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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이언스타임즈에 연재되고 있는 김우재 박사의 미르(miR) 이야기를 소개드린 적이 있지만 다시 한 번 권해 드립니다.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series&seriesidx=634

저는 연재를 읽으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젊은 분이 과학에 대한 그런 통찰을 어떻게 얻었는지 부럽습니다.

인상깊게 읽은 몇 대목을 아래에 인용합니다.

고원용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0000029336
때로는 매일 신문을 장식하는 첨단의 과학을 읽는 것보다 과학이 걸어온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 과학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날이 성장하는 대한민국 과학자들의 위상을 보며 우리가 느끼는 과학의 이미지는 과학 그 자체에 대해선 무엇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신문 속에서 과학은 언제나 진보하고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에 대한
정확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과학이 발전하지 않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우리는 이 모순된 문장들이 주는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과학이 탄생하지 않은 곳에서, 과학을 수입한 국가에서 우리가 우리의 과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과학이 가진 이중성에 대하여

과학은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과학은 언제나 우리가 대충 얼버무리는 사건들에 정량적 신뢰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과학이 가진
정량적 성격이 과학을 객관적인 것이라고 사고하게 만든다. 과학의 정량적인 성격은 과학이 내놓는 데이터에 국한된다. 문제는 과학이
데이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과학은 데이터와 이론을 연결시키면서 완성된다. 데이터와 이론의 연결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그것은 사회/문화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새로운 데이터에 의해 언제나 이론은 변한다. 이론은 오고 간다.

과학의 역사는 결국 양화의 역사와 같다. 양화된 데이터가 풍부하지 않던 시절 자연철학자들에 의해 논의되던 형이상학은 과학이
아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현상들을 양화하기 위한 도구가 갖추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현재 우리가 과학이라 부르는 활동이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따라서 과학의 발전은 기술 및 도구의 발전과 무관할 수 없다. 과학과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한다. 과학이 기술의 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기술이 과학의 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과학의 역사에서 양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진 분야는 물리학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두 물체 사이의 관계를 양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겨우 두 물체 사이의 관계만을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고전역학의 양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언제나
정량화의 과정은 간단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행된다. 그것이 과학이 물리학으로부터 화학을 거쳐 생물학, 심리학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물리학이 화학보다 우월하며 화학이 생물학보다 우월하고 생물학이 심리학보다 우월하다는 통념을 깰 수 있게 해준다. 과학의 다양성은 그러한 위계질서 밖에 존재한다.

우리가 물리학, 화학, 생물학의 순서로 이해하는 과학의 위계구조는 실상 정량화의 역사에서 간단한 현상으로부터 복잡한 현상으로
과학자들의 관심이 옮겨간 역사를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순서가 나타나는 이유는 복잡한 현상을 양화하기 위해 필요했던
도구의 발전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과학과 기술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말에 놀라는 분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래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전대호님이 번역한 다른 책들도 살펴 보십시오.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 원제
Science and Technology in World History (1999)
제임스 E. 매클렐란 3세, 해럴드 도른 (지은이), 전대호 (옮긴이) | 모티브북
|  2006년 2월 )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0000030698
과학의 내재적 모순

이미 오래 전에 과학은 자연철학의 이론적 지배로부터 벗어났다. 세계를 정량화하고 그렇게 정량화된 측정량을 이론과 연결시키려 했던 소박한 과학의 합리성은 처음에는 신학적 도그마와, 이후엔 자연철학의 독단과 싸워야 했다.

두 번의 전쟁에서 모두 과학이 승리했던 이유는 재생산 가능한 측정량이라는 소박한 상식, 즉 불확실한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믿으라는 상식으로부터 피어난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스스로와의 전쟁을 겪어야 했다. 신을 거부했다는 것 이외에는 여전히 관념적이고 이념에 불과했던 자연철학과의 전쟁은
쉬웠다. 하지만 자연철학과의 전쟁에서 과학은 자연철학의 가장 몹쓸 고질병인 ‘이론의 독단’에 전염되었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든 법이다. 이론 독단의 시대에 많은 과학의 독재자들은 자신의 이론과 배치되는 데이터들을 무시했다. 그러한
데이터들은 이론에 반한다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되었다. 하지만 과학의 내재적 합리성은 결국 이론의 독단을 굴복시켰다.

그것이 칼 포퍼(Karl Popper)나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 등의 과학철학자들이 가장 민주적인 집단의
원형을 과학자 집단에서 찾았던 이유다. 과학자사회가 열린 사회일 수 있는 이유는 이론이 측정량의 제한을 받는 세속화의 과정이
끊임없이 과학을 채찍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학이 세속화 과정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일반화’의 유혹을 받는다는 것이다. 일반화의 유혹은 결국 국소적으로 통용될 뿐인 이론을 확장시켜 무시무시한 독단으로 치닫는다.
이러한 독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과학을 사회적으로 변용시키는 것도 아니고, 과학을 인문학으로 제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과학이 스스로 찾는다. 재생산 가능한 측정량에 의해 제한 받는 이론만이 살아남는다는 과학의 역사는 과학이 걸어온 길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국민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무시하는 정부가 어느 정도 지속가능할지는 몰라도 결국 역사는
민주화를 향해 서서히 흘러가듯이, 이론이 독재하는 과학도 결국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데이터들에 의해 뒤집힐 수밖에 없다.
과학은 내부적인 자기순화의 체계를 지닌 유일한 학문이다.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0000031404
자연은 언제나 새롭다. 과학자들은 언제나 놀라운 과학의 발전이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켜왔다고 말하지만 그 이면엔
여전히 과학자들이 알지 못하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대한 경외가 숨어 있다. 과학자들은 모든 것을 알지 못하지만, 모든 것을
설명해야만 하는 딜레마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자연은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윈의 이론과 멘델의 이론이
결합해 ‘근대 종합’을 이루며 생물학의 통합 이론을 만든 것처럼 보였던 1930~40년대의 행복한 시간은 유전 현상의 중심에
DNA라는 물질이 놓여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그리고 다시 모두가 DNA라는 물질에
경도되어 행복해하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과학자들은 RNA라는 물질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아채고
말았다. 과학적 탐구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비록 이러한 과학의 역사가 과학자들이 발견하는 것들이 실제 자연의 모습인지 아닌지에
대한 형이상학적 의문을 던질지라도, 과학자들은 그런 형이상학적 질문에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고 실험하고 이를 이론으로 단순화하는 노력을 할 뿐이다.
그렇게 힘들게 쌓아 올린 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다시 이론을 수정하고 다른 이론을 건설하면 그 뿐이다. 과학의 역사는 끊임없는 땜질의 역사다. 따라서
과학에 대해 과학자들보다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것도, 과학을 불신하는 것도 과학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롯되는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0000029885
인간 상상력의 한계 : 도구의 제한

인간의 상상력이 진화에 의해 다듬어진 두뇌라는
물리적 제약과 주어진 상황 혹은 단서에 의해 제한된다는 사실은 진화심리학이나 인지심리학, 혹은 진화의학을 자세히 알지 못해도
추론할 수 있는 것들이다. 2백만 년 전 우리 조상에게 있어 복잡한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단순화하고 이를 추상화해서 저장하는 일은
생존이 걸린 투쟁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는 행위가 결국 우리의 두뇌와 연관된다고 가정했을 때 상상력도 우리의 조상들이 겪은 역사적 경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생명체는 그러한 역사를 현명하게도 DNA라는 물질 속에 저장해 전달한다.
...

이러한 역사 속에서 생명체와 인간의 두뇌는 현재 우리가 아는 가장 앞선 테크놀로지인 ‘컴퓨터’를 비유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패러다임 속에서 인지과학이 탄생했고 생물정보학이 발전했다.
...

생명체가
컴퓨터와 같은 방식으로, 즉 계산가능한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아닌지에 관한 해답은 없다. 그것은 대답되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과학이 다루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형이상학의 영역이다. 과학은 컴퓨터의 비유가 과학자들이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는가만을 다룬다.

만일 그 비유가 도움이 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었다면 좋은 것이다
. 그리고 컴퓨터의 비유가 더 이상 들어맞지 않을 때 그 비유를 포기하고 또 다시 새로운 비유를
찾아나가면 그뿐이다. 언제나 독단은 집착으로부터 온다. 생명체가 컴퓨터의 비유로 완벽하게 설명되는가 아닌가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도구와 문제해결이라는 목적이 헷갈린, 즉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것이다.
...

DNA의 시대 : 도서관의 비유

이처럼 장황하게 비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생명체를 무언가에 비유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점점 한계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RNA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작되어 분자생물학의 중심 도그마를 흔들고 있는 현대생물학의 연구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필자에게, 마땅한 비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인간 유전체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DNA는 빨래줄이나 실타래와 같은 정보를 담지 않은 사물에 주로 비유되곤 했다. 이후 전사와
번역과정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인간유전체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자주 사용된 비유는 ‘도서관’이었다. 이 비유 속에서
유전체는 도서관으로, 각 유전자는 책으로 비유된다. 책 속에 쓰인 글자들은 염기서열이 된다.

도서관의 비유는 DNA가 분자생물학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지난 50년간 그 역할을 다했다. 기록을 저장하는 도서관의 역할과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DNA의 역할은 너무나도 잘 들어맞았고 또 모든 설명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

특히 정보의 일종이기도 하면서 조절자로서의 기능도 가지고 있는 RNA를 설명하고자 할 때 컴퓨터는 더 더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두뇌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중간쯤에 위치한 어떤 물질을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하드디스크의 자기테이프 일부분이 컴퓨터 속을 돌아다니며 전원스위치를 켰다 껐다 한다는 상상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그 자기테이프는 할 일을 하고는 금방 사라져 버리는 그런 깨지기 쉬운 존재다.

새로운 비유를 기다리며

필자는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이처럼 도서관의 비유만으로는 모두 설명하기 힘든 현대생물학의 개념들을 쉽게 이해시켜줄 비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그러한 비유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그것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RNA가, DNA가 주인공이었던 도서관의 비유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리를 찾기 위해 필요한 첫 단추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러한 비유는 과학자들의 발견이나 노력이 아닌 계속 발전하는 여러 테크놀로지들로부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등장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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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영 2009.05.19 03:13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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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경애 2009.05.19 03:13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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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9.05.19 03:13
    감사합니다.
    소개해주신 연재를 차근차근 읽어볼게요.
    좋은 책, 좋은 생각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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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영석 2009.05.19 03:13
    좋은 글과 정성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학교 일로 한참 바쁘게 삽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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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철 2009.05.19 03:13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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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기 2009.05.19 03:13
    김우재 박사의 블로그 주소는 http://heterosis.tistory.com입니다. 한 번 가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아마 <미르 이야기>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접하시게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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