보고서를 접하거나, 행사장에 가면 자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점’과 ‘소외’의 관계를 철학적 의미로만 해석할 생각은 없다. 그럴 능력도 없다. 다만 이때의 소외(疏外)는 국어사전에 풀이된 ‘어떤 무리에서 싫어하여 따돌리거나 멀리 한다’에 가깝다. 이는 개인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점인의 느낌을 전하는 것이다. 픽션(fiction)이 아니라 팩트(fact)이다.



각주에서 등장하는 서점 정책


정부의 서점 정책을 보자. 2003~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옛 문화관광부)의 ‘주요업무 계획서’를 보면, 서점이란 존재는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듯하다. 8년 동안 서점이란 표현조차 없다. 그나마 2006년 업무계획서에는 ‘출판유통 현대화’ 부문에 RFID란 용어를 풀이하면서 각주에 ‘서점’도 포함된다는 표현이 있다. 2007년도 업무계획서에도 ‘출판물류 RFID의 적용 종합시스템 구축’을 설명하면서 RFID의 각주에 서점이 등장한다. ‘주요’ 업무에 해당 되지 않는 ‘각주’ 에나 등장한다.


반면, 문화부는 전자출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정책적 방안을 제시한다며 ‘전자출판 정책연구 TF팀’을 2009년 10월 30일 출범시켰다. 이와 관련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독자를 기르고, 지역문화를 육성하고, 출판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소서점 육성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자책을 진흥시키겠다고 전자출판 관련 TF를 만드는 일보다 훨씬 시급한 현안”이라며 “시장의 추동력이 있는 일에 정부정책을 강화하는 것보다, 공공성이 높은 시장실패 영역을 보완하고 자생력을 키우도록 돕는 일이 보다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라고 출판학회가 지난해 11월 16일 개최한 ‘소비자 경품규제 폐지에 따른 도서정가제 정책방안’ 토론회에 앞서 실시한 전문가 의식조사에서 답변했다. 물론 문화부에서 서점 정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도 없는 것은 아니다. 2008년 6월 10일 발표된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서는 ‘지역서점 육성’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얼마전 문화부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2009년 독서진흥에 관한 연차보고서〉에는 ‘지역 중소서점 및 특성화 서점(인문학서점 등) 활성화 지원’ 방안이 생겼다. 하지만 제주도 특별자치도만이 중소서점 활성화에 1천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화부도 고충이 있다. 문화부의 2005년도 업무보고서에는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내 인식은 확산되고 있으나 대규모 국책사업 등에 문화적 관점 반영은 소홀하다”고 밝히고 있다.


도서정가제 그늘, 중소서점 애환


이 때문일까.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도서정가제를 도서정가제라 부를 수 없는 도서정가제’가 됐다. 그나마 지난 해 12월 7일 문화부는 물품, 마일리지, 할인권, 상품권 등 모든 유사 할인을 10% 할인 범위에 포함시킨 풀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개정안처럼 시행될 지 의문이다. 문화부는 2007년 8월 31일에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을 “‘스르로 제공하는 할인방법’이라 함은 직접 가격할인 이외의 누적점수제 및 할인쿠폰 제공 등 유사 할인행위를 포함 한다”로 규정하겠다고 입법예고 했지만, 같은 해 12월 28일 공포된 이 시행령에서 개정(안) 조항을 통째로 삭제했기 때문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공정거래법과 ‘이상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되는 저작물의 범위 고시’를 ‘무기’로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 범위를 정했다. 결국 이번에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어도 공정위 고시에 발목을 잡힌 신간 초등 학습물과 실용서는 종전처럼 10% 이상 할인이 허용된다. 이 덕분에 온라인서점에서 판매되는 신간 초등 학습물의 할인율은 20~25%에 이른다.


발행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구간은 처음부터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서점의 구간 할인율은 30~40%에 형성됐다. 정가의 50%에 판매되는 책도 있다. 정가에 책을 사는 독자는 ‘바보’인 셈이다.


서점업계는 외롭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서점은 높은 도서 매입률 때문에 할인을 할 수 없는 처지인데, 이를 모르는 일부 독자는 서점이 폭리를 취한다고 비판한다. ‘책 값이 비싸다’는 독자의 볼멘소리를 출판사 대신 서점이 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는다. 서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높다. 기업의 메세나도 서점분야는 예외다. ‘사회적 책임’을 얘기하는 기업도 서점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 기업에서 책을 많이 구매해도 서점과 무관하다. 출판사는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만 경품을 제공하고, 이벤트를 펼친다. 잡지 부록을 못받는 서점도 있다. 일부 학습참고서 총판은 서점이 애원해야 책을 준다. 중소서점은 유명 저자나 강사를 섭외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청이나 소상공인진흥원에서는 서점과 관련된 지원책이 거의 없다. 기업 연구소나 국책 연구소에서 서점 관련 연구 보고서를 찾기 힘들다. 출판의 미래를 논의할 때 서점의 미래는 뒷전이다. 디지털콘텐츠 유통을 말할 때도 서점은 소주제도 못된다. 서점 관련 단행본도 드물다.





서점진흥정책 TF팀 육성해야


‘콘텐츠’가 강조되는 시대에 콘텐츠 생산의 기초가 되는 책이 유통되는 공간, 상상력과 창의력이 솟아나는 공간은 ‘분명’있지만, 그런 공간이 서점에 대한 정책과 배려는 ‘분명’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서점업계는 소외를 느낀다. 물론 서점업계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서점업계가 반성할 점도 많다(사실 ‘한 마디’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서점업계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서점업계는 지금 힘이 없다. 배고프다고 울지도 못할 지경이다. 그저 소외를 받아들이고 있다.


서점업계의 소외는 서점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서점 시장은 온라인서점, 대형서점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크고, 동네서점의 자리를 작은 도서관이 대치하는 듯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다양한 독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고, 문화의 다양성을 꽃 피울 수도, 출판의 인프라를 튼튼히 할 수도 없다. ‘출판의 실핏줄’이라는 동네서점 고유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편향된 책만 팔리는 사회는 편향된 철학만 가진 사회라 할 수 있듯, 일부 기업이 유통을 독식하는 사회는 일부 기업만을 위한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가 나오고, 수준 높은 콘텐츠가 나올 리 없다.


심소영 씨는 2008년 서강대학교 석사 논문 〈중소형서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이용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도서 등의 출판물은 일반 소비재나 공산품, 또는 여타 문화상품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지위를 부여받아 시장 거래에서의 안정성을 강조해 왔듯이 이를 상품으로 판매하는 서점 역시 지식·정보·교양을 제공하는 전문점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산업적 관점과 문화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서점 진흥책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테면 선별적인 ‘서점의 준공영제’ 도입, 서점의 창업과 세제 지원, 도서 공급률 가이드라인 설정, 서점과 도서관의 협력 체제 구축, 저자 지원 프로그램 마련, 서점 문화행사 전문단체(기업) 설립, 콘텐츠 전문점 설립 지원, 주제와 분야에 따른 공동 세미나-가령 전자책과 서점, 서점의 콘텐츠 생산과 유통, POD와 서점, 서점과 공동체 문화 형성-개최 등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대 변화에 발맞추면서 미래를 내다보고, 만들어가는 서점 진흥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서점진흥정책 TF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답게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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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10.01.06 20:06
    외로움을 딛고 번창하는 계룡문고가 되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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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0.01.06 20:06
    시간있을 때에 동네 서점에 들려서 좋은 책을 발견한 기분~
    몇 년전 제3의 침팬치를 그렇게 구입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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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10.01.06 20:06
    구매의 편리성 때문에 자꾸 책을 인터넷에서 사게 되는 데, 반성해야 겠습니다. 독서구매습관을 바꿔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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