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17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끝없이 먼 ‘세상의 끝’ 남극을 가다-17박 18일 4만4천458㎞ 2009년 01월 23일(금)











세상의 끝, 남극. 하지만 남극은 자원확보와 과학연구의 최전선으로 소리 없는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서울신문과 공동기획으로 남극에 대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남극세종과학기지를 찾아 대원들의 생활과 남극에서 얻어진 연구성과, 지구온난화에 신음하는 남극의 모습을 싣는다. 세종기지에는 2007년 12월 도착해 이달 말 임무를 마치는 제21차 월동대원 17명과 남극의 여름을 연구하기 위해 들어간 10여 명의 하계연구원 등 50여 명이 머물고 있다. [편집자 註]





희망의 남극을 가다 세상의 끝, 지구의 중심을 찾아 떠난 17박 18일간의 여정. 지구 한 바퀴(4만㎞)를 훌쩍 뛰어넘은 4만4천458㎞의 길고 길었던 길. 각종 비행기와 선박, 소형보트를 끊임없이 갈아타야 했던 고난의 연속.

남극세종과학기지를 찾아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LA, 칠레 산티아고, 푼타아레나스, 킹조지섬 칠레공항, 세종기지에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다시 세종기지를 출발해 푼타아레나스, 산티아고, 미국 애틀랜타를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당시에 느낀 소감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가는 길 : 인천공항 → LA → 칠레 → 남극

●인천→LA(9천568㎞· 비행시간 10시간 35분)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렌다. 극히 일부의 허락된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남극 킹조지섬 세종과학기지. 일정을 조율하는 데 2주일, 각종 서류를 작성해 외교통상부 장관의 입극 허가를 받는 데 다시 2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지구상의 어떤 곳도 이보다 가기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LA→산티아고(8천992㎞· 비행시간 11시간 5분)

LA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은 후 세관검사를 마치고 다시 짐을 부쳤다. 지구 반대편인 미국까지의 거리와 LA와 적도를 두고 대칭에 가까운 산티아고 사이의 거리가 비슷하다. 오히려 적도를 기점으로 바람이 바뀌기 때문에 비행시간은 더 많이 걸린다.

●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2천176㎞· 비행시간 3시간 30분)

어렸을 때 하던 우스갯소리가 농담이 아니었다. 칠레는 정말 긴 나라였다. 중북부에 위치한 산티아고에서 남쪽 끝 도시 푼타아레나스까지 비행시간만 3시간이 넘었다. 지난 35시간 동안 비행기에서만 다섯 번의 식사를 했다. 푼타아레나스가 가까워졌다는 기내방송이 나온다. 대기시간을 포함해 38시간이 걸려서야 여행의 첫 번째 기착지에 도착한 셈이다.







▲ ①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이륙 한 우루과이 군용기 창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남극 대륙. ② 군용기 내부. 킹조지섬에서 푼타아레나스로 돌아가는 유즈모호. 

●푼타아레나스

마젤란의 도시. 이곳에서 킹조지섬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호텔 밖으로 보이는 부두에는 미국의 쇄빙선 파머호가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1만t급이 넘는 파머호는 남극을 연구하는 모든 연구자들의 꿈이다.

●푼타아레나스→킹조지섬(1천240㎞· 비행시간 3시간)

전화가 오면 짐을 싸서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기를 3일째. 드디어 출발이다. 전기안전공사 감독관, 국토해양부 조사관, 한양대학교 대학원생 2명 등 기자를 포함해 5명이 동행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각 나라 연구진들이 대기 중이다. 호주 연구원 한 사람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 ‘코리아’라고 대답하자 ‘킹세종?’이라고 되묻는다.

세종기지의 위상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하다. 킹조지섬으로 가는 항공편은 비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우루과이 군용기뿐이다. 편도 800달러에 육박하는 운임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대륙으로 직항하는 민간항공기는 편도 2천200달러에 달한다. 남극의 벽이 더욱 높게만 느껴진다.

●우루과이 군용기 안

소음·진동과의 전쟁. 3시간여 지났을까. 시리도록 푸른 색의 바다 위로 여기저기 살얼음이 보이고 둥둥 떠가는 빙하들이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그 너머로 저 멀리 하얀 땅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떤 이, 어떤 나라의 소유도 아닌 지구상의 유일한 땅.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남극은 ‘세상의 끝’이라는 이미지에 너무도 잘 어울리게 고요했고, 그러나 장엄하게 다가왔다.

●킹조지섬 공항→세종기지(11㎞· 운항시간 30분)

킹조지섬 칠레기지의 공항은 자갈밭에 가까웠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이곳이 남극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기지에서 우리를 마중나온 대원들은 이미 5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바닷가에 올려져 있는 조디악(고무보트)에 오르기 전 구명수트를 입었다. 공항에서 기지로 가는 길은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뒷바람이라 비교적 수월했다.

오는 길: 남극 → 칠레 → 애틀랜타 → 인천공항







▲ 남극세종과학기지 앞마당에 있는 이정표.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도시까지의 직선거리가 표기돼 있다. 
●세종기지→푼타아레나스(1천255㎞· 운항시간 86시간)

남극에서의 아쉬운 1주일을 뒤로 하고 러시아 조사선 유즈모호에 올랐다. 군용기의 다음 출극 일정은 1월 6일. 너무 오랜 시간을 남극에 머무를 수 없어서 택한 배편이었지만 타는 순간부터 후회막급이었다. 세계 3대 악협이라는 드레이크 해협에 들어서자 4천톤급인 유즈모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탁자는 네 발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아다녔다. 자리에 누워 머리를 어느 쪽으로 두는 것이 잠이 잘 올까를 3박 4일 내내 고민했다.

●푼타아레나스→산티아고(2천176㎞· 비행시간 3시간 20분)

돌아오는 길에 만난 산티아고 공항의 펭귄 인형은 낯설지 않다. 남극에서 볼 수 있었던 해표와 각종 새들의 인형도 반가울 따름이다. 한여름에도 추운 남극과 달리 산티아고 공항의 여행객들은 너무나 가벼운 옷차림이다.

●산티아고→애틀랜타(7천600㎞· 비행시간 9시간 45분)

오로지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뿐인데 비행기는 더 이상 타기가 싫다. 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졌다가 눈을 떠보면 고작 한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들리는 한국 관광객들의 목소리는 지난 2주일간 극지에서 일하는 대원들만 보고 있었던 나에게는 오히려 신선했다.

●애틀랜타→인천(1만1천440㎞· 비행시간 15시간10분)

드디어 긴 여정의 끝이다. 3주에 걸친 남극행은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받을 수 있었던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 고생을 하고도 꼭 다시 남극을 찾겠다는 월동대원들의 다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우주´를 목표로 삼아야겠다.





박건형 서울신문 기자 | kitsch@seoul.co.kr


저작권자 2009.01.23 ⓒ ScienceTimes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24 공지 인사드립니다 3 한 숙 2009.02.04 1472
2523 공지 가입 인사 드립니다. 수학아카데미 가입 가능할까요? 4 김한호 2009.02.04 1525
2522 공지 [공지]익명글을 삭제합니다. 강신철 2009.02.04 1656
2521 공지 클림트 전이 열립니다.(2/2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이혜영 2009.02.04 1684
2520 공지 고마웠습니다 7 나희덕 2009.02.04 1624
2519 공지 사상의학 뇌과학적 해석 미설명부분 1 file 박성일 2009.02.03 1811
2518 공지 가입인사드립니다. 1 황정택 2009.02.02 1427
2517 공지 별밤 365 못받으신 분~ 3 김영이 2009.02.02 1556
2516 공지 백북스 가입 일주일차 - 중독? 몰입?? 5 지석연 2009.02.02 1747
2515 공지 31일 통섭 심포지움 후기 3 오선영 2009.02.01 1700
2514 공지 1월31일온지당멋진 만남/감사!!!. 경북 안동에서 7 강호구 2009.02.01 1855
2513 공지 가입인사드립니다. 3 송형주 2009.02.01 1496
2512 공지 가입인사 드립니다. 1 박남준 2009.01.30 1473
2511 공지 가입인사 드립니다 2 정대중 2009.01.30 1523
2510 공지 빌 게이츠가 "위대한 선생님"극찬[중앙일보] 4 이동선 2009.01.30 1673
2509 공지 이정모 교수님을 만나는 곳, 100m 전~♪♬ 6 윤보미 2009.01.30 2154
2508 공지 별밤 365 제본 신청 확인 1 김영이 2009.01.29 1550
2507 공지 [공지] 백북스 회칙을 공표합니다. (2009년 2월 1일 시행) 8 관리자 2009.01.29 1795
2506 공지 기후 커넥션. 온난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필독서 4 장종훈 2009.01.28 1648
» 공지 [기사]‘세상의 끝’ 남극을 가다-17박 18일..세종기지탐사 서지미 2009.01.28 175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