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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와 거북이











그리스 신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스(Achilles, 혹은 아킬레우스, Achilleus)는 발이 빠른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아킬레스도 느리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거북이와 달리기 시합을 하더라도, 앞서 출발한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유명한 역설이 있다. 누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역설일 텐데, 이 역설이 오늘날까지도 귀에 솔깃한 데는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역설’을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처럼 되어 있다.

 

 

 

물론 딱 부러지게 역설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로는 조금만 찬찬히 생각하면 모순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궤변’ 수준에 불과한 것을 역설 대접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는 모순이 아니지만 상식에는 어긋나 보이기 때문에 역설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역설 중에서 엘레아의 제논(Zenon ho Elea, 기원전 490년경~기원전 430년경)이 제시했다고 하는 ‘제논의 역설’만큼 잘 알려진 것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제논이 제시했다고 하는 역설은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 등의 저작을 통해 여덟 개가 알려져 있고, 네 개는 나오자마자 궤변임을 쉽게 반박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네 개만을 (사람에 따라서는 그 중 세 개만을) 보통 제논의 역설이라 부르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역설’이다. 






 

  


 














 






기원전에 미터법이 있었을 리 만무하고, 아리스토텔레스도 이 역설을 진술할 때 이런 비유를 들지는 않았지만 잘 알려진 형태로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역설을 진술해 보자.

 

아킬레스는 거북이보다 1000배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이제 거북이와 아킬레스가 경주를 하는데 거북이가 느리므로 아킬레스보다 1000미터 앞에서 출발한다고 하자.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출발한 위치까지 오면, 그 동안 거북이는 1미터 앞으로 나아가 있을 것이다. 이 1미터를 아킬레스가 따라잡으면 그 동안 거북이는 1/1000미터 나아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 1/1000미터를 아킬레스가 따라잡으면 그 동안 거북이는 1/1000000미터 나아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킬레스가 앞서가는 거북이의 위치를 따라잡는 순간 거북이는 항상 앞서 나가 있다. 따라서 아킬레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사실 누구나 제논의 주장이 옳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제논의 논증이 어디가 그른지 말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오류를 잡아내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다. 시간의 연속성 때문이라는 둥, 실제로 달려보면 결과가 다르니 당연하다는 등의 대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혹은 속도가 어떻고, 무한급수가 어떻고 하면서 나름대로 수식을 써서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일말의 진실을 담은 대답도 많으나, 여전히 제논의 논증이 어디가 틀렸는지는 알려주지 않는 대답이어서 여전히 찜찜함을 남기는 경우도 많다. 이 역설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이 정말로 다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만큼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역설 공략법’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정말로 간단하게 역설의 오류를 잡으면서도, 오류에 빠지는 원인을 손쉽게 파악하게 해주는 설명은 불가능한 것일까?

 

 











이 역설을 깨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시간을 재는 것이다. 사실 경주를 한다고 했으니 달리기 기록을 재는 게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다.

아킬레스가 처음 1000미터를 따라잡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일까? 아킬레스가 달리는 속도를 알 수는 없지만 편의상 100초가 걸렸다고 하자. 이제 그 다음 1미터를 따라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당연히 100/1000=0.1 초일 것이고, 그 다음 1/1000 미터를 따라잡는데 걸린 시간은 0.1/1000 = 0.0001 초일 것이다. 따라서 제논의 논의에 걸린 시간을 전부 더하면 다음과 같다.

 


 

이 숫자들을 아래쪽과 같이 계산해 보면 모두 해서 100.1001001001… 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제논은 ‘영원히’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게 문제였던 것이다. 아무리 곱게 봐줘도 101초도 넘지 않는 사이에 일어난 일을 아무런 정당화 없이 ‘영원히’ 걸린다고 말한 것이니, 이 정도 비약이라면 제논을 가히 부풀리기의 지존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면 제논의 ‘역설’이 아니라 제논의 ‘허풍’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간단한 계산으로 얻을 수 있는 바로 이 100.1001001001001… 초가 지나는 순간 제논의 주장은 아무런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이 시간에 거북이와 아킬레스가 동일선상에 놓이며, 당연히 그 시간을 지나면 아킬레스가 앞서간다는 것도 호기심 많은 사람은 재빨리 계산할 수 있으리라.

 

 











자 그렇다면, 두어 줄만 계산하면 간파할 저런 허점을 쉽게 놓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의가 쉽기 때문에, 계산 같은 것은 생략하고 ‘상식’ 혹은 ‘감’에만 의존에서 판단하려는 경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역설에서는 ‘작은 수라도 무한 번 더하면 무한’이라는 '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감이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사실 아무리 작은 수(양수)라도 무한 번 더하면 무한히 커지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의 원리’라고 그럴듯한 이름까지 붙어있는 원리인데, 겉보기와는 달리 실수(實數)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로 상당히 중요하다. 당연해 보이는 원리에 이름이 붙는 것을 보면 일찍 태어나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르키메데스 보다 더 일찍 태어난 사람의 이름이 붙어있지 않은 것을 보면 수학과 친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 원리를 굳이 수식으로 써 보면 아래와 같이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감이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역설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처음에 제 아무리 큰 숫자로 시작하더라도, 일정 비율로 꾸준히 줄어드는 숫자인 경우에는 ‘무한히’ 더하더라도 ‘유한값’이라는 사실은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수식으로 표현하자면 -1 < r < 1 일 때 아래와 같음을 보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한등비급수를 고등학교 과정에서 다룬다. 물론 약간의 상식만 동원하면 중학교나 초등학교 수준으로 증명하지 못할 식은 아니지만 ‘수학산책’의 취지에서 벗어나지는 않도록 하고 싶다. 아무튼 앞에서 설명한 아킬레스의 경우는 다음과 같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100000/999는 계산기 한번 눌러주기 부탁한다).

 

 

 
제논의 논증을 듣다 보면, 아킬레스가 처음 1000미터를 따라 잡을 때, 다음 1미터를 따라 잡을 때, 그 다음 1/1000 미터를 따라 잡을 때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늘어놓기 때문에 반쯤은 무의식적으로 이 사건들이 비슷한 시간 간격에 일어난다는 생각에 빠져버리는 것도 역설의 함정에 빠지는 한 가지 원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역설은 ‘모순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제논의 역설이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진리는 어떤 것일까? 이 역설에 대해 생각하면서 사람들은 무한을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물론 이러한 역설 때문에 무한을 두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배척한 측면도 없잖아 있다. 그러나, 역설은 궤변이기 때문에 배척해야 할 것이 아니라, 왜 옳지 않은지를 따지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결실을 맺는 보물일 수도 있다. 제논의 역설 등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무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우리의 상식에 도전하는 위협적인 역설은 많기 때문이다.

  

 


 


 



제논의 역설 중에 또 하나 유명한 역설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역설이 있습니다.

 

화살이 과녁을 맞추려면, 먼저 과녁까지와의 거리의 절반을 먼저 지나야 한다.
그 절반을 지나려면, 그보다 먼저 과녁까지와의 거리의 1/4를 먼저 지나야 한다.
이 1/4를 지나려면, 그보다 먼저 과녁까지와의 거리의 1/8을 먼저 지나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화살은 전혀 움직일 수 없다!

 

이 역설의 정식 이름은 '이분의 역설'(paradox of dichotomy)이라고 합니다.
이 역설을 깨는 가장 좋은 설명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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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우 2009.02.17 19:55
    수학은 너무 어려워~ㅋㅋ 근데 과학은 좋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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