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544 추천 수 0 댓글 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 현영석론





15년 전 나는 둔산동 크로바 아파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47평 아파트 속에 재활팔걸이가 레일처럼 깔려 있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내가 제 아무리 좋은 아버지 모임을 만들어 회장을 해도,


현교수님 앞에서는 영원히 소인배라는 걸 고백했다.


그 형님은 그 아파트 속에 아들을 걷게 하겠다고,


형님과 형수는 기어 다녔다.


나는 그 후로 한신아파트 내집에  오면


두 시간씩 엎드려 기었다.


현영석. 


사각얼굴에 거침없는 보이스,


누가 경험 앞에 이론을 내 놓는가.


나는 형님만 보면 박수를 친다.


내 심장의 승모판이 박수를 친다.





2. 강신철론





우리는 절묘한 운명으로 만났다.


미리 헤어져보고 다시 만난다는 걸 아무도 모를 거다.


시골 촌놈과 도시의 사오정 출신이 만나니


둔산동 온누리 일식집에서 밥만 먹고 헤어지는


초짜 인생들이었다.


예측하건데 늦둥이 아들 신세 질 사람이다.


그의  아내는 백지에 흰 물감으로 그린 여인이다.


모든 색을 다 통과시켜주는 순백의 아내.


속 썩어 누렇게 그을린 강교수의 낯빛을


나는 친구들에게 변명한다.


팔자 좋아 골프에 빠져 자외선에 탄 얼굴이라고.


강신철. 


나는 당신 앞에서 쓸개를 빼줄 수 있다.


당신도 쓰디 쓴 쓸개가 없으니.





3. 박문호론





샤부샤부에 가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고기를 먹고 남은 국물에 볶아먹는 날계란 밥은


박문호 박사 앞에 있었다는 것이 그 날의  불행이었다.


국물도 끓기 전에 자신에게 배당된 밥인 줄


널름 비워버리는 박문호의 순수함 앞에,


도복이 없어 팬티 바람으로 낙법을 배웠던


나의 23살 순수함은  유도처럼 나가 떨어졌다.


내가 입술을 댄  로키산맥 천년설의 설수가


박문호보다 순도가 높지 않았다.


순수를 지켜주는 예절은


의무가 아니라 명령이다.


부처의 명령이라도 좋고, 예수의 계명이라도 OK.


‘왜 종교는 졸업이 없어요?’


도대체 앞으로도 45억년 동안


누가 또 이런  화두를 던지겠는가.


나는 그를  만난 것이 운명이다.





                                   2008년 6월 21일  박성일

  • ?
    임성혁 2008.06.21 11:28
    잘 보았습니다. 박성일 원장님, 이외수님의 글을 읽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전엔 자연경관만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요즈음 인간도 아름답구나! 느낍니다.
  • ?
    송윤호 2008.06.21 11:28
    아름답다 ... 아름답다 ... 자꾸 이 단어만 되내이게 되니 ...
    '아릅답다'라는 단어 마저도 부끄럽게 만드는 아름다움이군요.
    현영석론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세 분은 물론이거니와 박 원장님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 ?
    이병록 2008.06.21 11:28
    쓰신 분과 쓰여시진 분은 100권 독서모임의 운영위원으로서
    우리 사회를 환하게 밝혀줄 등불입니다.
  • ?
    윤보미 2008.06.21 11:28
    존경합니다..
  • ?
    임해경 2008.06.21 11:28
    여러 번 읽어도 감동입니다.
    Ditto!
  • ?
    이혜영 2008.06.21 11:28
    박원장님께서는 멋진 시집을 발간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정화되는 아름다운 시. 감사합니다.
  • ?
    양경화 2008.06.21 11:28
    이 분들은 백북스의 아버지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게는 존경스런 스승이시기도 합니다.
  • ?
    임석희 2008.06.21 11:28
    한의학이 물리학이라고 과감히 말씀하시는 박성일 원장님도 덧 붙여지고 싶어집니다. 100북스 크리에이터 명단에!!!
  • ?
    리틀 서윤경 2008.06.21 11:28
    박성일 원장님 글을 읽으면 가슴이 짠~해집니다..
  • ?
    손주영 2008.06.21 11:28
    오랫만에 들어오지만

    푸근한 내 집 같다는 느낌.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두 손 모아 비옵니다.
  • ?
    송근호 2008.06.21 11:28
    숭고한. Creators.. 더이상 무엇을 말하랴..

    박성일 원장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 공지 9월 24일 준비하실 책은... 천강협 2002.08.19 3625
163 공지 귀국을 앞두고........^^ 송윤호 2002.08.24 3625
162 공지 8.15 야외모임 챠량 봉사하실분..^^ 조근희 2002.07.14 3632
161 공지 야외모임 개인 준비물 이중연 2002.07.22 3638
160 공지 홈피개설축하~!!! 유수연 2002.08.02 3640
159 공지 제목과 책내용과의 괴리성.~~ 현낙민 2002.08.24 3640
158 공지 우천불구 모입시다 현영석 2002.07.24 3641
157 공지 우천시 8.15 야외모임 계획 이중연 2002.07.19 3663
156 홍보 다중지성의 정원의 새로 시작하는 세미나에 참가하세요! 김하은 2016.05.07 3664
155 공지 ㅊㅋㅊㅋ홈피탄생^^* 홍혜림 2002.08.02 3675
154 공지 8.15 야외모임 챠량 봉사하실분..^^ 이중연 2002.07.14 3681
153 공지 교과서에 대해 생각하기 이동선 2002.07.08 3687
152 공지 비록 조근희 2002.07.06 3691
151 모임후기 오램만에 찾은 사랑방에서.. 9 오창석 2009.04.23 3692
150 공지 홈페이지 개인독서방 현영석 2002.10.08 3698
149 공지 100권독서크럽 최근 상황 질의 및 답변 현영석 2002.10.14 3703
148 공지 방정환 수필집 '없는 이의 행복' 관리자 2002.07.12 3715
147 공지 대덕연구단지에 '어린이 전문 과학도서관"을 꿈구며... 이동선 2002.07.11 3719
146 공지 힘내세요 조근희 2002.12.20 3722
145 공지 홈피추카추카 이진욱 2002.08.07 372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3 204 205 206 207 208 209 210 211 212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