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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에 집에 다녀오면서 <스틱(칩 히스, 댄 히스)>을 읽었습니다.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두서없는 생각이 흩날리도록 내버려두며 창 밖을 보았습니다.

오래 전에 어둠이 내려앉은 풍경은 보이질 않고

유리창은 빛에 반사된 제 모습만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게 물었습니다.

(풍경이 보였다면 풍경에게 물었겠지만요)

 

이 책에 유용한 것이 많다는 건 알겠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글을 쓸 때,

여기 나오는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사로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겠어.

그런데 나는, 나의 메시지가 그들에게 착! 달라붙는 것을, 원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 메시지는 무엇이지?

 

<심슨네 가족들>이라는, Fox사에서 최장수를 누리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그 시리즈 중, 광고를 위해 세워둔 거대한 광고판들이 살아나서

마을사람들을 습격하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이를테면 켄터키 프라이드 앞에 있는 할아버지라거나

지붕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햄버거 같은 거 말이죠.

이들은 마을을 때려부수고 사람들을 공격합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메시지를 착! 달라붙게 만들고' 싶다고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사게 하려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것은 돈과 직결된 문제니까요!

공익광고 등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모래알 같은 상업광고의 메시지 속에 묻혀

우리 눈에는 거의 보이지도 않잖아요.

그렇다면 문제는 오히려, 그런 메시지를 어떻게 만들까가 아니라

달라붙어 있는 메시지들을 어떻게 떼어버릴까, 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심슨네 마을 사람들은 마을 광장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마을이 파괴될 위기를 극복합니다.

광고판에 눈을 돌리지 말자고 그들은 노래합니다.

노래에 열중한 그들이 광고판을 외면하자

거대한 광고판들은 제풀에 지쳐서 하나둘 쓰러집니다.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들이니까요.

이 애니메이션의 작가들이 대단한 것은, 이것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광고판이 쓰러질 무렵,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잠시 광고 나갑니다. 자리를 뜨지 마세요. 우리는 광고 후에 다시 돌아옵니다.>

그들 역시, 광고라는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우리 모두 그러하다는 경고를 잊지 않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던 사람들은 윽, 하고 한방 먹고 맙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달라붙는 메시지를 쓰고 싶지 않습니다.

아는 것도 없을 뿐더러 제가 아는 게 진실도 아니고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오래 기억해야 할 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무엇인가 저의 뇌리에 달라붙어 있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자유롭고 열린, 편견이 없는 사고를 하고 싶으니까요.

이 세상 모든 샌드위치를 먹어보지도 않고

서브웨이가 최고라고 생각하긴 싫어요.

 

무섭습니다. 스토리의 힘이라는 게 무서운 거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겁이 납니다. 스토리텔러의 한 사람으로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자각을 계속 하게 됩니다.

이상, 독후감도 아니고 비평도 아닌, <스틱>을 읽고 난 후의

제 멋대로의 느낌이었습니다.

 

 

자, 그런데요, 이제 이 책을 이미 읽으신 여러분께서 한 번 판단해보세요.

제가 쓴 이 글은

<스틱>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SUCCES, 다섯 가지 '스틱의 법칙'에

부합하고 있나요?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

이 다섯 가지 부문의 점수를 매긴다면 말입니다!^^

(정말로 끈끈하게 달라붙어 있군요.

어제 본 영화의 스토리도 기억 못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까지.ㅎㅎ)

 
  • ?
    김경희 2008.09.17 00:24
    황경신님 오늘 생각했는데, 마침 글까지, 반가워요.^O^. 누군가를 생각할때 전달이 되어서 답까지 오는거 같은데 이거 뇌의 과학 으로 설명되나요? 제가 아직 공부가 짧아요.

    의외성 점수 높네요. 황경신님의 심슨이야기라.^^. 생각해볼 여지가 많아서 단순성 점수는 없답니다. 황경신님 글 꽤 스티키해서, 달라붙게 되던데, 달라붙는 메세지 쓰고싶지 않다는거 확실하세요? 신뢰성 점수도 드릴 수 없겠는데요. 감성은 늘 백점이시구요. 스토리도 구체적으로 뭔가 덜 들은 느낌이구요....더 듣고 싶은데요. 전반적으로 짭니다.
    글 너무 반가워요.
  • ?
    김주현 2008.09.17 00:24
    알고 있는 것을 행동해야 한다고 어느 글귀에서나 누구에게서나 듣는 말인데 역시 패러다임이 변해 단번에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작가의 의도나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잘 듣는 것과 더불어 제 신념과 경험에서 비롯한 해석이 공존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다섯가지 스틱의 법칙에 부합. 점수를 매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시지만 그냥 여쭤보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이 다섯가지 부분으로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그냥 물어보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평가를 하기 위해 내 나름의 기준을 세워야하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공들여 내 나름의 기준을 세워 평가한다고 한들. 작가님이 이 점수들에 공감할 수 있을까.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닌데. 그냥 아 그렇구나.
    의미없는 것들이라 사료됩니다.

    더불어 잠시나마 떠오르는 삶의 지혜와 그동안 녹여진 에너지로 점수를 매긴다고 해도 정확한 결과도 아닌 것을.

    작가님의 마음이 잘 전달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스틱을 읽었고, 이런 마음의 소리를 들었구나. 저런 질문을 해보았고. 이렇게 나누려 글을 쓰셨구나. 모두 100점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잘 전달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마음의 소리들 많이 들려주세요. ^^
    블로그 재미나게 잘 보고 있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 ?
    황경신 2008.09.17 00:24
    아이참, 다들 너무 띄워주세요. 여기 자주 오다가 버릇 나빠지겠어요.^^
  • ?
    김영이 2008.09.17 00:24
    생각할거리가 많은 글이네요. 스틱이라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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