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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2 09:23

<불량직업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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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문명이 태동하던 고대에서부터 최근까지,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최악의 직업을 소개한 책이다.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것들로 말 그대로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직업들이다. 그러나 이런 최악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가 감탄하는 세계의 찬란한 문명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시대 상류 인사들의 연회장 바닥에서 구토물을 치운 노예, 중세기사가 갑옷 속에 배설해 놓은 땀과 대소변을 깨끗이 닦아야 하는 갑옷담당 종자, 썩은 오줌에 과감히 발을 담군 축융업자 등 상상하는 것조차 끔찍한 다양한 직업들이 소개 되어 있다.



저자인 토니 로빈슨은 영국의 고고학 TV 프로그램 <타임 팀>을 진행하면서 최악의 직업들을 직접 체험한 경험들을 이 책 속에 담고 있다. 책 속에 실려 있는 사진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끔찍한 직업들을 직접 체험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고대부터 빅토리아 왕조까지 시대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학작품이나 고대 벽화, 예술작품, 낙서 등 당시의 직업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문헌과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책에 수록되어 있는 200여 컷의 삽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역사 속 3D 업종을 생생하게 만나 볼 수 있다.

문명을 건설한 3D 직업의 감추어진 역사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문명의 주역들은 하나같이 세상에 이름을 드날린 상류계층의 인물들이다. 왕과 여왕, 승리를 이끈 장군이나 기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교과서에 따르면 이들이 세계의 찬란한 문명을 창조하고 나라를 세우는가 하면, 학문을 발전시키고 예술작품도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명 창조와 전쟁의 이야기가 바로 역사라고 정의 내려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이런 거창하거나 빛나는 역사와는 거의 무관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저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노동에 시달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은 역사와는 무관하다는 말인가?


우리가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평가하는 위대한 인물들의 뒤에는 항상 그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어려 있다. 그리고 이런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희생 위에서 역사의 바퀴는 굴러온 것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위대한’이란 수식어와 함께 이름을 드날린 이들보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문명을 지탱했던 ‘최악의’ 직업 종사자들이야말로, 명시적으로 기록되지 못한 문명의 창조자들이자 역사의 주체라고 할 것이다.



오로지 삶을 지탱하기 위해 순간순간 목숨을 걸어야 했던, 그야말로 인생 자체가 아이러니였던 이들의 희생과 눈물 위에 로마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문명이 건설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개한 섬나라 영국과 유럽대륙에 문명을 전파한 해적의 무리 바이킹, 높은 성당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벽화를 그린 돔 화가들, 수은과 납이 가득한 공장에서 한 조각의 빵을 위해 하루 열네 시간씩 성냥을 만들던 성냥 공장의 어린 소녀들이야말로 문명을 건설한 진정한 주역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불량직업 잔혹사』는 이러한 문명의 진정한 주역들에게 세상을 향한 발언권을 내주었다. 그들이 종사한 직업들이 누구를 위해, 어떤 문명을 일구기 위해 생겼는가, 에서부터 그들이 만들어낸 문명들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문명이 도래하면 가장 먼저 버림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게 된 사연에 대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건에 따라 직업별로 묶어보았다. 이들이 문명에 뿌리내린 역사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어나가면서 독자들은 지금껏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역사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문명을 지탱한 밑바닥 직업의 잔혹한 인생


여기서 다룬 직업들은 주로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직업들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시하고 비난하던 직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최악의 직업들, 때로 처벌을 감수해야 했던 불량직업들이 없었다면, 당대의 찬란한 문명 또한 지탱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발굴되는 대부분의 유물들이 훌륭한 위인들이 남긴 보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것이라는 점만 보아도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고대의 귀중한 문서들을 기록한 것은 귀족이나 학자들이 아니라, 비바람 치는 초가 한 칸에서 언 손을 녹여가며 글을 쓰던 필사본 채식사들이었다. 중세의 전장에서 죽어간 이들은 기사나 군인들이 아니라 그들을 뒤따르던 종자와 하인들이었고, 오늘날의 철도와 도로를 건설한 건 국가나 부르주아들이 아니라 집시처럼 떠돌던 일단의 부랑자들이었다. 민중의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여왕의 목을 자르는 일은 술 취한 망나니가 담당했고, 아프거나 다친 사람들은 마법사와 이발사들이 치료했다.


찬탄이 절로 나오는 세기의 건축물 뒤에는 아찔한 높이의 건물 꼭대기에서 쉼 없이 발을 놀렸던 디딤바퀴 조작수의 살 떨리는 고통이 서려 있으며,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된 데에는 썩은 오줌에 과감히 발을 담군 축융업자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고대든 중세든 현대든 문명은 절대로 유지될 수 없었고, 또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토니 로빈슨은 영국의 고고학 TV 프로그램 <타임 팀>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최악의 직업들을 직접 체험하고 그 경험들을 녹여 이 책에 담았다. 숯장이와 축융업자의 지루하고도 숨이 턱하니 막히는 작업을 재현해 보고, 생선장수가 받았던 체벌인 스콜드를 체험해 보고자 입에 재갈을 물고, 자맥질 의자에 직접 앉았다. 이런 흥미로운 경험들과 함께 풀어낸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딱딱한 역사서가 아닌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책으로 다가설 것이다.



문명에 의해 추방된 3류직업의 수난사

맨 처음 문명을 건설하고, 문명의 번성기에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천한 일로 문명의 밑바닥을 지탱한 것은, 이름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가장 천하고 가난한 자들이었다. 이들의 피땀 위에 건설되고 유지된 문명은, 그러나 이들을 문명의 이름으로 단죄하고 추방시켰다. 마법사들은 화형에 처해졌고, 떠돌이와 부랑자들은 감금되었으며, 지치고 병든 사람들은 수용소에 갇혀 더욱 참혹한 삶을 연명해야 했다. 문명이 뒤집어쓴 위선의 가면 너머,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참혹하고 기이한 3류직업의 수난사를 함께 따라가 보면 거기엔 겸손과 절제를 올바로 배우지 못한 우리 문명의 또 다른 자화상이 놓여 있다.


다시금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불량직업 잔혹사』는 이렇게 상상으로만 가늠할 수 있는 그들의 직업을 재현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문헌과 자료들을 동원했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문학작품을 비롯해 고대 벽화에서부터 조각상과 자화상, 심지어 최악의 직업 종사자들이 남긴 낙서까지 그들의 자취를 추적할 수 있는 문서들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다루었다. 또한 그들 직업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2백여 컷의 삽화들을 페이지마다 담아 누구나 부담 없이 책장을 펼칠 수 있게 한 것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으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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