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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 밤하늘의


별들에게 길을 묻다.


 


아주 깊은 밤 무언가에 이끌려 슬며시 텐트에서 흘러나와 하늘을 본다


보석가루를 뿌려 놓은 듯 히 뿌연 은하수가 서쪽 하늘에 걸려있다.


애닯은 견우와 직녀의 마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밤새 올페우스의 리라 소리에 취한 백조는 인도양으로 스러져 간다


남십자성이 지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춘 지금 대 마젤란 소 마젤란 성운은


남극을 중심으로 크지 않은 원을 그리며 떠올라 손에 잡힐 듯 선연하다.


북반구에서 그리워하던 남십자성과 마젤란 성운을 이처럼 뚜렷이 보는 것은 아주 특별하다. 


 


지금도 가차없이 식어가는 저 깊은 공간에서 떠도는 먼지들은 중력의 마법에 걸려


뜨거운 별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가.


찰나를 살면서 영겁을 꿈꾸며 때때로 당혹해 하고 후회하는가 하면 생명의 경이로운    


축복에 환희 하는 영혼들이 별빛 아래 나지막이 잠들어 있다.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물어 가끔 가슴에 머리를 묻고 한숨 짓는다.


어른과 아이와 남녀를 아울러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엮어가는 70명의 대원들은


무엇에 이끌려 이 광활한 서호주 대지를 떠돌고 있나.


 


지나가는 구름이 슬쩍슬쩍 비를 뿌려 풍요롭게 자란 파란 풀밭과 낮게 자란 관목 숲을


가르며 길게 뻗어가는 한가로운 아스팔트 길을 달리고 달렸다.


산과 물과 마을이 연출해 내는 아기자기한 인문학적 산하에서 자란 우리는 끝없이 광활한,


조금은 단순한 서호주 대자연의 스펙타클에 환호한다.


 


굼실굼실 오르고 내리는 금빛 모래밭에 싫증나지 않은 노릇한 색깔의 석회암 기둥들이


마음대로 자리잡은 동화 같은 피너클 공원을 신선처럼 걸어 보았다.


그냥 눌러 앉아 서호주의 별들과 밤새도록 이야기 하고 싶다.


 


산호며 루비며 수많은 보석이 숨겨져 있고 아름다운 인어아가씨가 노니는 인도양의  


푸른 바다에서 살포시 올라와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35억년 전 우리의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정신 없이 들여다 보고 만져 보았다.


우리 몸 속에 깃들여 있는 35억년 전의 기억들을 더듬으며 시초에 대하여 아주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서사시처럼 장구한 세월 진화의 산물로 태어난 우리의


본성 때문인가.


우리의 존재는 우주의 한구석에서 지구라는 보석 같은 행성이 자기의 가슴으로 품어낸


생명과 45억년 동안 손에 손을 잡고 공진화와 화협(和協)으로 마침내 키워낸 걸작품인가.


 


태양이 좀더 높은 각도에서 내려 쬐는 북쪽으로 전진하면서


대지는 훨씬 말라있고 사방은 온통 붉은색이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지구 초기 저 극단적인 바닷속 환경에서 걸러낸 산소와 바다 속에


녹아 있던 철과 결합하여 만들어 낸 드넓은 철광석 대지 위를 달리고 있다.


유카리 나무가 절벽 틈에 뿌리를 내리고 조금은 궁핍하지만 억척스레 살아가는 골짜기와  산마루를 타고 느릿느릿 한쪽 다리씩 번갈아 앞으로 이동시켜 산 봉우리에 올랐다.  


붉은 대지는 끊임없이 물결치며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35억년 지구 생명사를 그려낸


위대한 고생물 학자들이 그토록 감격스럽게 수없이 말해온 엷은 색의 단단한


처트 덩어리들이 철광석과 시루떡처럼 층을 이루며 온통 널브러져 있다.


처트 덩어리를 집어 들고 초기 생명사를 열어 놓은 시아노빅테리아의 영웅적 산소 이야기를 주니어 백북스 대원들에게 열정적으로 강의하시는 우리들 MENTOR의 모습에서


무언가 숭고한 인간정신을 느끼며 숙연해졌다.


 


시작을 알려는 인간의 갈망은 무엇 때문인가.


시작을 앎은 그 끝도 앎인가.


137억년 전의 시작은 1조년이라는 세월과 억만 광년의 공간을 돌아서 다다르게 될


끝과 맞닿아 있는 걸까?


우주는 자기의 가슴으로 품어낸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의 참모습을 그려내고


마침내 그 마음의 참뜻을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건가?


인류는 과연 우주가 부여한 그런 의무와 책임을 감당해 낼 수 있는가.


 


다만 나는 안다.


시작을 찾아 완전한 앎에 이르려는 욕망은 우리의 숙명이며


그 여정은 우리가 존재하는 날까지 계속된다는 것을. 


 


성인들이 밝힌 고대의 등대는 이제 우리의 여정을 밝혀주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아주 멀리 달려왔다.


선의에서 만도 아닌 뜻으로 세워진 교의라는 질곡의 울타리들을


용감히 뛰어넘은 우리의 PROMETHEUS들이 영웅적으로 펼쳐 놓은 징검다리를 건너서


이제는 태양보다 더 밝은 별들에게 길을 물으며 우리는 전진한다.


 


감각에 비춰지는 현상의 저 뒤에 비틀어 지고 어울려 작용하는 공간과 시간의


참모습을 밝혀내는 저 놀라운 지성과


휠체어에 무너져 내려 자지러진 육체의 만류를 뿌리치고 우주의 저쪽 캄캄한 심연 속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방정식을 찾고 있는 용감한 인간정신과


절대 절명의 삶을 지탱하는 완강한 근육질의 우리들의 노동이


시작을 찾아가는 우리의 여정을 가능케 할 것이다.


 


저물어 가는 황혼길에서 방황하는 나에게 백북스 학습활동은 행운의 VEHICLE이다.


위대한 MENTOR들이 나를 이끌 것이며 탐구하는 영혼의 동지들은 나를 격려하고


부추겨 줄 것이다.


공생과 화협이 자연과 인류 진화의 한 본질이었다면 우리의 여정에서도 대원들의 격려와


동지애는 전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위대한 MENTOR들의 친절하고 자애로운 손에 이끌려


남극의 얼음을 뚫어 흔적을 찾아내고


안데스 산맥 높이 높이에서 별들의 대 향연을 응시하며


아프리카의 뜨거운 모래바람 속에서 조상들의 영웅적인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대원 동지들이여 가슴 설레는 긴 여정의 각 단락에서 우리 모두 같이 만나자.

  • ?
    오창석 2009.09.07 22:55
    한편의 시를 읽는듯 합니다.

    탐사기간동안 11호 버젯(짐차)에서..
    멋진 노래도 불러주시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시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오늘 별 사진에 대한 보정작업을 하면서 별사진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이 글의 감동이 작아지기 전에 빨리 서호주의 별사진을 올려야겠네요 ^_^

    9월12일(토) 온지당에서 뵙겠습니다.
    온지당에서 더 많은 이야기 해주세요 ^_^
  • ?
    이은호 2009.09.07 22:55
    서호주 탐사에서 돌아온후 내내 아름다운 추억과
    대원동지들의 따뜻한 우정을 잊지 못하여 어설프게 감상문을 썻습니다.
    백북스 문화활동의 도도한 흐름에 조그마한 추임새라도 넣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 ?
    서지미 2009.09.07 22:55
    깊이 새겨지는 감동적인 글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 ?
    이병은 2009.09.07 22:55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마음에 있었으나 언어가 되어 나와주지 않아,
    생각도 안 났던 것들이 샘이 쓰신 글속에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다시 한 번,
    서호주 밤하늘의 별들에게 길을 묻고 싶습니다.
    서호주의 밤하늘을 '의식'하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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