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294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안녕하세요?
<백북스>를 뒤늦게 알게 되었고, 어느 분이 귀뜸해주신 덕으로 이 글까지 쓰게 됩니다.

23일(화)에 저의 졸시집 <물속의 발자국>과 함께 회원님들과 읽을 시 4편을 올려드립니다.
(적당한 창을 몰라 이곳에 올립니다.)

4편의 시 작품은 최근 문예지 발표작으로, 저의 삶과 시세계를 조금이나마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옮겨 놓습니다.
행사일에 복사본을 드리겠지만 미리 읽고 오신 뒤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을 듯하다는 생각입니다만...
==================

 





단비에 새발자국이 파묻혔어요



발자국 떠내려간 줄 새는 모를 테지요



물속으로 새 한 마리 날아간 것 못 보았지요



비를 털며, 못 본 척 모르는 척



먼 데 하늘만 올려다보겠지요






(『시로 여는 세상』/ 2009 겨울호 발표)






저수지






김치찌개 냄비에서 고기가 또 낚이는 것이다



밥그릇은 어언 밑바닥이 들여다보이는데



둘이나 셋쯤 끝날 줄 알고 푹, 푹 숟가락질 했는데



냄비 기슭에서조차 돼지비늘이 튀는 것이다



물속이, 주인 여자가 두어 길 저수지여서



진흙에 빠진 듯 오도 가도 못하는 것이다







(『시로 여는 세상』/ 2009 겨울호 발표)




 

호박죽







찬 밥 한 술 떠먹고 가을볕 쬐겠다며 계룡산 골짜기 상신리에 간다


 산그늘도 허수아비도 폐가 장독대도 살 부러진 우산도 단풍이다 퍼질 대로 퍼진 배추 엉덩이도 단풍이다



단풍인 척, 단풍인 척 흔들리다 돌아오니 아버지는 막내 손자의 토끼가면을 거꾸로 쓴다


턱밑으로 귀가 쫑긋, 선다



아, 


위아래를 몰라보는 토끼의 눈도 단풍이다



가면의 고무줄이 간지러웠나보다
  빨간 색 손잡이 귀이개를 찾지 못해 늙은 아내에게 혼쭐이 난 토끼



빨간 색이 대수냐는 듯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파는 토끼 눈에 그릇그릇 넘쳐나는 호박죽
  내가 어제 죽집 다녀와 쌓아둔 토끼 아내의 호박죽


상신리 은행잎마냥 누우런 단풍이다





(『시에』2009 겨울호 발표)




  첫눈







호수는 물뿐이어서 눈물 나더라



모과나무 아래 모과뿐이어서 눈물 나더라



빙어장수 안 씨, 여름내 무사했는가



폐가 홀아비 김 형은 겨울을 어찌 견디려는가



수중엔 까치밥 한 그릇,



울며 집 나와 모자를 푹 눌러써도



피할 수 없는 눈뿐이어서 눈물 나더라






(『정신과 표현』2010년 신년호 발표)






  • ?
    연탄이정원 2010.03.16 19:34
    시인 이강산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담주 화요일 강의 일에 뵙겠습니다^^

    전 시인 이강산님 강의가 올라 오자마자, 검색해서 시 몇편도 이미 어제 감상하고 어찌 어찌 가다보니 블러그까지 방문하여 즐겨찾기까지 해 두었답니다. 헤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
    연탄이정원 2010.03.16 19:34
    갑자기 프린터가 말을 안들어서 전 직접 필사까지^^ 시인 이강산님, 강의 시간 기대해봅니다.
    벌써부터 담주 화요일 백북스 정기모임을 기다리는 1인^^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44 본진 45명 입국 완료하였습니다. 18 김영이 2009.08.23 2293
943 공지 2월 첫 번째 모임 안내~! 송윤호 2004.02.03 2294
» 이강산 시 4편-23일 읽을 시 2 이강산 2010.03.16 2294
941 공지 CEO가 될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제프리 J 폭스) 1 오중탁 2003.06.13 2295
940 공지 군생활 종교활동 초코파이신 4 문경목 2007.05.09 2295
939 공지 사랑밖에 난 몰라 2 김주현 2007.04.10 2296
938 안녕하세요. 가입인사 드립니다. 1 김형렬 2010.01.06 2296
937 [re] It's 대전 - 황해숙 사모님 기사 18 관리자 2009.07.08 2297
936 공지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까지 이어지는 모임 윤석련 2003.02.27 2299
935 공지 선비정신 강신철 2003.07.23 2300
934 공지 추카 추카.. ^^ 한창희 2003.07.03 2302
933 공지 50회 특집 토론회 최종공지! 송윤호 2004.07.25 2302
932 공지 50회 모임 감사 3 현영석 2004.08.04 2302
931 하룻강아지 범의 해에 인사드립니다. 4 박영재 2010.01.02 2302
930 6월의 사랑방 참여...주변 생각 6 한성호 2009.06.18 2302
929 내일신문1면 백북스정기강연회 기사 (조금 크게) 윤보미 2009.06.09 2303
928 공지 100books 홈페이지 새로운 운영자 13 박문호 2007.10.08 2304
927 신영복 교수님 강연을 듣고... 1 전동주 2009.06.11 2304
926 정주영 회장의 빈대論 2 이중훈 2010.07.17 2304
925 공지 안녕하세요^^ 1 강선화 2004.12.13 230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64 165 166 167 168 169 170 171 172 173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