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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정의는 세계의 총체성에 대한 해명으로서  형이상학적 탐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자연과학도 포함된다. 형이상학이란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게끔 하는 제1원칙이다. 어떤 건물이 있다고 치자. 이건물의 설계도는 자연과학이다. 그 설계도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철학이다. 즉 이 설계도가 뭐에 의한 것인가, 올바른 것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과학을 하지 않은 채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설계도도 모르는 것이다. 인문과학도 반드시 자연과학을 해야 한다.


 플라톤하면 떠오르는 것이 idea 이다  이데아는 왜 중요한가? 플라톤 이전에도 철학자가 많이 있었지만 플라톤에 와서야 철학이 중요해졌다. 우리가 흔히 이데아 하면 완전한 세계만을 떠올리는데 이것은 플라톤을 반만 이해한 것이다.


장미꽃, 들국화, 해바라기 등 여러 가지 꽃을 보고 우리는 “꽃” 이라는 개념을 떠올린다. 그것의 본래적 의미, 즉 “꽃”이라는 언어 자체가 이데아이다. 이러한 개념 즉 명사가 도열하는 세계가 이데아이다. 꽃- 식물-생명-존재 이런 식으로 이데아가 도열하는 세계가 플라톤의 세계이며 이것이 완전한 세계이다. 개별적인 사물들은 이데아를 지향한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우리는 개별자에 묶여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벗어나서 보편자를 보자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플라톤의 존재론이다.


플라톤의 인식론은 개념이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판단과 인식은 보편개념을 추구한다. 플라톤이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철학사 최초로 인식론을 철학에 끌여 들였다는 것이다. 이 후 세계의 구성과 해체가 철학사에서 계속 되풀이 하여 반복된다.


플라톤의 세계를 최초로 해체한 이들은 소피스트들이다. 플라톤이 감각적인 개별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 점과  보편개념을 강조한다는 점을 소프스트들은 비판한다. 소피스트는 보편자보다 개별자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플라톤의 철학은 귀족적이고 지적이며 철저히 위계적이다. 이러한 귀족주의 철학은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후 완전히 끝나버린다.


그 후 중세시대에 다시 한번 보편으로 바라보는 세계가 올바르다는 플라톤의 귀족주의가 살아난다. 성경에 나오는 “말씀”은 다름 아닌 개념이며, 신, 이데아이다. 보편자가 우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토마스 아퀴나스까지 이어진다.


철학적 혁명이 일어난다. 유명론이 등장함으로서  보편자는 실체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름 뿐이라는 보편논쟁이 벌어진다. 오컴의 윌리엄은 “보편자는 사물의 이면에 있는 이름 뿐이다” 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결정적으로 혁명적 발언이다.  이제 보편자는 추상적으로 전락하여 빛을 잃어버리고 존재하는 개별자만 있게 된다.


오컴의 윌리암의 사상은 종교개혁의 씨앗이 된다. 종교개혁의 본질은 우리는 신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의 지성을 이용해서 보편적인 신을 포착할 수 없다. 이것은 오컴의 윌리암이 신이 계속 몰락하는 것을 볼 수 없어서 신을 천상으로 올려 보낸 의미이다. 오컴의 윌리암은 보편개념을 분쇄했고 우리의 지성을 분쇄하였다. 언어로서, 보편개념으로서의 신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신을 고결한 곳으로 높여 놓았다. 이제 신앙은 아는 것이 아니라 은총이다.  개신교는 기본적으로 신을 모른다는 데서부터 시작된 것이고  이것이 새로운 길 (Via  Moderna) 이다.


근대에 데카르트는 수학을 이용하여 다시 한번 세계의 총체성을 제시한다. 코페르니쿠스에서부터 뉴튼에 이르기까지의 과학혁명을 통하여 자연법 즉 보편적 만유인력의 법으로 세계를 해명하고자 한다. 이제 인류는 세계가 완전히 해명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 과학세계의 자신감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 사람이 데이비드 흄이다.


흄은 법칙이 갖고 있는 선험성과 항구성에 의문을 제시하였다. 지구가 어제도 돌았고, 오늘도 돌았지만 내일도 돌을 것인가?


우리의 지식은 모두 인과율이다. 지식, 명제, 판단 모두 인과율을 벗어나는 것은 없다. 예를 들어 1+1= 2 라던가  y=f(x) 같은 함수도 모두 인과율의 범위에 있다. 그런데 흄은 인과율의 보편성이 예외 없이 성립한다는 것에 의심을 갖은 것이다. 그 신념은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가?, 그것이 믿을 만 한가?


흄은 현대철학에 이르는 모든 길을 제시한 중요한 철학자로서 인과율에 대한 신념이 근거가 없음을 밝혔다. 그러므로 뉴튼 물리학의 보편성이 그 빛을 잃어버리게 된다. 만유인력의 보편성이 소멸한 것이다. 자연과학적 세계가 구축했던 정합적 세계가 다시 한번 해체되어 버렸다. 이제 다시 이 세상에 확실하고 보편적인 것은 없으며 세계는 절망에 빠져버렸다.


이 때 과학에 대한 부활을 시도한 것이 칸트이다. 칸트는 인과율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인과율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명제에는 종합명제와 분석명제가 있는데 종합적이면서 선험적인 (synthetic a priori) 명제가 과학적 판단이라고 하는 것이다


“How is synthetic a priori knowledge possible?"


칸트는 스스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하여 우리 인간은 외부세계를 바라볼 때 그렇게 바라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간과 공간인식의 틀 안에서 바라본다. 외부사물의 보편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보도록 운명 지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즉 진리의 중심을 인간의 내면으로 돌려 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칸트 철학의 의미는 옳지만 내용은 틀렸음이 밝혀졌다.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시공간도 훈련받았을 뿐이라는 실험증거도 많이 있다. 시간과 공간도 선험적인 것은 아닌 것이다. 칸트의 공헌은  현상의 세계와 물리학적 세계를 구분 지었고, 사물의 본래 세계는 아무도 모르고 우리 눈에 보여지는 것은 현상의 세계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은 나름대로 외부사물을 종합하려는 적극성이 있다는 것을 밝힌 점이다.


어쨌든 칸트의 세계는 붕괴되었고 인간은 다시 비전 없는 세계에 살게 되었다.  이 때 비트겐슈타인이 등장하여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였고 그가 구축한 그 세계는 아직도 유효하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언어를 잘 사용하자는 철학이 절대 아니다. 그의 책 <논리철학 논고(Tractatus Logic-Philosophisus )>는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세계를 뒤흔든 책이다. 그는 ”여기에 컵이 있다“라고 말하지 말고 ”여기에 컵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한다. 지적으로 쉽지만 그렇게 심적 전환을 하는 것이 힘들 뿐이다.


현대 과학에서 과학적 법칙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전문가들이 인정한 것 뿐 정도의 의미이다. 자명한 공리 기초위에 세운 수학도 리만기하학에서 붕괴되어 버렸다. 우리는 다른 수학세계에서 살 수 도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그렇게 구성했을 뿐이다.


왜 언어철학이 등장해야 하는가?


“세계는 사실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사실에 의해서 기술된다. 즉 세계는 기술되는 세계이다. 기술은 언어 즉 명제에 의해서 가능하다. 고로 언어에 대해서 알면 세계에 대해서 아는 것이다. 언어는 명제이며 모든 명제를 다 모으면 그것이 세계 전체이고 자연과학 전체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주제는 “이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언어는 즉 명제는 세계에 대한 그림이다. 명제는 상황을 나타내는 그림이므로 그 그림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배운다. 명제가 참일 때 우리는 세계를 알 수 있다.(그림이론)


언어의 작동기제를 보자. 복합명제는  단순명제로 분석되며 마지막에는 요소 명제로 분석된다. 마지막의 요소 명제가 세계와 직접 닿은 명제이고 그 위의 단순명제나 복합명제는 추상화된 명제이다. 그러나 이 요소명제의 속성은 설명할 수 없다. 최초의 공리, 최초의 생명 탄생 등은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의 기원은 실증적인 것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로부터 요청된다(Demand for the simples: 단순자에 대한 요구) 역사 또한 과거부터 축적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입장에서 재구성될 뿐이다.


환원주의는 기원에 대한 탐구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경향인데 비트게슈타인은 이러한 환원주의를 분쇄하였다. 현재에 의해서 과거가 요청될 뿐이다. 최초의 이론, 최초의 요소는 알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선험적인가? 경험적인가?


형식은 선험적이고, 내용은 경험적이다.


형이상학적 명제들은 우리의 경험적 세계를 반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제가 아니다. 이것은 말해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형이상학, 윤리학, 미학, 종교 등은 묻지 말아야할 질문이다. 그것은 세계 속에 들어갈 수 없다.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해 왔다는 것이 그동안 철학의 오류이다. 그 명제가 무의미(sensless) 하거나 거짓이기 때문이 아니라, nonsensial 하기 때문이다. 그 배후에는 황금주의, 자만심, 허위의식에 가득 찬 가짜 예언자가 있다.


"What cannot be said must be shown"


이 세계에는 가치가 존재할 수 없다. 있는 그대로 있을 뿐이다. 세계의 가치는 세계 밖에 존재한다. 중세시대는 내내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졌다. 세계 안에 존재하는 것은 우연적일 뿐이다. 형이상학 등은 우리에게 마치 절대적 가치가 있는 듯이 이야기 하지만 세계는 우연일 뿐 필연적인 것은 없다.  우리세계를 지배해왔던 도그마를 비트겐슈타인은 해소시킨 것이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이 붕괴되었다고 해서 다시 창조론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듯이 보편개념이 붕괴되었다고 신이 사라졌다고 하지 않는다. 단지 과학적 증명을 벗어나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종교의 문제가 언어 속으로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믿지만 그러나 경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신앙은 개인적인 문제이고 은총의 문제이며, 이해할 수 없고, 포착할 수 없다.


세계 밖에서 뭔가 주어진다면 세계는 정합성을 얻고 질서와 규율 속에서 삶의 의미는 분명해진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의 세계는 언어 속에 갇힌 세계로 행복하지는 않다. 이런 시대의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된다. 삶은 후퇴되어 간다. 죽음은 없다. 단지 죽어가는 나만 있을 뿐, 그리고 해체되어가는 세계만 있을 뿐.


고대의 예술은 신앙을 위한 미끼였으나 현대의 예술은 아름다움 자체를 위한 예술이다. 문학책 또한 언어가 구축해 내는 아름다움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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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영 2009.01.15 05:06
    문외한이 듣기에도 재미있는 강의였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과학과 수학을 통해 철학을 설명해줬던 사람이 없었거든요. ^^ 물론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철학에서 느껴졌던 막였했던 아우라의 실체를 조금은 알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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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철 2009.01.15 05:06
    강의노트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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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9.01.15 05:06
    다들 엄청나게 받아적었죠.
    머리를 때리는 혹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는 이 한마디 한마디 놓칠 수 없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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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이 2009.01.15 05:06
    박현숙 선생님 열심히 쓰시던 모습이 생생하네요 ~ ^^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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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말희 2009.01.15 05:06
    특히, 말해질 수 없는 것은 보여져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정리 빠방하네요, 현숙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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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9.01.15 05:06
    박현숙 선생님!
    강의를 다 이해하셨나봐요.. ^^*
    (전공자들에겐 쉬운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철학을 평소 접하지 않았던 저로선 쪽집게 과외 받는 기분이었어요)
    강연자의 명쾌/깔끔한 강의에 놀란게 어제인데,
    오늘은 선생님의 또 한 번 깔끔한 강의록에 감탄합니다~
    강연자님과 완벽한 호흡이었던 것 같아요.
    소중한 이해의 자료, 감사합니다~ 열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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