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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이주헌, 2008년 2월 10일 생이니까 생후 22개월이다.

생후 18개월 이주헌이 알고 있는 단어 목록 포스팅 이후로 딱 4개월이 지났다.

그 목록을 정리하고 얼마 안 되어서 『아기성장보고서』를 읽었는데, 

18개월 경 약 50단어를 알게 되고 그 이후에는 단어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목록에 정리한 단어가 61개였는데, 숫자와 알파벳을 빼면 50개다.

















아기성장보고서 p. 197~199



아기들이 습득하는 단어의 수가 처음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한 달은 열 단어 정도로 천천히 증가하다가 대략 18개월경이 되어 습득한 단어 수가 약 50개에 이르면 그때부터 놀라운 속도로 단어의 수가 늘어나 거의 2시간에 하나 꼴로 단어를 습득한다. 단어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기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때부터 6세까지 아기는 90분당 한 단어를 습득한다. 하루에 약 10개의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셈이다. MIT 심리학과 스티븐 핑커 교수에 따르면 아기가 이 속도로 계속 6세까지 단어를 익히게 되면 약 1만 3천 개 정도의 단어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18개월 이후 4개월을 돌이켜보니 정말 단어폭발이란 말이 맞다.

주헌이가 말을 따라하고 단어를 합성하고 문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단어의 개수를 따라잡지 못하게 되었다.



주헌이가 처음 세 단어로 된 문장을 만든 것은 생후 19개월 때의 일이었다.

명사로만 이루어진 세 단어의 조합이었다.

"엄마 자따끄 무"

자기가 타고 노는 자전거에 물을 흘렸다는 것을 엄마에게 알리는 문장이었다.



생후 20개월이 되자 동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앉아, 더줘요, 시어(싫어) 등으로 의사표현을 했다.

명사만 사용할 때보다 훨씬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의사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주헌이가 처음 '완벽한 문장'을 구사한 것은 생후 21개월 때의 일이었다.

내가 처음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도 아주 재밌다.

이런 놀라운 옹알이는 보통 밤에 잠들기 전에 일어난다.

엄마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고 주헌이가 하는 말,

"아빠차에 타따~"

주헌이가 더 어렸을 때 카시트에 앉아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명사+명사+조사+동사'로 이루어진, 게다가 동사의 시제마저 맞춘 완벽한 문장이었다.

이후에 내가 주헌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면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아빠차에 타자~"

동사의 활용을 이해한 듯 말이다.



20개월 이전에는 엄마아빠가 가르치는 단어만 배웠다면

그 이후에는 가르치지 않아도 단어를 배웠다.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들어뒀다가 필요할 때 써먹는 식이었다.

고까(곶감), 아까와 같은 단어는 가르친 적이 없었다.



21개월 이후에 'ㅁ', 'ㄹ' 받침 발음이 꽤 정확해졌다.

그 전에는 거의 받침 발음을 못했다.

딸기, 감 등에서 받침발음을 신경써서 하려고 노력했다.



22개월이 되자 이제는 실제상황에서 적절히 단어를 구사한다.

엄마가 아프다고 누워있으면 눈과 눈을 마주치고 "아파?"하고 묻기도 하고,

누가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모습이 보이면 "머찾아?" 하고 묻기도 한다.

자기가 뭘 찾을 때에는 "어디찌?" 하고 말한다.



주헌이가 특이하게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다.

닥꼬이, 따찌, 따따, 추는 주헌이가 가르쳐준대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닥꼬이는 뽀로로 '마술피리'편에 나오는 도깨비를 가리키는 주헌이의 말이며,

따찌는 권투다. 우리가 '권투권투' 하면서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면
'따찌따찌' 하면서 뒷걸음질로 피한다.

따따는 동그라미다.

하트는 발음 정확하고, 별 달 해 다 하고 세모는 세우, 네모는 네우라고 하는데 동그라미만은 안 따라한다.

대신에 따따는 말로만 표현하지 않고 손으로 원을 그리는 시늉을 같이 해야 동그라미가 된다. 

추는 요구르트다. 르트를 추라고 대충 발음한 듯하다.



생후 22개월 단어폭발이 일어나는 시점.

엄마, 아빠, 하아부지, 할무니, 선생님, 원장선생님(발음 되게 웃김), 이모, 고요(고모)와 같이 부르는 말,
앉아(손으로 앉을 자리를 툭툭 치며), 안고(안아), 기려(그려), 더줘요, 나가자, 내려 등 요청하는 말이나

딸기(딸기요플레), 콩(아몬드), 강(공), 추(요구르트), 카(하모니카), 비유(비누), 호와(호두), 타코(땅콩), 김치, 쥬스 등 달라고 할 만한 것들,

의사표현에 필요한 일상적인 단어는 다 습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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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선 2010.01.01 08:05
    아들이 어렸을 때 보라색 꽃을 보고 '보란 꽃'이라는 표현을 썼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처음 생각해보았습니다.
    하얀, 노란, 파란... 은 쓰는데 '보란'은 왜 안 되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표현까지 나름의 규칙을 설정해서 시험해보는
    아이들의 능력에 감탄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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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1.01 08:05
    주헌이는 자상하고 똑똑한 아빠를 만나 행복하겠다.. ^.^ 5~6명의 조카들이 아기시절 제 20대를 거쳐갔었는데, 아기언어에 대한 세심한 기록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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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영석 2010.01.01 08:05
    "우리 엄마 감기 걸려서 오늘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안되고 내일 와라" --> My mother etch, today no, tomorrow OK. 20년전 1990년 초 딱 이맘때쯤 미국 보스톤에서 살때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 녀석이 미국간지 4-5개월 쯤 되어 영어 배워 깉은 반 러시아 동네친구 전화에 대답한 영어다. 내가 어떻게 대답하냐고 아들이 물어 영작한다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들놈은 이렇게 금시 대답해 버려 상황 종료. 아이들 언어 적응 능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주헌이의 신기한 말 배우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에취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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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식 2010.01.01 08:05
    연휴에 생후 10개월 된 조카를 보고 왔는데,
    서서 옹알이를 하는게, 예뻤어요.

    정원선배, 참, 꼼꼼한 아버지네요. d^^b
    나도 다음 부터 조카 볼때는 또박또박 말하는 버릇을 들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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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0.01.01 08:05
    "따찌 따치,돌이돌이, 쥐암쥐암"는 어렸을 때 얘들에게 가르쳤던 말인데,
    조상 대대로 면면이 이어오는 낱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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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10.01.01 08:05
    언어의 힘은 폭발!적이다.

    네, 맞습니다.
    주헌이가 한자를, 영어를, 일본어를, 중국어를.. 알아가는 순간
    주헌이의 세상은 폭발적으로 넓어집니다. (기하급수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모자라네요^^*)

    주헌이 보고서.. 다음 편이 기대되요~!
    이주헌, 잘 자라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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