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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헨슨은 <아닌 것>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책밤지기의 추천책을 읽고, 내 안의 어떤 나를 꺼내보이는 시간인 그야말로 책과 대화가 쏟아지는 밤, 책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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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밤지기로 모신 분은 김초엽 작가다. 다양한 삶과 세계, 어쩌면 낯설게 느껴질수도 있는 '타인의 삶'을 경험하게 하는 책 4권을 추천해주셨다. 대부분 여성이며 성소수자인 이들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힘껏 노력한 인물들의 혁명적이고 시적인 전기인, <진리의 발견>. 장애인의 신체를 멸시하거나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몸만이 갖는 '압도적인 고유성'을 섬세한 시선으로 써내려간 12명의 심층 인터뷰집 <기억하는 몸>. 내면화된 억압에 맞서 자기혐오를 자긍심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저항은 다양한 운동 간의 연대에 기반한 교차성 정치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 <망명과 자긍심>. 무녀, 만신, 소녀연예인단까지 한국의 근현대사의 '대'를 잇는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생생히 되살려낸, 경계와 규정 그것을 넘어서는 사랑에 관한 서사 <소녀 연예인 이보나>. 책들을 한자리에 놓고 보니 몇 개의 키워드가 잡혔다. 퀴어, 소수자, 장애인의 삶. 누군가에게 한 권의 책이 아닌 4권의 책을 한번에 추천받는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작게는 현재 그분의 관심사부터 크게는 가치관에 조금쯤 다가가게 해준달까. 그 책들에서 흐르는 서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책밤지기와 마음을 나눈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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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 하나를 뺄 수 없이 모두 좋은 책들이지만, 이번 백북스 책밤 선정도서로 결정된 책은 이토 아사의 <기억하는 몸>이다. 우리의 몸은 매일 달라지고 있고, 살아오면서 각자의 몸에 흔적을 남겨왔다. 한사람의 역사가 몸에 데이터처럼 새겨져 있고, 그 몸과 함께 지내온 시간이야말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일 수 있다. 조금 다른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특별한 체험담 <기억하는 몸>을 읽으면서 한사람 한사람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나와 다른 몸을 가진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시간을 마주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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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소수자의 삶을 다룬 책들을 다루다 보니, 문득 떠오른 책이 있다. 책밤지기 2호 요조님의 추천책 중 선정도서에 이름을 올린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다. 독서 수업 중 책의 주제를 찾는 힌트로 "서로 몸이 달라도 __________ 자"라고 쓰면서 내심 '존중하자'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선생님. 선뜻 답을 못하고 있던 어린이는 "알았다!" 하더니, "서로 몸이 달라도 같이 놀자." "반겨주자."고 썼다고 한다. 어린이의 상냥한 마음씨가 그대로 전해져서 내 마음도 말랑해진다. 맞다. 존중이라는 단어에 갇혀 어떻게 대할까 고민하지 말고, 반겨주고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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