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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0 07:16

마지막이야기

조회 수 1670 추천 수 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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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제 정신이다

저번에는 참 무슨생각으로 올렸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분들의 감사한 리플을 보면서 아 한번만 더 쓰고 그만 써야겠다는 생각을했다

너무 내 이야기만 하는것 같은게 죄송하다. 계속 이야기한다는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마지막이니 만큼 나는 내 어릴 적 기억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4가지를 하려한다

 

1.방뚝

방뚝 그것은 농사에 사용 될 물이 흘러나오는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곳에서 빨래를 자주 했다

우리집에는 커다란 세탁기가 있었던거 같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세탁기를 이용하시지 않으시고 손빨래는 하셨다

그러던 어느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가 계시지 않던 날

언니와 나는 효도를 하기위해 오늘은 어머니의 일손을 덜어드리자며 빨래를 들고 방뚝으로 갔다

많은 비눗물이 논에 들어갔을 생각을 하니 그건 아니었는데 생각하기도 한다

언니와 나는 7식구의 엄청난 빨래를 들고 갈 수가 없어서

리어카에 대야며, 비누며 빨랫방망이며 그리고 마짓막으로 옷을 잔뜩 실었다

언니는 앞에서 끌고 나는 뒤에서 밀었다

3분이면 도착하는 방뚝

언니는 제법 빨래를 잘 했다

언닌 국민학교 6학년이었고 나는 2학년이었던거 같다

언니를 빨고 나는 헹구었다

난 아예 그 물에 들어가 온몸으로 빨래를 헹궜다

목욕도 할 겸 겸사겸사

빨래는 하나의 놀이였다

옷이 수로에 떠내려가면 나는 냉큼 뛰어올라가 달려 그 옷을 건져왔다

난 그리고 그 옷을 언니한테 당당히 내밀었다

언니는 쳐다만 보다가 다시 빨래만 한다

칫..

다 헹구고서 언니와 나는 온몸을 비틀며 빨래를 짯고 다 합쳐 

한 3시간.. 정도 그렇게 열심히 해서 빨래를 끝냈다

언닌 손이 부르텄고 나는 추워 온 몸을 떨었다

언니가 빨래를 리어카에 담았다

언닌 앞에서 끌고 나는 뒤에서 밀었다

골목으로 들어갈 쯤 그 때 흰나비가 보였다

난 전에 흰나비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고

난 생각했다  ' 앗 이런 재수 없을라나.'

그 순간 리어카 앞부분이 올려졌다

우수수 떨어지는 빨래들..

3시간동안 빨은건데..언니와 나는 서로 쳐다봤다

언니와 나는 누가먼저랄것도 없이 너때문이네 언니때문이네하며 티격태격 옷을 담고 다시 방뚝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깨끗히 헹구고서 우린 집에 돌아왔다

난 집에서 생각했다

흰나비를 보면 재수가 진짜없네?라고

그 후 난 흰나비를 자주 보았구 나는 속으로 아 흰나비봤다하고선 얼굴을 찡그렸다

허나 나비를 보고 재수가 없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흰나비를 보면 나는 항상 생각한다 ' 앗 재수!'

 

2.오줌싸게

내가 신촌이라는 곳에서 살기 전 나는 금천이란 곳에서 살았다

인심좋기로 소문난 동네, 마을이 생기고서 한 번도 경찰차가 들어오지 않았던 마을이었다

 

내가 6살 때 우리 오빠는 1학년이었다

오빤 국민학교를 들어간 나이였음에도 가끔 이불에다가 지도를 그렸다

그런 오빠에겐 항상 임무가 부여됬다

소금을 가져오는 것

엄마는 키를 오빠의 머리에 씌워주셨다

그러면 오빤 군소리없이 잘도 소금을 얻어왔다

오빠가 어느 날 또 이불에 지도를 그렸을 때 나는 조심스럽게 오빠의 뒤를 쫓았다

나는 꽤 몰래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빤 뒤를 돌아보고 나를 봤다

나는 대놓고 오빠 옆에 붙으며 '오빠 어디 가서 얻어 올꺼야?'

오빤 내 물음을 무시했다 난 속으로 칫했다

그리고서 어느 새 이른 초록색 대문 앞

자주 뵈었던 이웃집 할머니

바가지에 소금을 담아오시고선 소금을 마구 오빠에게 소리를 치시며 던지시는게 아닌가

나는 처음보는 광경에 너무 놀라 입을벌리고 오빨 쳐다보았다

오빤 유경험자였으므로 당황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슬퍼보였다

나는 아무말도 안하고 키를 쓰고 돌아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윽..난 절때 오줌싸지 말아야지 속으로 생각하는 어린양초였다

 

 

 

 

3.화장실에 관한 길고도 굵은 기억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나는 참말로 많이 생각했다.

현재 이 이야기를 제정신으로 하는 날, 내스스로가 이상한 사람인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너무 나를 이상한 애로 생각하지 않으셨음 좋겠다.(정말 부탁드리겠습니다)

 

 할머니집 그러니까 우리집은 기와집이었다

마루가 있고 부엌과 방3개 그리고 바깥에 있는 푸세식화장실이었는데

나는 이 화장실을 갈때마다 무서웠다

흔들리는 나무판, 나프탈렌냄새, 그리고 여름이면 올라오는 징그러운 구더기떼 (윽!)

나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이 화장실에서 항상 이상한 생각을 하고 그랬던것 같다

'나는 혹시 이 세상에서 나혼자만이 뼈가없는사람은 아닐까?'

아니다 뼈는 있다. 이생각은 나를 오랫동안 고민에 들게 했다

'나는 원래 부잣집 딸이었는데 무슨 이유로 나를 버린것이 아닐까?'

-_-; 지금의 부모님이 보신다면 슬퍼하실 유치한 생각을 난 심각하게 화장실에서 했다

화장실에서는 왠지 집중이 잘 되었다

그런 화장실에서 나는 나만의 상상을 나래를 펼쳐가던 쯔음

나는 학교 입학을 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학교는 2층건물이었는데 1,4학년. 2,5학년. 3,6학년이 같은 교실을 썼다

1학년 여자4,남자2

4학년 언니2 남자3

 

한 반에 12명을 한선생님께서 왔다갔다 수업을 하셨다

언니오빠들이 수업을 받고 있으면 우리는 그 시간에 정해진 과제를 해야했다

나는 수업시간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선생님 저 화장실 조옴~'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나는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았다

물을 내렸다

콸콸콸콸 잘 내려가는 물

콸콸콸콸 뚜욱..

물이 안내려갔다

어???? 나는 좀 기다렸다가 다시 물을 내렸다

콸콸콸콸콸 시원하게 내려오는 물

그러나 빠지지 않는 물

물은 역류했다

아악!

나는 화장실을 달려나왔다

그리고 난 순진하게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화장실 물이 안내려가요'

선생님은 경험이 있으신 듯 화장실 뚫어뻥을 가지고 물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것을 천천히 보고 기다리셨다

나는 옆에 서서 구경했다............

힘들게 선생님은 변기를 뚫으셨다

윽.. 다음에는 물을 두 번 내려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또 큰 볼일이 보고싶었다

화장실에서 일을 마친 후 나는 물을 내렸다

콸콸콸콸

학교화장실은 참 물은 잘 나왔다

튈정도로..

쏴아~~~~~~~~~~~~ 물은 문제없이 잘 나왔다..

그러나 물은 내려가지 않았다

악 ! 나는 저번의 악몽이 생각났다

또 막힌건가

나는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가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선생님이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부끄러워 미칠것만 같았다

선생님은 내 맘을 헤아리셨는지 아무말씀도 안하시고 또 뚫어뻥을 들으셨다

나는 의기소침해졌다

'내 다시는 저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지 않으리라'

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나 난 그 실수를 한 번 더 했다

난 그 말을 세번째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나서 나는 화장실로 가지 않고

홀로 조회대 계단에 앉았다

눈물이 나왔다

으...으으으흑.

난 소리없이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저번에 언니오빠들이 날 놀렸던것이 생각나면서 나는 그 놀림을 또 받을 생각을 하니

서러웠다

그러다가 친구혜경이가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줬다

괜찮다며..너의 탓이 아니라며(그럼 누구의 탓인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깨를 두드려줬다

난 그래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친구는 들어가고 나 혼자 남겨졌다

나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왜 막힌걸까 왜?? 왜!!!

난 내 몸을 저주했다 나에게 이런시련을 주시다니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

후에 난 심한 놀림을 받았다 언니 오빠 친구들 그리고 전교생에게

왕xx라고...말이다

그 후 난 절대 그 화장실을 들어가지 않았다

학교 뒤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을 난  좋아했다

무섭지도 않았다. 오히려 맘 편해서 나는 자주 그 화장실을 애용했다

 

 

 

4.얄미운 무지개

나는 집에서 뒹굴기를 좋아했다

친구들과 노는게 좋았던 나이였지만 티비가 더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맑았던 하늘에 여우비가 내렸다

친구가 나를 불렀다

무지개가 떳다고 나오라며 나를 부른다

나는 쾅 방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과연 큰 무지개가 저 논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는 신발을 구겨신고 바로 뛰어 나갔다

우리는 아무 이야기도 없이 그저 무지개를 쫓았다

논에 있던 무지개는 우리집 마당에 가 있었다

나는 막 달렸다 무지개를 향해서

도착하자마자 사라지는 무지개

뒤를 돌아보고 나는 또 무지개를 쫓았다

그 무지개는 미란이언니네 소우리앞에 떨어져 있었다

두명이서 시작한 것이 어느 새 모든 동네꼬마들이 우르르 쫓고있었다 

우리는 정신없이 무지개를 쫓고 쫓았다

소리치며 쫓는 우리를 바라보시는 어른들은 웃으셨다

그렇게 잡히지 않는것인지도 모르고 쫓았던 나와 친구는

넓게 마을 몇바퀴를 돌고 지쳐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나는 마루에 앉았다

내가 처음보았던 그 위치에서 무지개가 얄밉게 떠 있었다

나는 무지개를 노려보았다

'한번 잡혀주면 덧나냐' 속으로 욕했다

 

 

이 4가지 추억들은 나를 가끔 웃게 만든다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고 웃고 있으면 사람들은 묻는다 왜 웃냐고

나는 그냥 웃는다

나만 알꺼야 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결국 누군가에게 말하는 날이 오는구나

 

많은 분들이 즐거우셨으면 좋겠다

내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었지만 누군가를 웃게한다는건 기분좋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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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11.20 07:16
    솔직/담백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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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미 2008.11.20 07:16
    "양초순...언젠가는 글로 먹고 살겠다"
  • ?
    윤보미 2008.11.20 07:16
    초순양의 글을 읽으며..
    오늘 아침, 살포시 웃으며 하루 시작합니다. 고마워요. ^-^
  • ?
    류우정 2008.11.20 07:16
    왜 딱 세 번의 글로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럼 섭섭해서 어떻게 해요~.
    그 섭섭함에 읽기만 하다 댓글을 달 수 밖에 없게 만들어버리는데요. ^^
    온지당에서 다과 준비때나 대화 조금 나눈 게 다인데... 이렇게 백북스 홈페이지에서
    초순씨의 글을 읽으니, 그 맛이 빨갛게 잘 익은 달콤한 홍시를 먹는 기분이예요.

    어린 시절 이야기, 우리의 고향 이야기.
    초순씨 글은 물렁물렁 홍시처럼 잘 읽혔고. 달콤한 홍시처럼 기분 좋은 글이고. 쉽게 벗겨지는 홍시 껍질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담하게 이야기해줘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온지당에서도, 백북스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자주 만나요! ^0^
  • ?
    윤성중 2008.11.20 07:16
    ^^ 마지막이 아니길.............마지막이 아닐거야..........!
  • ?
    이서방 2008.11.20 07:16
    ㅎㅎ 재밌네요.그림이 절로 그려집니다.어릴때 생각도 나구요.나무판때기 화장실 정말 불안하죠.
  • ?
    김영이 2008.11.20 07:16
    마지막 이야기는 아니겠죠 완전 말도 안되요
  • ?
    이상구 2008.11.20 07:16
    들려주신 님에 작은 기억들이 아름답습니다.
    지금까지 님만에 행복한 추억이었지만 이젠 창.디모임가족분에겐 전설로
    전해질것 같네요^^*
    행복한 얘기전해주셔서 감사하구요!!
    환절기 늘 감기조심... 근데 이렇듯 아름다운이야기가 3번째글을 끝으로
    하신다니 완전 섭섭입니다. ^^*하루하루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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