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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서신으로 한 예술가와 아름다움에 대한, 과학과 예술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제 창의성 디자인 모임에서 "과학과 예술"이라는 견지에서의 논의가 잠시 되었기에, 무언가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싶어 그 서신을 공개합니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아름다울때 왜 눈물이 나는가?" 라는 질문.

이에 대한 가장 시원한 답변은 바로 일랑선생님의 설명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날들을 위하여~!!!

===============================

선생님!

우선, 포도밭 예술제에 함께 가 주시겠다라고 하니.. 너무 기쁩니다.
류기봉 시인 이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모임의 사람들이 다들 너무 좋아해요. ^^*
9월 8일.. 토요일입니당~

오늘은 "과학과 예술의 만남" 이라는 전시회에 다녀왔답니다.
명화 속에 숨겨진 과학이론들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
예외없이 여기서도 "피나보치 수열"에 대한 설명이 나왔지요.
그래서, 전에 여쭙지 못했던 질문이 생각나서 다시 홈페이지에 들어왔습니다.

선생님,
독도 그림을 그리셨을때... 이미 피나보치 수열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신건가요?
아니면, 선생님께선 붓과 물과 먹과 종이와 함께 소통하신 것 뿐인데,
그것이 나중에 보니까...(어떤 사람이 분석을 해 봤더니) 피나보치 수열에 나선구조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건가요?

많은 예술 작품,
아니.. 살아 있는 자연세계에서 만나는 피나보치의 세계가 신기합니다.
완벽한 아름다움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명상을 한다고 하셨죠? 충분히 공감되면서, 이런 피나보치... 같은 것이
무언가 에너지와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인 것만은 맞는 것 같습니다.

오방색만 하더라도, 우리 조상들이 뽑아낸 다섯가지 색 이전에..
오방색으로 된 작품에서, 즉, 다섯 색상이 조화로운 작품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 것도
역시.. 어떤 에너지라고 생각되구요.

갑작스런 태풍에 날이 짓굿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꾸벅~

임석희 드림

 

다음은 일랑 이종상 화백의 답신입니다.

 

임석희님 반갑습니다.
확실히 과학과 예술, 그리고 서예와 회화, 또 이론과 실기는
조금만 깊어지면 本是同根生으로 石濤가 말한 一以貫之라고 믿습니다.

아름다움의 본 뜻은 (나/아름/이상)+(다움/근사 /일치 )= (아름다움/나의 이상과 일치)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기 안목에 드는 사람이나 물건, 상황을 보면 우린 곧잘 '근사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도대체 무엇과 '近似(닮았다)'하다는 말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생존을 위한 자신의 이상에 일치를 의미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종족보존과 생존을 위해서 동물적 본능으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함을 배우는 것이
적자생존의 원칙이며 자연의 질서를 터득하는 깨달음의 길이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예술은 '창작'은 될지언정 창조가 될 수 없고,
과학은 '발견과 응용'이 될지언정 무한동력의 꿈을 이루지 못하듯,
엔트로피의 법칙을 피해갈 수는 없나봅니다.

창조는 다만 신의 것일 뿐,
과학자나 예술가는 신의 섭리를 발견하고 깨달아 즐거움과 이로움을 더 해줄 뿐입니다.

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이과반에서 공부를 하다가 미술대학을 갔는데,
마침 2년간이나 건축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좋와하는 기하학을 기본으로한 고등투시학과 설계학을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 다중소실점의 나선계단 설계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런데 그때 바로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사노 피보나치(L.P Fibonacci)에 대한
재미있는 나선형의 원리 얘기가 나오더군요.
그러나 나는 일찍 고 3 때, 이미 기하시간 중에 비보나치에 대해 들은바 있어 이해가 쉬웠답니다.
자연 속에 아름다운 질서로 자리잡은 피보나치수열에 대한 흥미 있는 얘기였기 때문이었지요,
넝쿨식물의 성장지향성과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의 움직임과
물결의 유체역학이 갖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곧 생명이요 힘임을 배웠습니다.

미술대학에가서 산수화론을 배우는데 바로 이런 유체역학의 원리가 바로 운문유수준법으로 나오고,
기운생동과 골법용필, 응물상형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예술은 자연이 선물한 수리학의 극치다'라고 주제넘게 글을 썼던 적도 있었습니다.

예술가에게 매사에 관심과 고민, 의문과 깨달음이 있어,
마치 초끈이론처럼 체계화 된다면 그로부터 엄청난 기운이 생동하고,
아름다움이 스스로 발산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곧, 새의 활력소이며 삶에 에너지 입니다.
주변에 널려 있는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은 기운생동하고 행복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이는 산 송장에 다름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아름다움은 안목의 직경만큼만 보이게 마련입니다.
깨달은 바가 쌓이고, 곰삭아서 무의식 중에 그려지는 것이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
임석희 님은 내 말 뜻의 그 너머까지도 이미 헤아리실 안목이 있으신 분이기에 두서 없는 답변을 드렸습니다.
늘 건강하시어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난 만남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랑   2007/08/07   
  • ?
    이부원 2008.05.11 03:48
    아름다움이란 흔히 " 시각" 을 중심으로 한 사물의 형상에 관한 것으로
    보통 아름다움이란 나의 "총체적인 느낌(Feeling) "일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예술이란 아름다움 보다 한차원 높은 경지로서 거기에는 작가의
    치열한 어떤 정신이 녹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념이 든다..
    그러한 작가정신이 그 작품의 가치가 아닐까...
  • ?
    이나라 2008.05.11 03:48
    정말 아름다운 서신이예요. 귀로 들을때보다 이렇게 글로 만나니 그 말씀이 더욱 가슴에 새겨집니다.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 두고 싶어요. ^^
  • ?
    이상수 2008.05.11 03:48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고 결국 자연이치대로 흘러가는 것인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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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영 2008.05.11 03:48
    적어두고 싶은 좋은 글귀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아름다운 필담입니다.
    기쁘게 읽고 갑니다. 저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안목의 직경을 넓히기 위해 더욱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
  • ?
    임유정 2008.05.11 03:48
    참으로 따뜻하고 그윽한 서신 입니다.
    피나보치수열이 뭔진 잘 모르지만 이종상 화백의 독도시리즈는 좋아합니다. 이 참에 피나보치수열이 뭔지 좀 알아봐야 겠습니다. 무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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