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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1 08:29

향기에 취한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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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비우는 집에서 펌



'냄새'


냄새가 과학의 한분야로 심각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각의 문제에서 인식의 경로에 대한 연구(화성에 사는 인류학자)가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냄새라는 것은 좀 추상적인 인상이 강해서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서 객관적인 결과를 낼수 있는 과학의 한 분야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루카 투린. 냄새라는 일반인이 주목하지 못하고 있는 과학 분야에 괴짜 과학자가 나타났다.


냄새란 코에 있는 수용체가 냄새분자의 모양을 인식해서 그 결과를 뇌에서 처리한 결과로 나타난 감각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그렇게 굳어진 학계에, 냄새분자의 모양이 아닌 분자의 진동수가 냄새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하고 이를 향수 산업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학자다.


어렸을 때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는 이 세상을 남들도 똑같이 느끼는 걸까?'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관념론에서 주로 얘기하는 대로 이 세상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존재한다는 것.


나는 노란색을 보고 화사하다고 느끼지만, 다른 사람은 내가 보는 노란색을 빨간색처럼 느끼고 화사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서 더 나아가 냄새라는 것은 시각보다 훨씬 더 주관적인 느낌이 강한 감각이 아닌가? 버스 매연냄새가 좋아서 버스뒤를 쫓아가고, 주유소에서 기름 냄새 맡는 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내가 느끼는 매연 냄새, 기름냄새와는 다른 냄새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투린은 냄새 또한 시각이나 청각처럼 실체가 있는 감각이라고 말한다. 기호의 차이가 있고 시각이나 청각보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뿐이지만 분명한 실체가 있다고.


그리고 그 감각은 코속에 생체 분광기를 통해서 분자의 진동수를 측정하여 그 느낌을 뇌에 전달한다고.


 


여기까지는 별다를바 없는 과학의 역사중 한 과학자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결말에 가면 그 과학자의 타당성있는 이론이 그동안의 현실과 부합하지 못하는 이론을 뒤집어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성공의 이야기로 끝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책에서는 과학계의 또다른 세계를 이야기 한다. 한 분야의 거물, 학파, 기득권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실험의 결과에 반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당한 논문을 사장시켜버릴수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과학이라는 세계는 좋은 머리만 가지고 올바른 연구를 통해 진실을 밝힐수 있는 공명정대한 세계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런 세계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평생의 연구결과가 휴지조각이 될수도 있는 과학자가 있고,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는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결코 새로운 진실에 호락호락 새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으려 한다. 적극적인 방해 공작은 하지 않더라도 단지 외면하는 것 만으로도 그 결과를 묻어버릴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공정한 글을 쓰기 위해 투린이 주장하는 바만을 듣지 않고 그가 거론했던 학자들, 과학잡지 편집자, 관련 산업계 종사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반대 의견을 듣고자 했으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사코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를 꺼렸다고. 그리고 투린의 논문을 읽기를 거부했다고.


철도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루카투린의 연구에 흥미를 느낀 저자가 아니었다면 그의 연구는 완전히 묻혀 버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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