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33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형, 꽃은 꼭 이렇게 떨어져야 되는 거야? 항상 피어 있으면 안돼?
  꽃이 지고 나자 그는 마음이 쓸쓸했다.
  “하하, 처음에 나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어쩜 너도 똑같이 그러냐?”
  형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한참 동안 동생을 바라보았다.
  “꽃은 지지 않으면 꽃이 아니야. 항상 꽃이 피어 있으면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모르게 돼.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그는 형의 말을 잘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대로 가만히 듣고 있었다.
  “또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피는 거야. 그런데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가 없어. 만일 우리가 열매를 맺이 못한다면 그건 참 슬픈 일이지.”
  그는 형의 말을 여전히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꽃이 피었던 자리에 ‘버찌’라고 하는 작고 붉은 열매가 맺힌단다. 그런 열매를 맺어야 새들이 그걸 먹고 배가 고프지 않게 돼. 새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그걸 따먹는단다.”
  어린 왕벚나무는 형의 말을 깊이 생각해보았다. 꽃이 지는 건 훌륭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라는 형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것도 같았다.
  “그러니까 동생아, 꽃이진다고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고 너도 한번 기다려봐라. 곧 아름다운 열매가 맺게 될 테니.”
  형의 말대로 여름이 되자 꽃이 피었던 자리에 붉은 열매가 달렸다. 어린 왕벚나무는 열매를 보자 너무나 놀라웠다. 꽃이 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슴에 그런 아름다운 열매가 맺혀지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가슴에 붉은 열매를 달고 푸른 하늘 아래 서 있는 자신이 퍽 자랑스러웠다. 새들이 날아와 열매를 쪼아 먹을 때는 마치 자신이 새들의 엄마라도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이 찾아와 버찌를 먹을 때에도 마치 자기가 엄마가 되어 아이들에게 맛있는 과자를 나누어 주는 것 같았다.
  날씨는 여름답게 차츰 더워졌다. 날이 더워지고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 내리쬘수록 사람들은 그의 그늘을 찾아왔다.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게 된다는 사실 또한 그로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준다는 기쁨에 가능한 한 더 넓은 그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이제 비로소 자신이 왜 한곳에 뿌리내리며 사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한곳에 뿌리박고 사는 삶이 얼마나 매력적이며 소중한 것인지 잘 알게 되었다. 만일 나무가 사람처럼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산다면 그늘을 찾아올 사람들이 없었을 터였다.
  이렇게 어린 왕벚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사람들의 그늘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대낮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한밤처럼 하늘이 캄캄해지고 갑자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요란했다.
  그는 쏟아지는 빗줄기에 자신을 내맡겼다. 시원했다. 도시에 찌든 먼지가 앉은 이파리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빗줄기가 참으로 감사했다.
  번개는 계속 쳤다. 번개가 번쩍 빛을 발하는 순간, 하늘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는 날카로운 번개의 빛줄기를 보자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중년의 한 사내가 급히 아버지 아래로 뛰어들어와 비를 피하던 순간이었다. 다시 한번 하늘이 갈라질 듯 번개가 치더니 갑자기 형 옆에 늠름히 서 있던 아버지가 “쿵!” 하는 소리를 내면서 허리를 꺾고 쓰러졌다.
  아, 아버지!

계속..........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08 공지 개두릅나무 vs 개가죽나무 4 송영주 2008.04.29 3460
2707 공지 6일 동안의 서호주 탐사, 100북스탐험대가 가다 12 김주현 2007.09.13 3458
2706 공지 [추천]영화 '워낭소리' 보기 3 김주현 2009.02.07 3445
2705 공지 3월 31일 [사랑방 이야기] ♥ 3 윤보미 2009.04.03 3437
2704 공지 아쉬움은 또다른 희망을 낳고^^ 이중연 2002.07.30 3437
2703 공지 [가입인사] ^^ 김지혜 2002.10.18 3436
2702 공지 10.8일 아침 모임 car pool 현영석 2002.10.24 3430
2701 공지 대-한 민국 좋은 나라 현영석 2002.08.12 3428
2700 공지 박문호 박사님의 '추천 책 목록' (2008년 1월 25일까지) 9 문경목 2008.01.26 3425
2699 공지 [09.28] '디지털이다.' 천강협 2002.10.18 3424
2698 공지 link 추천 현영석 2002.09.20 3422
2697 공지 질문이요.. 김미영 2002.09.11 3419
2696 공지 2002년 8월 26일 제 6차 모임 후기 이중연 2002.09.17 3411
2695 공지 이동선 사장님.. 점심~! 감사^^감사^^ 유수연 2002.08.21 3402
2694 공지 11.26독서모임 책 안내 " 현대과학과 리더쉽" 현영석 2002.12.01 3387
2693 공지 디지털 도서관도 사람냄새 나게…(중앙일보) 이동선 2002.08.26 3379
2692 공지 "모든 경계엔 꽃이 핀다" 함민복 1 현영석 2007.05.17 3377
2691 공지 한가위 문안 조근희 2002.10.14 3376
2690 공지 안도현님을 만나다 조근희 2002.09.02 3365
» 공지 어린 왕벚나무(2)------정호승 글 이동선 2002.08.26 336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45 Next
/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