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회 수 2035 추천 수 0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백북스 회원여러분,


회원 한창희 입니다.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글 올려보네요!


제가 오늘 새벽에 봉하마을을 다녀왔습니다.
글을 쓰는 사유는 그저 자랑을 일삼으려 함은 아니고요,
해당의 분위기와 느낀 생각들 그리고 고민을 털어놓기 위함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부끄러웠습니다.
먼 산 불구경 하듯 그냥 뒤짐 지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제 자리 걸음만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무칠 것 같아서 다녀왔습니다.



향후 방문하실 예정이 있으신 분께 조그만 도움이 되고자 방문에 관한 개괄사항을 설명하면,



삽시간에 대전, 청주 노사모 회원과 일반조문객분들 마흔 다섯 분의 뜻이 모여져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그나마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평일에다 출발시간이 밤 9시라 교통정체로 인한 어려움은 별로 없이 예정시간 안에 도착했습니다.
자가용 조문객들은 진영공설운동장에 주차를 시키고 셔틀버스를 타고 봉하마을 입구까지 와야 하는데, 그시간도 만만치가 않거든요!
그런데 45인승 버스가 만(滿)차로 움직이니 봉하마을 입구까지 직통으로 들어가는 편리성이 있었습니다.
현장에 생필품이 부족하다하여 생수도 버스 화물칸에 가득 채워갔고요!



봉하마을 도착시간이 밤 11시 40분경,
줄서서 조문을 마친 시간이 새벽 3시 경 이었습니다.
조문까지 세 시간이 조금 더 걸린 것이지요!
조문인원이 새벽까지 몰려들다보니 한 번에 사, 오십 명이 헌화(獻花)하고,
5초정도 단체 묵념하는 것으로 조문을 마칩니다.
마치 조문이 아니라 참관(參觀)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더군요!



줄을 서 조금씩 장례식장으로 다가가면서 수많은 인간군상을 봅니다.
말씨를 들어보면 전국 각지에서 오셨는데, 새벽시간이라서 그런지 사투리로 봐서는 김해 근방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기나긴 기다림의 건너편에는 줄 선 조문객들의 장관에 혀를 내두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부러움의 시선들이 넘쳐나고,
차가운 밤공기에 칭얼대는 아기를 유모차에 혹은 등 들쳐 업고 온 조문객도 있었고,
이전에 약주를 한잔 하셨는지 알아듣기 어려운 푸념을 하는 진한 억양과 사투리의 부산 할아버지도 계셨고, 조문보다 기념사진 찍기 바쁜 철없어 보이는 젊은이들도 있었고,
중간에 나누어주는 우유와 빵을 게걸스레 먹고 챙기는 허기에 찬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걸음씩 거북이 걸음을 걷다가도 저 멀리 노무현 대통령의 초상화가 보일 때면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무언지모를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저의 심정과 같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는 설명에 도움이 되게 사진이라도 첨부하면 좋겠으나,
깊은 밤의 장례식장에서 플래쉬를 터트려가며 셔터질 하기가 민망스러워서 그 흔한 사진 한 장 찍어오지 않았습니다.
차마 씹을 거리가 목에 넘어가질 않아서 물 몇 모금마시면서 방명록과 추모 글 간략히 남겼고요!
아쉬운 건, 그야말로 시골이라 주위에 도시조명과 같은 불빛이 없다보니 주변경관을
전혀 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마지막을 준비하시던 시간까지는 머물다가 부엉이 바위라도 직접 보았으면 하는 미련이 남습니다.



이후로도 봉하마을 방문하실 분들은 너무 많은 짐 가져가지 마시고요!
의복에 있어서는 낮에 가실 때는 최대한 얇게, 밤에는 체온 유지할 걷 옷 준비하세요!
식수와 간식거리를 나누어 주기는 합니다만, 조문객이 많으면 동이 나버리므로 음료수는 별도로 챙기시는게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조문까지 세, 네 시간은 걸리고 기다리는 내내 앉을 수가 없으니 처음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으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낮 시간에는 햇살이 상당히 따갑다 하니 얼굴 잘 타시는 분들은 자외선 차단제나
차양 및 양산 준비하시구요!
무엇보다 화장실이 부족하니 휴게소에서 사전에 용무를 마칠 것을 권해 드립니다.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함을 유념하세요!





봉하마을로 내려가는 차내에서 한명씩 간략한 자기소개와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러 여성분께서 울먹이시더군요!
그래서 영정 앞에서 나마 실컫 울고,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기를 바랬는데,
기다림에 지쳐 막상 조문의 차례가 되면 모두들 무표정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일관되고 기계화된 그 모습이 거북스러워서 주변의 분위기를 물리치고,
절이라도 올려서 그런지 늦은 잠의 꿈속에 대통령님이 보이시더군요!
지성이면 감천인 모양입니다.
몸은 파김치처럼 숨죽어 부대끼지만, 다녀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줄일지 모른다는...




봉하마을은 이미 또 하나의 성지(聖地)가 되었습니다.
정치적 개념만이 아닌 종교적 관념의 성지..
5.18의 핏자국이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만들었다면,
5.23은 민주화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 이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권력의 상징이 되었고, 그간 핍박과
냉소의 지역 내에 의인(義人)의 한(恨)과 선혈(鮮血)을 담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성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깊은 밤을 넘어 한 새벽에도 그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각지에서
모여드는 모습과, 누구하나 강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자원봉사자와,
점 점 더 쌓여가는 후원물품들을 직접 지켜보면서 이것이 바로 인간 노무현의 힘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우리 민족의 정서 저 밑바탕에 깔려있는 순수와 선(善)의 의지, 정의에 대한 갈망을 느꼈습니다.



솔직히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해야 할 말과 행동의 시작 시기를..
그것이 풀벌레의 날개 짓과 같은 미약함 이던,
사자후와 같은 표호(豹虎)이건 상관없습니다.


이미 하지 못한 말의 무게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써야할 글에 대한 중압감에 손톱 끄트머리가 하얗게 바래졌습니다.
망자를 보내드리는 마지막 예(禮)로써 삼가 참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영결식(永訣式)이후가 될지,
삼우제(三虞祭)를 마치고 일지,
사십구제(四十九齋)를 지내고 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제가 좋을까요..?



이것이 현재의 딜레마입니다.





추신 : 정치색을 넘어서,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느낌을 전하고자 하는 차원이니 이점 곡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
    정수임 2009.05.28 08:36
    잊지않을겁니다.

    이 시대의 오류를 그리고 그 분의 뜻을...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 국민들과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화폭에 담고있는데,..

    그분의 머리카락,..옷섶,..손가락,...피부,...다시는 볼수없고,..
    그 목소리 들을수 없고,...느낄수없음에서인지...

    붓질이 오갈때 마다 눈이 축축해집니다.그것보다,..
    더 슬픈건 어디에서 무얼하고계실까 를 생각할수없다는 사실일겁니다.

    매일아침마다 대자보를 작성해 아이들이

    볼수있도록 벽에 붙여 놉니다.

    자라는 아이들과 함께 반드시 기억하고 또 기억할것입니다.
    금요일 밤에 출발하려했는데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여야하나 고민중,

    한 창희 선생님 뜻밖의 정보로 많은 도움이 될것이기에

    참으로 고맙습니다.
  • ?
    송윤호 2009.05.28 08:36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 청주에서 가는 버스 타고 가셨었다니 ...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큰 도움 되었습니다.
  • ?
    한창희 2009.05.28 08:36
    정수임님, 의견 고맙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쉽지않은 결정을 하셨군요..!

    부디, 안전하고, 의미있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
    한창희 2009.05.28 08:36
    아!!
    윤호씨, 정말 오랜만이네요!
    아마 2005년 "TV책을 말하다" 방청에 동행한 것이 마지막 교류 이었지요!
    정말 반갑습니다.
    그간 잘 지냈어요?
    어찌 변해가시는지 궁금하네요..! ^^
  • ?
    배창환 2009.05.28 08:36
    정말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분의 큰뜻을 우리는 받들어야 합니다.
    소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분을 언론 검찰의 타살로 봐야 합니다.

    저도 봉화마을을 몇년전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아방궁이니 모함을 하는 기득권세력의
    저질 언론 플레이는 추잡한 모습 정말 보기싫습니다. 동네주변의 그것도 고향마을에 전직대통영으로서는 정말 소박한 건물 집터이건만 ..... 말문이 막합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살려내여야 합니다.
  • ?
    한창희 2009.05.28 08:36
    배창환님도 의견을 주셨군요!
    고견 잘 보았습니다.

    저는 오늘 영결식에 참석했습니다.
    마음같으면 서울시청광장에서 밤새워 추모의 촛불을 밝히고 싶지만,
    단체로 한 상경길이기에 아쉬운 발길을 돌려 조금전에 돌아왔습니다.

    몇몇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어 영결식 참석 후기를 써야하기에 PC를 켰는데,
    온몸의 기력이 다 빠진듯 물먹은 솜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24 경주에서(자작시) 김호영 2009.05.28 1775
» 오늘 새벽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6 한창희 2009.05.28 2035
2922 운영위원님들께 2 엄준호 2009.05.27 1913
2921 가입인사드립니다. 3 표구철 2009.05.27 2098
2920 [공지] 166회 정기강연회 오늘입니다 (5월26일19시) 김홍섭 2009.05.26 1858
2919 제본 책 신청 하신 분들 오늘 보내 드립니다. 9 김영이 2009.05.26 1780
2918 쪽지가 안되네요. 1 황혜숙 2009.05.26 1663
2917 가입인사드립니다 2 송석호 2009.05.25 1661
2916 마지막 길은 평안하시길.... 3 홍종연 2009.05.25 1762
2915 한 아름다운 영혼이 사라진 슬픔 2 강신철 2009.05.24 2265
2914 가입인사드립니다 2 김호영 2009.05.22 1656
2913 김영이총무님 인적사항 보냈습니다. 1 안희찬 2009.05.21 1727
2912 김영이 총무님 인적사항을 보냈습니다 1 박영주 2009.05.21 1746
2911 "나의 백북스 이야기"를 써 주세요. 2 file 윤보미 2009.05.21 2152
2910 가입인사 가입인사 드립니다.. ^^ 1 정윤희 2009.05.21 2323
2909 "불교와 의학의 만남" 강연 알림. 김미경 2009.05.20 1469
2908 6월 9일 대전 정기모임 6 박문호 2009.05.20 2435
2907 서울 경영경제 백북스 1 김선희 2009.05.20 1654
2906 인천백북스 비공식(?) 창립 11 김양겸 2009.05.19 1778
2905 ScienceTimes 김우재 박사의 미르(miR) 이야기 - 다시 권합니다 6 고원용 2009.05.19 22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