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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21:24

수학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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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짐작 잘하면 수학 잘한다? 선천적 수리능력과 수학점수의 상관관계 2009년 02월 20일(금)




우리가 지닌 수학능력은 모두 다 학습과 교육을 통해 배운 건 아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있다.

가령, 사람들로 붐비는 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계산하려고 한다고 치자. 이때 우리는 쭉 늘어선 계산대들 가운데 어디가 사람이 가장 적게 서 있는지를 순식간에 파악하곤 쇼핑카트를 그쪽으로 몰아간다. 이런 어림짐작이나 가늠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능력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 복잡한 계산대에서 사람들은 어느 곳에 사람이 가장 적은지를 일일이 사람수를 세지 않고도 단박에 알아낸다. 이는 선천적인 수리감각 덕분이다. 

수리감각, 원시 수렵채집 생활의 필수 생존수단

이 같은 선천적인 수학능력을 ‘어림짐작을 통한 수리감각’(approximate number sense, ANS)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선천적인 수리감각을 이용해 여러 접시들 중 어느 접시에 쿠키가 가장 많이 담겨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어림짐작이나 가늠은 4개월 된 아기에게서도 구사한다고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일부 동물도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과 동물이 선천적인 수학능력을 갖게 된 것은 수백만 년쯤 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이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데 어림짐작이나 가늠은 냉혹한 생존경쟁에서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새들이 열매가 가장 많이 달린 나무를 찾을 수 있는 것도, 개코원숭이 두 마리가 여섯 마리의 무리와 싸우기보다 피하는 게 낫다는 걸 아는 것도 다 선천적인 수리능력 덕분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필수적인 생존수단이었던 만큼 선천적인 수리감각이 누구나 비슷비슷한 수준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또한 원시적인 수리감각이 학교에서 우리가 보이는 수학능력과는 무관하다고 여겼다. 학교에서 우리가 푸는 수학문제는 어림짐작을 통해 애매한 답을 얻는 게 아니라 특정 숫자나 기호를 이용해 정확하게 답을 내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의 노력을 들인다. 즉 수학문제는 단박에 어림짐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 이런 고난이도의 수학 능력을 갖게 된 건 고작 수천 년 정도밖에 안 된다. 그것도 문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그러니 인간만이 구사하는 복잡한 숫자놀음과 계산은 원시적인 수리감각과 무관해 보였던 것이다.

당신의 선천적 수리감각은 얼마나?

그런데 지난해 9월 이런 과학적 신화를 단박에 깨뜨리는 연구결과가 네이처지에 발표되었다. 즉각적으로 어림짐작하는 원시적이고 선천적인 수리감각이 사람마다 꽤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우리의 수학 점수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미 존스홉킨스 대학의 심리학자 저스틴 할베다 교수는 14살 학생 64명을 대상으로 선천적인 수리능력을 평가했다. 화면으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노란색과 파란색의 점들을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는 어느 색깔의 점이 더 많았는지를 물었다. 이때 점의 숫자는 10-32개 정도였고 점의 크기는 다양했다.







▲ 존스홉킨스대학 저스틴 할베다 교수의 실험. 위 그림처럼 파란색 점과 노란색 점을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보여주고 어느 게 더 많은지를 물었다. 잘 하는 학생일수록 수학점수가 높았다. 

먼저 할베다 교수 연구팀은 학생들의 성적이 꽤 넓게 분포한다는 걸 발견했다. 예상할 수 있듯이 노란색 점과 파란색 점의 개수 비율이 1:1에 가까워질수록 학생들의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하지만 잘하는 학생의 경우 두 가지 색깔의 점이 거의 개수가 같을 때도 답을 잘 맞혔다.

반면 어떤 학생들은 개수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도 가늠을 하는 데 애를 먹었다. 가장 성적이 나쁜 학생의 경우 다른 색의 점의 개수 비율이 3:4 정도로 큰 데도 답을 잘 맞히지 못했다.

독자들 중에 자신의 선천적인 어림짐작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뉴욕타임즈의 다음 웹사트를 방문하면 된다(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08/09/15/science/20080915_NUMBER_SENSE_GRAPHIC.html).

어림짐작 능력이 유치원 때부터 수학점수 영향

그런데 할베다 교수의 연구가 가져다준 결과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할베다 교수는 이들 학생들의 유치원 때부터의 수학성적과 시험결과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더욱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할베다 교수는 당시의 놀라움을 “유치원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둘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 걸 확인하곤 의자에서 벌떡 뛸 뻔했다”고 표현했다. 할베다 교수는 학생들의 IQ와 기억력 등의 요인들을 제거한 다음에도 선천적인 수리감각과 수학성적 간에 밀접한 관계가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수학점수가 낮은 건 뒤떨어지는 선천적인 수리감각 탓일까? 아니면 선천적인 수리감각을 가지면 높은 수학 점수를 받게 된다는 걸까? 아직 그 답은 분명치 않다.

한편 할베다 교수는 연구대상의 숫자를 늘려 다시 한 번 더 결과를 확인했다. 이때 간단한 계산에 애를 먹는 산수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포함시켰다. 그 결과, 할베다 교수는 산수장애를 가진 학생의 경우 선천적인 수리감각이 더 낮은 것을 확인했다.

수학장애는 선천적일 수도 후천적일 수도

그렇다면 산수장애의 원인은 선천적인 수리감각에 있었던 걸까? IQ도 정상이고 다른 과목에서 점수도 좋은데 유독 수학만 못하는 산수장애인 사람은 학습과 교육으로 장애를 극복할 수는 없는 걸까? 그런데 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할베다 교수와는 정반대 결과를 보인 연구가 있기 때문.







▲ IQ도 정상이고 다른 과목에도 문제가 없지만 유독 수학만 못하는 경우가 산수장애이다. 산수장애에 대한 상반된 연구결과로 인해 과학자들은 산수장애가 선천적인 경우와 후천적인 경우가 있다고 보고 있다. 
2007년 벨기에 루뱅카톨릭대의 로렌스 로셀 연구팀은 산수장애 어린이들에게 막대기의 개수를 비교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5개의 막대와 7개의 막대 중 어느 게 더 많은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랬더니 산수장애 어린이들이 비교대상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숫자 5와 7 중 큰 수에 동그라미를 치라고 하자 산수장애 어린이는 어려움을 보였다. 이 외에도 산수장애 어린이가 선천적인 어림짐작에는 정상적인 데 반해 숫자에서 곤란을 겪었다는 연구결과가 더 있었다.

이렇게 상반된 연구결과들이 등장하면서 현재 과학자들은 산수장애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산수장애에는 선천적인 수리감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후천적인 학습장애인 경우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결론은 현재 잘 알려지지도 않은 산수장애에 대해 더욱 복잡함만을 가져오고 있다. 정말 수학에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도우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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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민 2009.02.21 21:24
    안녕하세요?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네요. 읽다가 한 가지 의문이 생겨서 질문을 남깁니다.

    예전에 '침팬지, 인간을 말하다'라는 3편짜리 SBS 다큐를 봤는데요. 다큐 내용 중에 일본 연구진이 몇 년 동안 침팬지의 기억 능력에 관한 연구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숫자 버튼을 일정 시간(초) 동안 보여준 후 버튼에서 숫자가 사라지게 하고 침팬지에게 버튼의 숫자를 기억하고 작은 숫자부터 순서대로 누르게 해서 맞추면 먹이를 주는 실험이었습니다. 갈수록 숫자 보여주는 시간을 짧게 하거나 숫자를 3개에서 9개로 늘리는 등 문제의 난이도를 높여가면서 훈련을 시켰습니다. 침팬지가 몇 년 동안 훈련을 하니까 사람들 보다 훨씬 잘하더군요. 그렇다면 침팬지가 인간보다 수리능력이나 기억능력이 더 좋은가에 대한 질문을 다큐 제작진이 일본 연구진에게 했는데요. 얼핏 보면 침팬지가 인간 보다 기억력이나 수리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일본 연구진이 그러더군요. 하지만 침팬지는 수 개념을 도입해 숫자의 크고 작음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숫자의 형상을 인식하고 순서대로 반응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더군요. 예를 들면 5다음에 6이 와야 하는 이유는 수리적인 판단에 의해서 6이 5 보다 큰 것으로 인식해서 순서 배열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5라는 형상 뒤에 6이라는 형상이 와야 하는 학습된 시각판단 능력으로 침팬지는 반응을 한다는군요. 일본 연구원이 침팬지랑 같이 훈련하며 실험에 참가했는데 연구원보다 침팬지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했답니다. 이런 숫자 배열 맞추기 실험에서 침팬지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는 이유는 침팬지는 인간과 수백만년 전에 우리 인류와 다른 환경, 즉, 정글에서 지금까지 쭉 살아왔는데 정글은 색감과 형상인식과 같은 시각적인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환경인 반면, 인류의 조상들은 정글에서 벗어나고 무리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좀더 복잡한 조식 생활과 비교적 개활지에서 생활을 하다보니까 시각적인 능력은 침팬지 보다 덜 발달한 하고 숫자 개념은 더 발달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거라더군요. 다시 말하면 침팬지의 수 개념과 기억력을 확인하려던 실험인데 침팬지는 수 개념이 아닌 형상인식 및 기억 능력으로 문제를 풀어버린 거지요. 침팬지 실험에서 인간이든 침팬지든 수 개념과 시각인식 개념이라는 서로 다르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큐 내용을 잘 설명했는지 모르겠네요. ^^"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앞에 설명한 침팬지의 특성에서 발견한 영장류들이 가진 뇌의 특징을 근거로 위 사설에 적용을 해보면요. 복잡한 계산대에서 어느 곳에 사람이 가장 적은지 일일이 사람 수를 세지 않고도 단박에 알아내는 능력은 수리감각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서있는 줄의 크기를 인식하는 시각능력으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수를 세는 것은 일정 시간이 소요되나 시각정보에 대한 판단은 신속하므로 일단 줄의 크기 구분이 시각적으로 명확하다면 사람 숫자를 일일이 세보는 수고를 하지 않고 시각으로 얻은 정보를 큰 비중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줄들의 크기가 비슷하면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해 사람 수를 세기도 하겠지만요. 같은 이유로 벨기에 루뱅카톨릭대의 로렌스 로셀 연구팀이 했던 실험은 5개의 막대와 7개의 막대의 크기를 판별하는 문제가 수리감각의 작용으로만 풀 수 있는 실험인지 의문입니다. 이 문제를 푸는데 수리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수리감각이 아닌 시각적인 감각을 이용하여 문제를 푼 것으로 의심됩니다. 특히 5개의 막대기와 7개의 막대기 개수는 시각적으로 크기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줄 것 같습니다. 반면에 5와 7이라는 숫자를 보고 수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은 5와 7이라는 숫자에 대한 수 개념 능력이 떨어지므로 선천적인 수리능력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풀지 못한 것 아닐까요? 벨기에 루뱅카톨릭대의 로렌스 로셀 연구팀이 했던 실험은 일부 실험에서 주제에 벗어난 방법으로 수행이 된 것 같은데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결론을 할베다 교수 실험은 일관성 있고 타당한 실험으로 인해 근거가 있는 결론이고, 할베다 교수와 일부 다른 결론을 얻은 로렌스 로셀 연구팀의 실험은 일부 실험에서 실험 방법이 잘 못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5개의 막대와 7개의 막대 실험이요. 위 사설에서는 모순되는 실험 보고가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전적으로 할베다 교수의 실험과 결론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분야 전공자도 아니고 하는 일도 관련이 없는데요. 일반인으로서 제가 알고 있는 과학 상식과 상충되는 내용 같아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고, 또 배우기 위해서 막연하게 대답과 질문을 함께 드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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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com 2009.02.21 21:24
    제가 읽은 바로는 야콥슨 기관이 잘 발달된 사람이 눈을 감고도 방 안에 있는 사람의 수를 잘 맞춘다던가 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네요. 영풍문고 죽전점 과학 코너에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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