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09.11.18 17:40

김명남님 글

조회 수 2038 추천 수 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김명남의 과학책 산책

〈브레인 룰스〉
존 메디나 지음·서영조 옮김/프런티어·1만6800원


요즘 서점에 가보면 뇌에 관한 책들이 널따란 매대를 통째 차지하고 깔려 있다. 과학 분야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분야에도 뇌과학의 최신 발견들을 곱씹는 책이 수두룩하다. 나는 그걸 볼 때마다 어쩐지 초조하다.

왜냐하면 첫째, 이걸 어떻게 다 읽나 싶어서이고, 둘째, 설령 다 읽더라도 몇 년만 지나면 더 새로운 발견들로 뒤집힐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 싶어서이고, 셋째, 내가 전문가도 아닌데 아득바득 정보를 쫓아봐야 현실에서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 싶어서이다.

앞선 두 가지는 하루가 다르게 질과 양이 팽창하는 뇌과학의 여건상 어쩔 수 없다 치기로 했고, 세 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이 책으로 대답을 들었다. 워싱턴 대학교생명공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12가지 두뇌 법칙으로 정리하고, 학교와 일터에서 어떻게 그 법칙들을 활용하면 학습 능력과 수행 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 제안했다.

가령 법칙 하나, 몸을 움직여야 생각이 움직인다. 인간의 뇌는 하루에 최소 10킬로미터씩 걷던 환경에서 진화했기에 가만히 앉아서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우리 몸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소비하는 뇌로 바지런히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몸을 움직여 혈류를 좋게 해줘야 한다. 그러니 학교에서 체육수업을 줄이는 것은 한심한 처사다. 근무시간에 운동시간을 포함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회의는 러닝머신 위에서 하자!

법칙 여섯, 기억은 반복이다. 단지 한 번에 들입다 파고드는 게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여러 번 되새기는 게 관건이다. 법칙 여덟, 뇌는 단기적 스트레스 아래에서는 의외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만성적 스트레스에는 결코 적응할 수 없다. 게다가 법칙 둘에 따르자면 인간의 뇌는 관계지향적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가장 큰 스트레스는 관계의 스트레스이다. 따라서 아이가 성적이 오르길 바라는 부모는 열 일 제쳐두고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부터 실천하라. 이 밖에도 멀티태스킹을 잘 하는 뇌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돈 안 드는 가장 뛰어난 성과 촉진 기법은 낮잠이라는 것 등의 법칙들이 있다.


























» 김명남의 과학책 산책
‘무엇무엇의 법칙’을 알려준다는 책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까칠한 독자인 내가 이 저자의 제안들에는 선뜻 마음이 열렸다. 그래서 요즘은 마감이 닥쳐 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국이라도 과감하게 잔다. 아침에 일어나 러닝머신에서 걸으면서 골똘히 전략을 짠다. 그 후에 음악도 틀지 않고 멀티태스킹을 자제하면서 한두 시간 일한다. 뇌가 필요로 하는 잠, 운동, 주의력 집중, 적당한 간격의 되새김을 제공하고 짧게 일하는 것이 질질 붙잡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덕분에 체감하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흔해빠진 조언들인데도 설복이 되는 까닭은, 주장을 앞세우고 뒷받침하는 증거를 물색한 게 아니라 거꾸로 과학적 증거들을 놓고 아이디어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12가지 법칙이 무언지 차례에서 읽으면 그만 아니냐고? 아니다. 운동을 한다면 얼마나 자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낮잠은 몇 시에 얼마쯤 자면 좋은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 봄에 기왕 자기계발서를 한 권 읽을까 하는 독자가 있다면 대신 이 책을 권한다. 가르치는 일을 하거나 조직 관리를 하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 ?
    이정원 2009.11.18 17:40
    김명남 님의 글을 보니 반갑네요.
    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션 캐럴),
    마음이 태어나는 곳 (개리 마커스),
    내 안의 물고기 (닐 슈빈),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제임스 왓슨),등등을 번역한 과학책 번역가입니다.
    제 고등학교 선배에요. ^^
  • ?
    함보현 2009.11.18 17:40
    읽고 있으니 정말 꼭 제게 필요한 이야기들이네요
  • ?
    서지미 2009.11.18 17:40
    백북스는 브레인 룰을 아는것을 넘어,
    경험하고 실천하는 그룹.
  • ?
    임석희 2009.11.18 17:40
    브레인은 나와 관련이 없다고 여겨지다가 (외울게 너무 많을때?? 공부하기 게을러질때?? ^^*)
    또 어떤때는 나와 너무나도 관련이 많다고 여겨지다가..
    이중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윗 책은 후자에 속하는 듯 ^^*
    책 주문 들어갑니데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65 북콘서트 - 우리대전같은책읽기 1 file 강신철 2009.12.04 2089
3264 개들에게 책 읽어줬더니 아이들 독서능력이 쑥쑥 이동선 2009.12.02 2243
3263 서울 백북스 12월 18일 송년모임 안내 박용태 2009.12.01 2268
3262 백북스 2008년 8월 - 2009년 11월 회계보고 4 file 김영이 2009.11.30 2472
3261 체욱대회 안하나요 2 김학성 2009.11.29 2396
3260 홈페이지제작 및 운영비 모금내역 3 김영이 2009.11.27 2712
3259 공연예술에 대한 궁금한 사항을 올려 주세요! 유성동 2009.11.26 2117
3258 문화로운세상을 만들어가는 유성동 입니다 2 유성동 2009.11.26 2246
3257 가입 인사드립니다.^^ 1 이윤민 2009.11.26 2063
3256 [공지내림] 2009년 백북스 독서여행 취소 & 송년회 안내 11 송윤호 2009.11.26 3013
3255 [대덕넷기사]대전에 멋진 책마을을 꿈꾸며..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5 서지미 2009.11.25 2683
3254 배추밭에서 발견한 한 마리 칠성무당벌레 1 마은경 2009.11.23 2510
3253 책을 읽는 사람과 안 읽는 사람의 차이 2 강신철 2009.11.23 2412
3252 일요일 오후 4시, 저희 집에 놀러오세요. ^^ 7 이정원 2009.11.21 2585
3251 [알림] 박문호 박사님 강의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학술대회 특강 윤보미 2009.11.20 2412
3250 필독: 이정모 교수님 강연 알림글 수정했습니다 김미선 2009.11.19 2292
3249 이정모 교수님의 "뇌과학의 함정과 인지과학(?)" 강연 안내 7 김미선 2009.11.19 2419
3248 꽃에게 4 양초순 2009.11.19 2018
» 김명남님 글 4 이중훈 2009.11.18 2038
3246 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한정규 2009.11.17 218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 216 Next
/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