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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2 20:20

백 권의 책이 강화도를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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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권의 책이 강화도를 물들이다

- 함민복 시인과 독서모임 100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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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뉴스 김세라/seilork@korea.kr (201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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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고향인 프랑스의 소읍을 벗어나 자유와 관용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합니다. 만약 데카르트가 타향살이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 한다’는 유명한 문장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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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노은면의 산골에서 나고 자란 함민복 시인은 마니산에서 바라 본 서해바다와 갯벌에 매혹되어 ‘강화도의 시인’이 됩니다. 익숙함을 버리면 ‘인간다움’을 깊이 들여다보는 인문학적 감수성이 깨어납니다. 일상에서도 ‘낯섦’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 중 하나는 독서인데요, 함민복 시인이 이웃사촌들과 백 권의 책읽기를 시작 했다고 하여 강화뉴스가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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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뉴스(이하 뉴스) 선생님의 시를 읽어본 적 없는 이들도 ‘강화도 시인 함민복’은 다 알거든요.

함민복시인(이하 시인) 허영만 화백의 ‘식객’ 덕도 봤죠. 제 시와 산문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13편 수록되어 있어 자주 강연을 가는데,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식객’ 얘기를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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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뉴스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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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강화도에 터를 잡은 사연이 궁금합니다.

[시인] 경제적 이유가 컸어요. 서울에서 7년 신세졌던 친구가 마음공부 하려고 광주로 내려갔거든요. 갈 곳이 없어 막막했는데, 한 선배가 마니산 등반 후 작심하고 장편소설을 집필했어요. 발문작성 부탁을 받고 저도 혼자 한밤중에 마니산에 올랐죠. 저렇게 높은 산인지 모르고(웃음). 새벽에 정상에서 바다를 내려 봤는데 장쾌했지요. 제가 원래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했거든요. 4년 간 동해에 있었는데, 서해 바다는 느낌이 달랐어요. 갯벌도 매력적이고. 청한한 살림에도, 글쓰기에도 좋은 고장이다! 그래서 동막에 빈집을 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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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강화도의 무엇이 감흥을 불러일으켰을까요?

[시인] 배가 최고 운송수단이었던 시절, 강화는 일종의 터미널이었다고 하죠. 지금은 완벽한 터미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강화도는 활짝 열린 관문이에요. 에너지가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죠. 자신을 보호하려고 울타리를 치면 그 안에 갇혀요. 경계 대신 자유롭게 드나드는 문이 필요합니다. 문이 성이 되는 시대죠. 강화는 그런 의미로 접근할 때 무엇이든 발전시킬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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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소통’은 선생님에게 중요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

[시인] 소유격, 주격이 강조되는 시대에, ‘시’는 너와 나를 연결하는 ‘접속사’입니다. 물론 시인으로서 나만의 시어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죠. 그렇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히 그려도, 인간의 생애 자체가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심연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 이야기만 잘 담아도 충분히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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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선생님의 글이 마음 한 구석에 닿을 때가 있습니다.

[시인] 그 얘기는 제가 양심의 가책을 글로 옮긴 적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누구나 품고 있는 양심의 속삭임이야말로 서로 통할 수 있는 길이니까요. ‘양심’이란 단어가 흘러간 옛 가락 같지만, 이보다 곱고 귀한 말은 없습니다. 살아가며 욕심 보다 양심을 우선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죠. 저도 순간순간 감정의 불길에 휩싸이지만, 의도적으로 나를 대상화 하여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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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누군가 철학은 감추고 싶은 인생의 민낯과 대면하는 시도라고 했는데요, 삶에 맞서는 선생님의 글쓰기는 철학자의 ‘철학하기’를 닮았습니다.

[시인] 과찬입니다. 글쟁이는 동시대의 상처를 감지하고, 그 생채기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써야하지요. 칼보다 펜의 힘이 강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세상은 당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더 나아가 행동하는 작가를 호출하고 있지요. 제 글은 아직 멀었습니다. ‘위대한 작가는 말하자면 그의 나라에서는 제2의 정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권도 별 볼일 없는 작가는 몰라도 위대한 작가를 좋아한 적이 없다’라는 솔제니친의 말을 떠올리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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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선생님의 앎을 실천하려는 의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시인] 실천이 없다면 앎이 아니지요. 그게 강화학파의 정신 아닙니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문학이 열풍이라던데, 인문학이 삶을 변화시키지는 못하고 또 하나의 스펙 쌓기 차원에서 머물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지식은 쌓이는데 생활 속에서 바뀌는 게 하나도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백남기 농민을 병사했다고 사망진단서에 기록한 의사는 전문성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지식 수집자와 지성인은 구분 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부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이웃들과 백 권의 책을 나누어 읽는 100books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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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뉴스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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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백 권의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이라니, 귀가 번쩍 뜨이는데요.

[시인] 사실, 100books는 우리가 처음이 아니고요, 2002년에 설립된 전국적인 열린 학습 공동체입니다. 타 지역 100books 행사에 강연자로 몇 번 초청을 받았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거든요. 지인들과 독서의 중요성을 얘기 하다가, 100books 강화지부를 만들자고 의견이 모였어요. 마침 100books 운영진 중 한분이 근처 마송 출신이에요. 강화지부 준비한다니까 크게 기뻐하며 도움을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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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강화 100books에 저도 참석 하고 싶습니다.

[시인] 환영합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참가하시면 됩니다. 100books는 2016년 2월에 출발했는데요, 한 달에 한 번 미리 선정된 책을 읽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독서 토론의 묘미는 책에서 얻는 정보 보다 그 책을 통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궁리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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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독서 토론 클럽 간판을 걸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인문학 운동으로 보입니다.

[시인] 맞습니다. 기존의 시민운동 방식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편을 가르고 상대를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은 우리 사회 발전에 보탬이 안 됩니다. 굳어진 구조에 숨통을 뚫을 수 있는 주체는 성찰하는 개인입니다. 책은 보다 아름다운 삶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방편입니다. 책은 살아있는 글자의 화석이고 생각이 담겨 있는 냉장고지요. 저자의 사유를 꺼내어 따라가다 보면 딱딱해진 머리와 가슴이 말랑말랑 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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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마지막으로, 시인 함민복의 인생의 책이 궁금합니다.

[시인] 어릴 적 읽은 탈무드입니다. 첩첩산중에서 책 구하기가 어려웠기에 곁에 두고 반복해서 낭독했죠. 저는 탈무드를 통해 전복적으로 상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권의 책이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책의 향기가 강화도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100books가 강화군민들의 좋은 벗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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