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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으로는 가능하다












약 1년 전인 2008년 4월8일, 이소연 씨는 한국인 최초로 우주에 첫발을 내디뎠다. 인간이 우주 공간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남을 의미한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로서 초속 11.2km의 속도를 얻어야 가능하다. 이 속도는 물체의 운동에너지가 지구의 중력 퍼텐셜 에너지를 이기는 조건으로부터 쉽게 구할 수 있다.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mv2/2, 지구의 중력 퍼텐셜에너지는 GmM/R 이므로 mv2/2 = GmM/R을 계산하면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여기서 G는 뉴턴의 중력상수, M은 지구의 질량, R은 지구의 반지름이다. 한번 실제로 계산해보면 이 값이 초속 11.2km 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속도를 탈출속도라고 한다. 참고로 탈출 속도는 고도가 올라갈수록 값이 작아진다. 그래서 우주로 가는 로켓이 지표면에서 반드시 이 속도를 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만약 지구의 질량이 지금보다 좀 더 무거워진다면, 그러면서 지구 반지름도 적당히 줄어든다면 지구 표면에서의 중력은 그만큼 더 세어진다. 그 결과로 지구 중력을 탈출하는 데에 필요한 속도도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 질량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면, 그러면서 지구 반지름도 매우 작아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우주에서 가장 큰 속도를 가진 물질은 빛이다.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지구의 중력이 엄청나게 커진다면 빛조차도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중력이 매우 강해서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영역을 블랙홀(black hole)이라고 한다. 블랙홀은 별이 자기 일생을 마감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모든 별이 블랙홀이 되는 건 아니다. 만약 태양을 블랙홀로 만들려면 태양의 모든 질량을 약 3km 안에 집약시키면 된다. 지구를 블랙홀로 만들려면 약 1cm 안에 지구의 모든 질량을 구겨 넣어야 한다.


 


















 이처럼 주어진 질량에 대해 블랙홀이 형성되는 크기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한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중력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일 조건을 적용하면 위의 식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래 식에서 c는 광속이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또한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기도 하다. 어떤 물체든, 혹은 빛조차도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면 밖으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지평선 바깥에 있는 사람은 지평선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중력이 세면 시간이 늦게 간다. 인공위성도 이 효과를 느낀다. 그래서 차량 내비게이션에 위치를 지정해 주는 GPS 위성의 시간에 상대론적 효과를 보정하지 않으면 지상에서 큰 차이가 생긴다.



블랙홀의 지평선에 다가갈수록 중력이 세어지기 때문에 지평선에 다가가는 홍길동을 멀리서 관측하면 홍길동의 시간이 느려진다. 그러다가 홍길동이 사건의 지평선에 이르면 멀리 있는 사람들은 홍길동의 시간이 멈춘 것으로 관측한다. 홍길동 자신은 지평선을 넘어 블랙홀로 더욱 더 빨려 들어가지만 지평선 밖의 사람들은 그 장면을 목격할 수 없다. 지평선을 너머에서는 빛조차도 지평선 밖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블랙홀이 모든 질량을 삼키기는 하지만 지평선 근방에서의 양자역학적 효과를 생각하면 블랙홀이 입자를 내뱉기도 한다. 불확정성의 원리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지평선 근방에서 빈 공간 자체가 순간적으로 입자-반입자 쌍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때 어느 하나가 블랙홀로 빠져 들고 다른 하나가 바깥으로 빠져 나간다면 멀리 있는 사람들은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하는 것으로 관측한다. 이 과정을 통해 블랙홀은 에너지를 잃게 된다. 이 현상은 1974년 스티븐 호킹이 예측하여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라고 부른다.


 


 


 











블랙홀이 만들어지기 위해 강력한 중력이 필요한 이유는 뉴턴의 중력상수(G)가 무척 작기 때문이다. 보통의 소립자 세상에서 중력이 미미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미시세계에서는 중력이 전자기력보다 약 1040배 정도 작다. 이 차이를 극복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립자에 집중되어야만 하는데 그 에너지는 양성자 질량의 약 1019배 정도에 이른다. 이처럼 중력이 자연의 다른 힘들과 비슷해지는 에너지를 플랑크 에너지라고 부른다. 뉴턴의 중력상수는 플랑크 에너지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양이다. 그래서 중력이 약한 이유는 중력상수가 작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또 플랑크 에너지가 크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블랙홀을 만들기 위해 강력한 중력이 필요한 이유는 플랑크 에너지가 무척 크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지난 기사에서 말했듯이 이는 마치 커다란 바위 덩어리로 두더지 굴의 입구를 막고 있는 것과도 같다. 두더지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즉 블랙홀이 생성되려면) 그 바위(플랑크 에너지)를 극복하고 들어 올려야만 한다. 만약에 플랑크 에너지가 실제로 그처럼 크지 않다면 우리는 좀 더 쉽게 블랙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렇게 좁은 영역에 그렇게 큰 질량을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지 않더라도 블랙홀이 생길지도 모른다. 덧차원(extra dimension) 이론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흥분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 때문이었다. 덧차원이 있으면 덧차원의 공간효과 때문에 플랑크 에너지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비교적 낮은 에너지를 구현할 수 있는 실험실에서도 소립자 충돌실험을 통해 블랙홀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유럽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블랙홀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덧차원 이론에 의하면 플랑크 에너지를 양성자 질량의 약 1천배 까지 쉽게 낮출 수 있다. LHC의 충돌 에너지는 양성자 질량은 1만4천배에 이른다. 물론 충돌하는 에너지의 상당량은 양성자를 부수는 데에 이용되지만 그러고도 남는 에너지가 충분히 크기 때문에 양성자를 구성하는 쿼크나 접착자 같은 소립자들이 양성자 질량의 1천배를 넘는 에너지를 쉽게 가져갈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LHC가 블랙홀을 만들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실제 우주에서도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기란 어렵다.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의 여러 가지 중력 효과들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확신하고 있다. LHC가 블랙홀을 만들어 내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블랙홀이 호킹 복사를 통해 방출하는 갖가지 입자들의 궤적을 검출기가 탐색함으로써 실제 블랙홀이 생겼는지의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 블랙홀이 입자를 내뱉는 모양은 구형 방사성이라서 다른 입자들이 LHC에서 만들어졌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현상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과학자들에게는 덧차원이 플랑크 에너지를 낮춰 손쉽게 블랙홀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축복이겠지만 지구의 평화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또한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후자에게는 도저히 들어 올릴 수 없는 무게의 플랑크 에너지가 축복이었던 셈이다. 과연 LHC는 블랙홀을 만들어 낼 것인가?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지구는 정말 안전할까? LHC가 지구와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것은 아닐까? LHC는 정말 인류에게 축복일까, 혹은 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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