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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골개골











개구리도 움츠려야 멀리 뛴다.”고 하는 말은 아주 바빠도 일을 이루게 하려면 마땅히 그 일을 위하여 준비하고 주선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등에 실을 꿸 순 없지 않는가. 아무튼 논틀 밭틀로 헤매다보면 풀밭에 숨어있던 개구락지 놈이 사람 발걸음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찌~익 사늘한(개구리는 변온동물) 오줌을 발등에 갈기고 냅다 무논으로 들고튄다. 전광석화가 따로 없다. 암튼 개구리는 오줌을 함부로 누지 않고 일부러 오줌보에 가득 모아뒀다가 이렇게 천적에게 쏟아 붓는다.


 


 











개구리는 척추동물(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중 양서류(兩棲類,amphibian)에 들며, “물과 뭍을 들락거리며 산다.”는 뜻으로 ‘물뭍동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양서류를 더 나누어 꼬리가 있는 유미류(有尾類)인 도롱뇽무리와 꼬리가 없는 무미류(無尾類)인 개구리 무리로 나누며, 우리나라에는 17종의 양서류가 살고 있다. 그 중에 우리가 아주 못살 적에 단백질 공급용으로 들여와, 한때 말썽을 피웠던 황소개구리도 ‘우리나라개구리목록’에 버젓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겨울철에 ‘물개구리’를 튀겨 먹었고, 신경통에 좋다 하여 개구리 뼈다귀가 한약재상에서 묶음 채로 쌓여있었다. 그럼 못 쓴다.


 


 












개구리는 앞다리에 발가락이 4개, 뒷다리에 5개가 있으며, 땅이나 물에 사는 개구리는 뒷다리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web)가 있으나(헤엄을 쳐야 하니까) 나무에 주로 사는 청개구리는 갈퀴 대신 나뭇잎이나 줄기에 잘 달라붙게끔 발가락 끝에 주걱 모양의 빨판(pad)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한 바 있다.


 


















 










이것들의 특징은 이런 것들 말고도 끈적끈적한 물기(피부호흡에 도움을 줌) 나는 살갗(주로 피부호흡을 함), 힘 센 뒷다리, 겉에 뚫려 있는 콧구멍(공기가 폐로 듦), 눈을 감고 뜰 때 눈알을 덮었다 열었다하는 눈꺼풀(두 겹으로 안의 얇은 것은 투명하며 고정됨), 눈 뒤에 있는 겉으로 들어난 둥그스름한 고막(겉귀가 없으며 듣기를 함, 수컷이 암컷보다 조금 더 큼), 몸은 안전하게 물속에 두고 눈만 빠끔이 내놓아 사방둘레를 볼 수 있는 불룩 튀어나온 레이더 같은 눈알 등이다.


 


 



















논에 벼가 자란다. 건강하고 멋진 상대와 짝짓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온 사방에서 수컷 개구리들이 한껏 목청을 드높여 아등바등 소리를 내지른다. 개골! 개골! 개골! “나 이렇게 건강하고, 잘 생기고, 빼어난 유전자를 가졌으니 암컷들아 나를 배필로 골라 달라”는 참개구리 수놈들의 절규가 한창이다. 개구리의 옹골찬 울음은 농염(濃艶)한 사랑노래 아닌가. 무슨 수를 부려서라도 제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고 싶어 하는 것이 수놈들의 사무친 바람이다. 개구리도 매미처럼 암놈은 음치로 소리를 내지 못하고(왜 그럴까?) 수놈이 목 밑의 울음주머니를 부풀렸다 오그렸다 하면서 떼 지어 노래를 부른다. 해질녘에 시작한 합창은 신새벽까지 이어진다. 한 놈이 ‘개굴’하는 순간 넓은 무논의 온 개구리가 개굴거리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딱! 그친다. 좀 쉬었다가 다시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이렇게 모질게도 울다 그치다 하면서 한 밤을 지새우는 개구리 악단들! 매미도 그렇다. 왜? 천적을 섞갈리게 하는 것이다. 온 사방에서 와글거리니 잡아먹을 놈을 정조준할 수가 없다. 영리한 놈들!


 











그럼 수놈개구리가 어떻게 우렁찬 소리를 내는가? 척추동물 중에서 양서류(무미류 만)와 포유류만 성대(vocal cord)가 있다. 어류와 파충류는 숫제 발성기(發聲器)가 없지만 조류는 기관(氣管)에서 두 기관지로 갈라지는 자리 양쪽에 얇은 울대(명관,鳴管,syrnx)근육이 붙어 있으니 그것을 떨어서 기막히게 아름다운 새소리를 낸다. 수개구리는 허파에서 공기를 밀어내면서 성대를 진동시키고, 그 소리는 목 아래에 있는 풍선 꼴의 울음주머니(명랑, vocal sac)에서 아주 높게 증폭된다. 불룩거리는 명랑은 일종의 공명기(resonator)다.

 


 














생명은 물에서 시작한다. 우리도 어머니 자궁 안 양수 속에서 약 280일을 보내지 않는가. 개구리들이 난리법석이다. 물이 괸 논에는 한 마리의 암놈을 놓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여러 수놈들이 뒤엉켜 바동거리고 있다.


 


처절하게 다툼질하다가 종국엔 주먹심 좋은 놈이 암놈을 차지한다. 암놈의 배가 터지게 포옹해대니 이것은 “나는 사정할 준비가 되었으니 어서 산란하라”는 신호다. 옴짝달싹 않고 암수 개구리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보면 언뜻 ‘교미하나 보다’ 하고 착각할 수 있지만, 개구리는 교미기가 없다. 그냥 그렇게 껴안아 흥분시키고 자극할 뿐, 암놈이 알을 낳으면 대뜸 수놈이 그 위에 정자를 뿌리는 체외수정(體外受精)을 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암컷 등짝에 달라붙은 수개구리는 여간해서 떼지 못한다. 발정기가 되면 개구리와 도롱뇽의 수놈 앞다리 엄지손가락 아래에 거무튀튀한 살점인 혼인육지(nuptial pad, thumb pad)라는 웅성2차성징(雄性二次性徵)이 나타난다. 이것을 포접돌기(抱接突起)라고도 하는데, 일종의 점액선(粘液腺,mucous gland)으로 움켜쥐는데 쓰지만 수컷들이 거칠게 짓밟고 밀치고 할 때도 쓴다고 한다.


 


 











드디어 수백 마리의 한 배 새끼가 태어났다. 올챙이들이 깨어나 떼 지어 흙탕치면서 논다. 해괴한 일도 다 있다!? 이쪽 집 올챙이와 옆집 올챙이를 한데 뒤섞어서 놓았더니 처음엔 갈팡질팡하더니만 어느새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어김없이 제 피붙이끼리 모인다. 유유상종이다. 올챙이들도 유전인자가 같은 것끼리 모여 살더라! 그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하는 것이리라. 한 종(족)끼리 서로를 알아차리고 모여드는 것을 친족인지(親族認知,kinship)라 하며, 그것들이 낯익은 놈끼리 근친교배를 피하자고 그럴 것이라고 해석한다.


 


















여러 면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는 딴 판이다. 올챙이는 물에 살면서 아가미로 호흡하고, 원래 초식성이라 속이 말갛게 비쳐 보이는 동그랗게 터질듯한 창자! 철사 줄이 감겨있듯 볼록하게 돌돌감긴 ‘올챙이 배’를 하고 꼬리까지 달고 할랑거리며 다닌다.


 


하지만 뒷다리와 앞다리가 생겨나고 이어서 꼬리는 흡수되어 앙증맞은 꼬마개구리가 되어 이내 땅으로 올라와 허파호흡을 하게 되고(피부호흡이 더 비중이 큼) 식성도 벌레를 먹는 육식성으로 바뀐다. 이것이 드라마틱한 올챙이의 바뀜이다. 변태호르몬인 티록신(thyroxine)이 부린 마술이다! 올챙이는 극적인 탈바꿈이 있었기에 어엿한 개구리로 탄생하는 것!


 


 












그리고 대관절 올챙이나 물고기가 떼(schools)를 지우고 새가 집단(flocks)을, 원숭이 무리(troops)를 지우는 것이 그들의 삶에 어떻게 유리할까. 무엇보다 여러 마리가 있으면 먹이를 찾기가 쉬워 많이 먹을 수 있고('social feeding'이라 함), 따로 있는 것보다 소리 지르기, 경고페로몬(alarm pheromone) 분비 등으로 천적을 쉽게 발견하여(보는 눈이 많으니) 거침없이 도망치기 쉽고, 또 포식자를 발견하면 갑작스레 여러 마리가 퍼떡거리며 세차게 날거나 물살을 갈라 포식자를 지레 겁먹게 하고, 먹잇감이 너무 많으면 엿보던 포식자들이 헷갈려 어느 것도 잡아먹지 못하고, 멀리 이동할 때 앞에 간 놈들이 이뤄 논 소용돌이를 타고 가기 때문에 힘이 덜 들고, 암수가 여럿이 함께 있어서 산란기에 짝짓기 하느라 드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가 있다.


 


그랬구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견식 좁아 저만 잘난 줄 거드름 피우는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 같다고 한다지. 아뿔싸! 쥐뿔도 모르는 어리석은 짓, 겉돈 환경보호 탓에 우리의 금개구리맹꽁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뭔가 수상하고 심상찮은 조짐이다. 연신 쏟아져 들어오는 자외선에 가장 약한 동물이 바로 양서류라 한다. 그런 점에서 개구리는 자외선의 많고 적음을 가늠하는 지표생물(指標生物)이다. 그렇구나! 우리는 자연이 꼭 있어야 하지만 자연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개구리들이 지구를 슬슬 떠나고 있다는데 우리도 기꺼이 따라 나설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 소개


 권오길 / 강원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생물의 죽살이>, <꿈꾸는 달팽이>, <인체 기행> 등이 있다.
한국 간행물 윤리상 저작상(2002), 대한민국 과학문화상(2003) 등을 수상했다.




이미지 gettyimages / 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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