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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4 16:21

이종상 화백 공부하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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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하학을 넘어서


                                                              지 상 현


                                                             


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이종상의 <에스프리-독도II>를 처음 보는 순간이었다. 담백한 수묵으로 그려진 그 정갈한 바다와 방금 목욕을 마친 선녀처럼 물 위로 솟아오른 듯한 독도. 그러나 숨이 턱 막힐 듯한 느낌이 이런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실로 놀라운 것은 단순한 몇 번의 붓놀림과 그것에 대비되는 독도라는 대상의 생생함이다.   




그림. 이종상 <에스프리-독도II>





1938년 충남예산에서 태어나고 서울대에서 수학한 이종상은 드물게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작가다. 그는 동국대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이론에 밝을 수밖에 없는 작가다. 보통 화가가 말이 많으면 그림을 못 그린다고 한다. 그림으로 표현해야 할 절절한 이야기들을 말로 쏟아내면 막상 그림을 그릴 때에는 그 절절함이 묽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론이 많은 이종상은 예외에 속한다. 그 까닭은 이종상의 이론이 무엇에 관한 것인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대표적인 논문 몇 편의 제목을 보자. <신 벽화연구(1971)>, <고대 벽화의 사적 고찰과 신 벽화의 재료 및 기법에 대한 연구(1973)>에서 보듯이 이종상의 이론적 탐색의 대상은 미술기법에 관한 것이다.


미술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크게 ‘what’과 ‘how’에 대한 연구로 이분할 수 있다. 미술사학계에서는 이를 정신사적 연구와 양식사적 연구로 부른다. 정신사적 연구에서는 한 작가나 시대의 미학과 문화에 대한 것에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지게 마련이다. 때로는 인생론이나 세계관으로 이야기가 확장되기도 한다.


반면 양식사적 연구는 논의의 출발이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시각적 특징들에서 시작한다. 그림의 물리적인 특징, 쉽게 말해 그림 양식이나 기법에서 시작해 그림의 시대적, 지역적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원리로 나아가는 양식사적 연구는 미술사 연구치고는 상당히 자연과학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분야다.


이종상의 이론적 연구들은 바로 양식사적 연구에 속하는 것으로 그의 작품에 담겨야 할 절절한 감성과 삶의 이야기가 과장되거나 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보면 이종상의 이론과 창작은 철저한 분업체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때로 화가의 이론적 탐구가 ‘what'의 문제에 머물 경우 그의 말과 그림은 동어반복인 것이 되기 쉽다. 그러나 이종상은 마음속의 절절함을 더 세련되게 표현하기 위한 기법의 탐구가 이론적 탐색의 주를 이루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이론과 창작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마음을 휘저어 놓은 <에스프리-독도 II>은 그런 이론과 실기의 멋진 조화를 발견할 수 있는 걸작이다. 이 그림은 1977년 동산방(東山房)의 초대 기획전에 출품된 것으로 비교적 초기작에 해당된다. 이후 그는 벽화에 몰두하여 화풍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필자는 예술도 발전한다고 믿는다. 화풍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모든 화풍의 변화가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발전은 존재한다. 미술심리학의 입장에서 볼 때 이종상의 그림은 시간과 더불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자 하여간 이종상의 그림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필자는 초기작에 해당하는 <에스프리-독도II>를 좋아한다. 어쩌면 필자의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차츰 이야기 하겠지만 이 조용한 독도는 역설적으로 이종상의 후기작에 비해 역동적이다. 세상을 살아본 사람이 깨닫는 담담함 대신 아직 인생의 드라마를 꿈꾸는 청장년의 역동이 있다.





조용한 대비


이 역동성은 화면을 대각으로 가르는 굵은 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굵은 대각선처럼 표피적인 것이 아니라 더 심연에서 작용하는 역동성이 있다. 이 역동성은 대비(콘트라스트)에서 나온다. <독도 II>은 매우 단순한 그림이다. 모노톤이며 군더더기 없는 몇 개의 선이 전부다. 그것도 그림의 중앙 상단부에 몰려 있고 나머지 부분은 거의 여백에 가깝다. 그러나 이 단순한 그림 속에서 우리는 장시간의 뱃길 끝에 다다른 독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미술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이중성(duality)'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중성은 미술감상의 동태적 성격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여러분이 화랑에서 어떻게 그림을 감상하는지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라. 조금 떨어져 그림의 전체적 모습을 감상한다. 잠시 후에는 한 두 걸음쯤 다가가 그림의 디테일을 관찰한다. 그러다가 다시 한걸음 물러나며 그림의 전체적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대부분의 사람이 대략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을 요약하면 그림의 전체적 효과를 감상하는 과정과 어떻게 그렸을까 생각하며 재료나 기법을 파악하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감상에는 이 두 과정을 오가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감상의 이중성이라 한다. 방금 말했다시피 각 과정을 통해 우리가 지각하고 평가하는 것은 서로 상이하다. 전체적 감상과정에서는 그려진 대상이 주는 사실감, 생생함 혹은 여타의 의도된 지각적 효과가 전달되고 판단된다. 반면 근접해서 관찰하는 과정에서는 그 지각적 효과를 만든 방법이 무엇이었는가를 파악한다. 다시 말해 어떻게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가를 지각하는 과정이다.


보슬리라는 미술심리학자는 이 두 과정 사이의 대비가 클수록 미적 효과는 커진다고 한다. 이를 수리적으로 표현하면 아름다움의 총량은





           M(아름다움의 총량)=Um*Ue*Cm, e가 된다





여기서 Um은 수단의 명확한 정도를 말하고 Ue는 효과의 생생함을 말한다.  Cm, e는 Contrast of means with effect의 줄임말로 생생함과 수단의 명확함 간의 대비를 말하는 것이다. 만약 이 둘 사이의 대비가 약하다면 아름다움은 사라지게 된다. 예컨대 화강암으로 제작된 인체조각이 있다고 하자. 그 조각이 아주 사실적으로 되어 있다면 그 육중하고 단단한 재료를 깎아 만든 솜씨에 경탄을 할 것이고 미적 효과는 커진다. 그러나 그 조각에 사실적으로 채색을 한다면 사실감은 더 높아지겠지만 육중하고 단단한 재질과 그것을 다듬은 솜씨는 감취지게 된다. 결국 생생함과 수단(돌이라는 재질 그리고 그것을 다듬은 솜씨) 간의 대비는 사라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미적효과는 감소하게 된다.


독도를 보자. ‘ㄱ’로 꺽인 두 번의 획으로 독도를 표현하고 있다. 더구나 그 붓질을 통해 칠해진 먹이 한지에 번지기까지 했다. 누구나 한 두 번의 서예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먹의 번짐이 글씨를 망치는 골치 아픈 현상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이종상은 이 그림에서 그 번짐을 적절히 이용하여 안개 낀 동해 먼 바다에 오롯이 솟은 독도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이 그림의 수단은 너무나 특징적이다. 단순성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번짐을 인위적으로 수정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다. 그러나 이런 비작위(非作爲)의 단순성과 대비되게 그 느낌은 너무 생생하다. 수단과 효과 간의 대비가 이렇게 강렬한 그림을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조용한 독도와 그 배후에 있는 강렬한 대비. 필자는 이종상을 직접 만나 본 적이 없지만 그의 성품에 이런 특징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적어도 청장년기에는….


<에스프리-독도II>이 주는 예술적 효과의 절반은 수단의 단순성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단순성과 대비되는 생생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 까? 짚이는 것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하나는 농담의 변화를 통해 이룩한 섬의 입체감이고 다른 하나는 섬의 형태가 갖는 기하학적 특징이다.   


 





그림. 수면 근처의 농담 변화를 없앤 오른쪽 그림과 왼쪽 원화의 비교





이 두 그림을 보자. 오른쪽 것은 원화에 있는 농담의 변화를 없앤 것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변화가 원화가 주던 생생한 느낌을 반감시켜 놓고 있다.


우리의 시각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만나는 경계부근에서 밝은 면 쪽은 더 밝게 그리고 어두운 면 쪽은 더 어둡게 지각하게 되어 있다. ‘측면억제’라고 부르는 감광세포들의 작용 때문인데 이런 지각경험을 이용한 기법이 그림, 특히 돌출한 부분의 입체감을 살리는데 자주 이용되어 왔다. 예컨대 화가들은 사람의 코를 그릴 때 밝은 콧등과 코 밑의 어두운 부분이 만나는 곳에서 코 밑의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그리고 콧등의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칠해 코의 입체감을 살리곤 한다.


독도에서는 이와 유사한 기법이 유사하지 않은 독창적인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바다와 맞닿은 섬의 영역이 진하게 칠해져 있다. 반면에 수면 쪽에는 아무런 농담의 변화가 없다. 이렇게 함으로써 바다의 밝은 수면과 섬이 만나 만들어진 화면 중앙의 수평선이 선명해지고 섬이 바다 표면과 확실히 분리된 대상으로 지각된다. 다시 말해 섬의 입체감이 살아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생생한 입체감과 더불어 그 영역의 강한 밝기대비는 우리의 시선을 그곳에 집중하도록 한다. 이곳이 시각적 무게중심이 된다. 측면억제가 우리에게 준 지각효과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사물의 윤곽부분에서 주로 발생하는 측면억제 작용을 통해 윤곽부근에 시선을 집중케 하고 결과적으로 형태를 좀 더 쉽게 지각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종상은 단순한 구도와 모노톤의 그림에서 생기기 쉬운 단조로움을 이 농담의 변화를 통해 한 번에 날려 버렸다.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림에 시각적 임팩트(impact)를 준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림에 강약의 변화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평면적으로 보이기 쉬운 그림에 강한 입체감을 주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측면억제 작용은 사물의 윤곽을 용이하게 지각하도록 해준다. 이 그림에서도 그렇다. 수면 위에 수직으로 솟은 섬, 바다에서 솟아올랐으면서도 바다와는 분리된 섬! 이러한 섬의 공간적 특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는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비작위(非作爲)의 단순성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이 일필휘지의 붓 터치로 담백하게 그려진 그림에 섬의 표면 질감이나 색채를 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농담의 변화만이 대안으로 남는다. 사물의 윤곽지각을 돕는 측면억제의 본래 작용을 끄집어내어 단순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나름의 입체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농담의 변화는 <독도 II>에 또 다른 선물을 안겨주었다. 신선함, 정갈함 등의 인상이 그것이다. 신선하고 정갈한 느낌은 생동감, 경쾌함 등의 감성과 사촌간이다. 그리고 밝기 대비는 생동감, 경쾌함의 느낌과 관련이 깊다(자세한 내용은 2장 참조). <독도 1>에서는 이 밝기대비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수묵 농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농담에 의해 만들어진 생동감과 경쾌함이 독도라는 맥락 속에서 신선함, 정갈함의 인상으로 변형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피보나치의 수


수면과 섬 사이의 강한 밝기대비에 이끌린 관객의 시선은 곧이어 그 지점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삼각형과 만나게 된다. 이종상이 알고 그렸는지 그의 예술적 영감이 무의식적으로 인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중앙에 배치한 섬의 삼각형 윤곽은 예사 것이 아니다. 피보나치라고 하는 수학자가 발견한 수학적 질서가 반영된 형태다. 이탈리아의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Leonardo Pisano Fibonacci)는 한 쌍의 토끼가 계속 새끼를 낳을 경우 몇 마리로 불어나는 가를 관찰하여 피보나치의 수열이라는 것을 제안했다. 이 수열은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과 같다. 모든 숫자가 앞의 두 수를 합한 것이다. 자연 속에는 피보나치의 수열을 찾을 수 있는 무수한 패턴이 숨어 있다. 예컨대 해바라기의 씨의 배열, 파인애플 표면의 패턴, 솔방울 패턴의 배열이 모두 피보나치의 수열을 찾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그림. 노몬. 삼각형 BDN, BCD, ACB는 모두 동일한 형태의 반복이다.





피보나치의 수열이 이종상의 그림에 어떻게 숨어있는지를 알려면 먼저 노몬(Gnomons)이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노몬은 큰 형태가 작은 형태와 동일한 모습이 되도록 더해진 작은 형태를 말한다. 예컨대 아래 그림에서 삼각형  BCD는 크기만 다를 뿐 동일한 삼각형인  ABC의 노몬인 셈이다. 프랙탈을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다. 작은 것이 계속 반복되어 동일한 모습의 더 큰 형태를 만들어가는 프랙탈처럼 노몬은 계속 반복해서 만들 수 있다. 아래 그림이 그러한 사례이다.  


           


그림. 이등변 삼각형을 노몬으로 하여 반복한 후 각 꼭지점을 연결한 형태





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처음에 시작하는 노몬의 형태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것이 반복되어 만들어지는 형태의 모습이 각기 다를 수가 있다. 이 그림에서는 밑변의 각이 72°이고 꼭지각이 36°인 이등변 삼각형이다. 이러한 이등변 삼각형을 노몬으로 하는 삼각형들은 각 빗변이 황금비로 분할되게 된다. 다시 말해 변 DC와 AD의 길이가 1: 1,613인 황금비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이 노몬의 각 꼭지점을 연결하면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선의 형태가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노몬들의 각 변의 길이가 피보나치의 수열을 따른다는 것이다.


   GF = 1 ø


   FE = 1ø+1


   ED = 2ø+1


   DC = 3ø+2


   CB = 5ø+3


   BA = 8ø+5


이 노몬을 극좌표(polar cordinate)를 이용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변의 길이가 피보나치순열이 되도록 극좌표를 이용해 노몬을 만들면 아래 그림에서 보는 장방형적 나선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나선이 바로 아름다운 앵무조개의 소용돌이 문양이다. 이 장방형 노몬의 모습이 어디서 본 듯하지 않은가?


          


그림. 극좌표를 이용해 변의 길이가 피보나치 순열이 되도록 하여 만든 앵무조개의 나선





이 나선을 <독도-에스프리II>에 겹쳐 보았다. 중앙에 있는 삼각형의 섬이 피보나치의 순열을 따르는 노몬의 형태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 이종상의 독도와 자연이 만든 앵무조개 나선이 동일한 수학적 질서 속에 있는 것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자연이나 예술의 아름다움을 수학적 질서와 연결지으려는 시도는 피타고라스 이래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종상의 그림에서도 그런 질서를 이렇게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왜 황금비나 피보나치의 수열과 같은 수학적 질서가 아름다움과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오래전 플라톤은 아름다운 인체에 반영된 수학적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 진리를 찾는 첫 번째 단계라고 했다. 인체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 깃들어 있는 수학적 질서를 중시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수학적 질서는 진리로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중시되었던 것이다.


과연 수학적 질서가 진리로 나아가는 과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질서가 반영되어 있는 자연이나 예술작품이 아름다운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시대나 국경을 초월하는 강한 미적 생명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아름다움이라 이름 지은 내적 경험들이 모두 같은 것이라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렇게 부를 뿐이지 사실은 조금씩 다른 상이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 경험들을 여기서 하나하나 나열할 생각은 없다. 그리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다양한 경험 가운데 이종상이 만든 그것은 다른 어떤 내적 경험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 같다.





     


그림. 앵무조개의 나선을 구성하는 노몬의 형태와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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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저자 지상현은 홍익대학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영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지각심리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다. 현재 한성대학교 미디어컨텐츠학부 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 <색, 성공과 실패의 비밀>, <이제는 색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 등이 있고 심리학적 분석에 의한 미술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특히 일랑 이종상의 <독도의 기-II>를 보고 미술심리 비평자로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다.  예술가의 단 한 점 작품이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격랑과 고요의 경계를 넘어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룰 수가 있는 것인가를 반문한다. 글쓴이는 화가 이종상과는 일면식도 없다. 책이 발간되기 이전에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행여 작품만을 보고 느꼈던 엄청난 충격 속에서 이미 써 놓은 원고에 사족을 달게 될 수 도 있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기우가 끝내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저자를 붙들어 놓게 하였다.


  화가는 어느 책에선가 자신의 6,7,80년대의 진경시대가 이 작품을 계기로 80년대 말부터 한국미술의 근원적이고 자생적인 미학에 침잠하는 ‘원형상의 세계’로 너머 가게 되는 징검다리가 되었다고 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일랑 이종상은 고향으로 피난 가서 불교재단의 중학교, 대전고등학교,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거쳐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서의 비교미학과 동양철학을 영구하여 현역화가로서 최초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지성인 화가다. 그는 미술대학 시절, 해부학은 물론이고 천문학과 건축학, 설계투시학 까지  이수했으며 고등학교시절은 3년 내내 이과 반에서 졸업했을 정도로 여니 화가와 다르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면과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화가 이종상이 60년대부터 고구려벽화연구에 몰두하면서 ‘한국벽화연소’ 소장으로 40년, 70년대로부터 독도를 문화로 지키자는 운동을 전개하며 ‘독도문화심기운동’ 본부장으로 30년을 활동해온 남다른 역사관을 지니게 된 경력도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독도의 기-II>에서 내재되어 있는 신비의 세계, 귀가 멍할 정도의 적막감 속에 숨겨진 작가의 파도와 같은 기하학적 역동성이 함께 있다. 그러나 고요함도, 역동성도, 기하학도, 모두를 단숨에 넘어선 절대 절명의 아름다움이 그의 인생역정을 보면 이미 예고되어 있었음을 보게 된다.


   그의 이런 선가적 명상이 로고스를 뛰어 넘는 통쾌함을 보여줌으로써 지상현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이 작품은 독도문화심기운동의 심벌로도 많이 알려진 작품이며 년 전에 스톡홀름의 한 전시장에서는 아예 이 작품만 독방에 걸어놓고 그림 앞에 빈 의자 하나만을 덩그러니 진열하는 진풍경도 만들어냈던 작품이다. (학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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