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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17:43

멜라닌이야기..생물관련

조회 수 1973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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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을 막는다












파에톤은 현재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처음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날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아버지가 태양신 헬리오스라는 사실을 반쯤은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태양신 앞에 서 있었고, 그는 기꺼이 파에톤을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고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에 파에톤은 태양신의 수레를 하루만 몰게 해달라고 청했다. 파에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양신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하던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했지만, 신의 맹세는 천금보다 무거운 법. 이미 입 밖에 낸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태양신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파에톤을 설득시키려 했으나, 결국 뜻을 꺾지 않는 파에톤에게 마지못해 수레의 고삐를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비록 태양신의 수레에 대신 올랐다고는 하나 대신(大神) 제우스조차도 다루기 벅차 하는 태양신의 수레를 파에톤이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수레를 끄는 네 마리의 천마는 멋대로 날뛰기 시작했고, 불덩어리처럼 뜨거운 태양신의 수레는 궤도를 벗어나 대지와 하늘을 휘저었다. 삽시간에 대지는 불타오르고 강은 말라서 바닥을 드러냈다. 리비아가 사막이 된 것도 이 때였고, 여러 샘이 사라진 것도 이 때였다. 에디오피아 사람들의 피부가 까맣게 된 것도 이 때부터였다고 한다. 결국 제우스가 벼락을 던져 파에톤과 수레를 산산이 부순 뒤에야 겨우 대지는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 신화 속에서 파에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무리하게 시도합니다. 파에톤의 이야기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존심과 치기(稚氣)만으로 일을 진행시켰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파에톤은 너무나도 훌륭해 보이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당당히 그의 아들로 인정받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파에톤은 결국 대지를 불태우고 샘을 고갈시켰으며 사람들을 다치게 한 죄인이 되어 신이 내린 벼락을 맞고 죽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파에톤 신화 속에는 ‘분수를 알라’는 교훈과 함께, 옛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문을 어떻게 설명하였는지도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신은 사막처럼 쓸모 없어 보이는 불모지를 왜 만들었는지, 왜 선조 때에는 콸콸 넘쳐흐르던 샘이 말라버렸는지, 왜 지역마다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른지에 대한 대답 말이지요. 그들은 사막과 말라버린 샘과 검은 피부는 모두 신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파에톤의 치기 어린 행동이 가져온 일종의 불상사였다고 이야기합니다. 파에톤이 저지른 많은 사건들 중에서 오늘 이 글에서는 그 중 하나, 검은 피부를 둘러싼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람의 피부색이 저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우리 피부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중 하나인 멜라닌 세포(melanocyte) 덕분입니다. 옛사람들도 햇빛을 오래 받으면 피부색이 어두워지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피부를 이루는 세포 중에는 멜라닌세포가 존재합니다. 이 멜라닌 세포는 티로시나제(tyrosinase), TRP1, TRP2 등 세 가지 효소의 영향을 받아 멜라닌이라는 어두운 색을 띤 물질을 만들어냅니다.햇빛 속에 포함된 자외선은 세포에 해롭기 때문에, 자외선이 피부에 닿게 되면 우리 몸은 자체 보호막을 가동합니다. 멜라닌 세포가 멜라닌을 많이 만들어 주변 피부 세포에 고루고루 나누어 주는 것이죠. 검은색의 멜라닌은 자외선을 흡수해 자외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고, 세포에게 해를 입히는 유해산소유리기를 제거하는 일도 하여 피부의 건강을 유지시켜 줍니다. 같은 양의 자외선을 쬐었을 때, 피부가 검은 사람보다 흰 사람에게서 피부암 발생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는 것은 멜라닌이 지닌 세포 보호 효과 덕분입니다.  

 












참고로 자외선이 왜 세포에 해로울까요? 세포 안에 존재하는 유전물질인 DNA는 모두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반드시 정해진 염기와 짝을 이루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DNA를 구성하는 염기는 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의 4종류입니다. 그런데, 정상적으로는 항상 아데닌은 티민하고만, 구아닌은 시토신하고만 결합합니다. DNA계의 불문율인   셈이지요. 그런데 자외선은 이 불문율을 깨고 티민(T)과 티민(T)를 결합시켜 버립니다. 때문에 DNA상에 결합 오류가 생기게 되고, 잘못된 염기 결합으로 손상을 받은 DNA를 가진 세포는 결국 죽게 됩니다. 이 밖에도 자외선은 피부를 구성하는 결합조직을 파괴하거나 약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외선을 많이 쬐면 피부가 검게 탈 뿐 아니라, 피부가 거칠어지기도 하고 주름도 쉽게 생긴답니다.






 

 











이처럼 사람의 피부색-눈동자 색과 머리카락 색까지 멜라닌의 양에 의해 결정됩니다. 에디오피아인의 피부색이 검은 것은 햇빛이 강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결과입니다. 짙은 피부색의 원인이 햇빛이었다는 것은 옛 사람들도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그것은 결코 갑자기 일어났거나 혹은 피부로 피가 몰려서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환경에 잘 적응한 이들, 즉 햇빛의 양에 따라 적절한 멜라닌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좀더 많은 후손을 남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햇빛이 강한 곳에는 짙은 피부색을 가진 이들이,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창백한 피부를 가진 이들이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죠. 유독 에티오피아인 뿐 아니라, 사람들은 햇빛에 일정시간 이상 노출되면 피부색이 짙어집니다.

 












그런데 때로는 아무리 햇빛에 노출되어도 여전히 창백한 피부를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백색증(albino)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이지요. 백색증은 멜라닌을 만드는 효소의 결핍 증상을 지닌 유전질환입니다. 정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완전한 전신성 백색증의 경우에는 피부가 창백하도록 하얗고, 머리카락을 비롯한 온몸의 모든 털이 흰색을 띠며, 눈에도 색소가 없어서 안쪽의 핏줄이 비쳐서 붉은색을 띠게 됩니다. 심지어 흑인임에도 백색증을 가지고 태어나면 백인보다 더 창백한 피부를 가질 수 있답니다.






 

 

 

















우리는 흔히 멜라닌을 미백과 피부와 연관되어 생각하기 때문에 멜라닌이 피부에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우리 몸 속에 멜라닌이 존재하는 또 다른 부위가 있으니, 그 곳은 바로 우리의 뇌입니다. 실제로 우리 뇌 속에는 흑색질(substantia nigra)라는 부위가 존재합니다. 이 부위에는 멜라닌을 많이 함유한 신경멜라닌세포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옅은 색을 가진 뇌의 다른 부위와는 달리 짙은 색을 나타냅니다. 뇌에 자리한 신경멜라닌세포들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dopamine)을 분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도파민은 신체 내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며, 행동을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인체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따라서 뇌에서 신경멜라닌세포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답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인해서든 뇌 속의 신경멜라닌세포가 파괴되면 퇴행성 신경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지요. 전설의 복서였던 무하마드 알리를 손발조차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든 병이 바로 이것입니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알리의 경우에는 복서 시절에 머리에 반복적인 충격을 받은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게 되었다고 합니다. 파킨슨병에 걸린 이들은 흑색질 부위의 신경멜라닌 세포가 파괴됨으로 인해 도파민이 부족해져서 알리처럼 손발이 저절로 떨리거나 근육을 마음 먹은 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을 겪게 됩니다.

 









흔히 우리는 인간을 구별할 때, 피부색에 따라 구별하곤 합니다. 이 때 피부색은 단지 인간이 지닌 물리적인 특징 중 하나일 뿐인데도, 누군가에게는 피부색의 차이가 곧바로 인성(人性)의 차이를 떠올리게 할 만큼 큰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를 혐오하고 차별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던 일들은 일일이 그 예를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일어났습니다. 문득 피부색의 차이는 그저 자신이 살던 곳에 열심히 적응한 결과로 나타난 물리적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옛 사람들도 알았다면, 지금처럼 피부색으로 사람을 가르는 문화적 악습은 나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옛사람들은 몰랐더라도, 지금은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라도 이런 악습은 철저히 없애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죠.

 

 


 


 



예전부터 우리는 인종을 백인, 황인, 흑인으로 구분했습니다. 인종의 구분을 멜라닌 색소의 양으로 구분했던 것이죠.

오래된 구분법이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긴 했는데, 과연 이렇게 멜라닌 색소의 차이로 인종을 구별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일까요? 애초부터 인종을 구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거나 가능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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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서지미 2009.02.19 17:43
    뇌 속에 흑색질(substantia nigra)이라는 부위에
    멜라닌을 함유한 신경멜라닌세포들이 자리잡고 있다.
    신경멜라닌세포들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dopamine)을 분비하는 중요한 역할.

    도파민은 신체 내 감정을 조절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며, 행동을 조절한다.
    만약 어떤 이유로 뇌 속의 신경멜라닌세포가 파괴되면
    퇴행성 신경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이야기.
    이상
    멜라닌과 뇌관련 요약.
    "모든분들 행.복.~~하세요"
  • ?
    박경 2009.02.19 17:43
    생명의 보전과 안녕을 위한 적응의 결과로 생긴 피부색의 차이를 차별하는 어리석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 줍니다.
  • ?
    한정규 2009.02.19 17:43
    그럼 우리는 멜라닌세포의 양이 적절하게 조절된 황인이군요... 유럽은 워낙 날씨가 우중충해서 백인이고 아프리카는 해가 쨍쨍 떠서 흑인이고... 지역->날씨->멜라닌세포->피부색깔 과학으로 알기 전에 우리는 지역->피부색깔로 논리적 비약을 했기 때문에 편견을 갖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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