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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 4개월만에 복귀한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

백년기업 꿈꾸는 원칙주의자…“회사를 사장이 아닌 시스템으로 굴러가도록 하겠다”

글 이석호 기자 (lukoo@econopia.com)
사진 김현동기자 ( nansa@joongang.co.kr)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안철수’라는 이름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과 보안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엔지니어.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CEO 1위 기업인. 세계인명사전 ‘Who’s who’에 이름이 올라간 유명인.
.
본지가 실시한 ‘CEO가 뽑은 CEO’에 2년 연속 ‘디지털 CEO상’을 수상한 디지털 경영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한테 따라다니는 수사들이다. 이외에도 안철수 사장의 이름값을 알리는 사례들은 많다.
.
이제 겨우 매출 2백54억원, 순이익 70억원(2001년 기준)을 기록한 조그만 벤처기업 사장이 어떻게 이런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안철수 사장의 명성은 과대 포장됐다. 적어도 숫자로 보면 그렇다.
.
안연구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2백54억원. 소프트웨어 벤처 중에서는 작지 않은 규모지만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으로 가면 한 부서도 그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문 LDC사업부의 지난해 1분기 매출액이 5백억원이 넘었다.
.
자산규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안연구소의 자산은 8백51억원. 현대자동차(19조원)의 2백20분의 1밖에 안 된다. 주식 시가총액도 마찬가지다. 6월28일 종가 기준으로 안연구소의 시가총액은 1천8백억원.
.
SK텔레콤(24조원)의 1백30분의 1 수준이다. 굳이 대기업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벤처기업 중에도 엔씨소프트·휴맥스·다음 등 수치로 안연구소를 뛰어넘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
.
그러나 누구도 한국의 대표적 벤처 CEO로 안철수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벤처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한국 대표 CEO 중 한명으로 그를 포함시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
무엇이 인간 안철수를 이렇게 대단한 파워 엘리트로 만들었을까? 책은 사람을 만든다 우선 책이다. 안사장은 스스로 책벌레임을 인정한다. 또 그렇게 불리기를 즐거워하는 눈치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독일의 문호 마르틴 발저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스스로도 그렇게 믿는 사람이다. 간염으로 4개월간 집에서 요양을 하는 중에도 20여권의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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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소설·전기·수필 등 장르도 다양하다. 그에게 책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다. 거기엔 지식의 축적은 물론 알지 못한 세계로의 여행, 자신을 뒤돌아 보는 성찰, 세계적 석학과의 대화, 자신만의 독특한 유흥 등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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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책은 지식과 여가의 혼합이고 정적인 독서와 동적인 여행의 공존이다. “지금의 제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생각은 대부분 책에서 읽은 것입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집니다. 혹자는 저더러 ‘너무 이익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역사책을 읽다 보면 원칙을 버리고 단기적 이익을 좇다 실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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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 기업도 살고 이익도 얻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하기 전부터 독서에 몰입했던 안사장은 이미 폭넓은 독서를 통해 다양한 역사적 경험들을 체화했다. 그래서 흔히 말하듯 그를 ‘걸어다니는 도덕교과서’라고 하는 것은 그리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사업을 하고 있다.
.
안사장의 또 다른 특징은 완벽한 논리성이다. 그와 얘기해 보면 금방 느낄 수 있지만, 어떤 주제든, 어떤 문제든 대충 ‘둘러치는’ 경우가 없다. 적어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나 그의 몸에서 나오는 행동은 모두 그의 머리 속에서 완전히 이해된 후에 일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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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장도 자신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냥 고민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그 원리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테니스를 친다고 하자. 일반적인 교습방법은 일단 코트에서 공을 치는 것부터 시작한다. 스윙을 왜 그런 각도로 해야 하는지, 왜 자세는 그렇게 잡는지를 먼저 설명하는 것보다 공을 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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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이론을 깨닫는다. 하지만 안사장은 다르다. 일단 왜 그런 자세가 필요한지, 왜 스윙은 그런 각도로 해야 하는지를 먼저 머리가 납득해야 한다. 스윙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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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장은 바둑 한번 두지 않고 여러권의 바둑 책을 독파해 바둑의 원리를 먼저 익혔다. 실전은 그 다음이다. 지금 그의 바둑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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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자판 한번 두드려 보지 않고 각종 컴퓨터 책을 독파해 원리를 깨달았다. 실전은 항상 그 다음이다. 어떤 주제든 그 밑에 깔린 구조와 논리를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이다 보니 섣부른 결정을 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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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의사였던 그는 사업을 하기 전에도 ‘도대체 기업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한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여기기엔 자기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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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궁리 끝에 ‘기업이란 여럿이 모여서 사회를 위해 뭔가 유익한 일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돈은 그런 행동에 대한 결과이자 보답이라는 게 안사장의 결론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시키고 나야 액션에 들어가는 타입이다. 이해해야 실행에 옮긴다 또 다른 인간 안철수의 특징은 정직함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사람들은 으레 사업한다고 하면 적당히 거짓말하고 적당히 속이는 걸로 알고 있다. 이른바 ‘융통성’이다. 하지만 안사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직한 CEO 중 한사람이다. 직원들에게나 기자에게나 고객에게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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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장의 고집스런 정직성에 관한 일화 하나. 99년 말 전세계가 Y2K 문제로 떠들석했었다. 모두들 2000년이 되면 무슨 큰일이 날 줄 알았고 언론도 여기에 동조했다. 이런 상황은 IT업계에 밀레니엄 특수를 가져왔고 그 중에서도 컴퓨터 보안 업체에게는 말 그대로 ‘천년에 한번 오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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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때 안철수연구소는 엉뚱하게도 ‘Y2K 문제는 과장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Y2K 문제는 그렇게 위험한 일이 아니며 큰 사고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안업체는 발칵 뒤집혔다.
.
문제를 확대시켜 매출을 올려도 시원치 않은 판에 찬물을 끼엊는 행동을 한 것이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안연구소의 예측대로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안연구소의 신뢰는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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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때때로 안사장의 정직성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기업하는 사람이 과연 정직할 수 있을까?’ ‘혹시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저러는 건 아닐까?’ 이에 대한 안사장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많은 역사를 통해 임기응변이나 거짓이 오래가는 걸 보지 못했다는것이다. 과연 책으로부터 만들어진 인간답다. 여기에 논리적인 안사장의 성격도 한몫했다. 거짓말은 논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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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소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안사장을 철저한 원칙주의자라고 평한다. 그에게 “평생 살아가면서 꼭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주저없이 ‘원칙’이라고 대답할 정도다. 그가 이렇게 원칙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이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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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이후 수차례 벤처비리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안사장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져 갔다. 원칙을 지키고 본질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원칙은 어려울 때 지켜야 가치가 있습니다. 누구나 쉬울 때는 원칙을 잘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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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지키면 자기가 손해볼 때, 자기가 불편할 때 지켜야 그게 원칙이죠.” 안사장이 생각하는 원칙이다. 그럼 그가 가지고 있는 삶의 원칙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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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의 요양 후 회사에 복귀한 지난 6월9일 회사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이메일에 자세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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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②높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③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④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며, 외부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⑤항상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며, 조그만 성공에 만족하지 않으며, 방심을 경계한다 ⑥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⑦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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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은 ‘색시’같은 남자 정직하고 논리적이고 박학다식한 안철수 사장은 자만에 빠지기 쉬운 성격이다. ‘구린’ 것도, 남에게 뒤질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안사장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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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옆에서 보면 ‘색시’같은 느낌이 날 정도다. 얼굴이 붉어지며 수줍게 ‘배시시’ 웃는 안사장을 보면 ‘이사람이 모험심 가득찬 벤처경영인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른 벤처회사 사장처럼 ‘황당한’ 계획도 자신있게 말하고, 앞뒤 안 재고 뛰어들기도 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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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을 많이 타서 세련되게 보이지 않는지, 세련되지 않아서 수줍음을 타는지 몰라도 안사장은 세련된 매너와는 좀 거리가 먼듯 보인다. 명함을 교환할 때도 꼭 두손을 모아서 건넨다. 인사할 때도 호탕한 웃음 한번 없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 없어 보이기도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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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단 대화에 들어가면 자신의 논리와 생각을 조리있고 정직하게 뱉어낸다. 방금 전의 수줍음과는 거리가 멀다. 거의 영어를 섞어 쓰지 않고 특별한 과장이나 비유가 없는, 문체로 치면 건조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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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하는 내용이 분명하고 진심을 담아 말하기 때문에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안연구소가 핵심역량에만 집중하고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말투다. 무례하지 않지만 핵심을 비껴가거나 돌아가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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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간적 특성이 그의 경영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안사장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판단 기준을 3가지로 압축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원칙을 지킵니다. 손해가 있더라도 원칙을 지키면 언젠가는 끝에 보답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 다음은 본질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죠.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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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업의 경우 단기적으로 큰 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많이 있죠. Y2K문제의 경우 안연구소는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고 장기적인 신뢰를 얻었습니다.” 모든 일을 이 세가지 관점에서 보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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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도움되는 기업이 됐으면 유대교의 율법주의가 그렇듯 자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은 대개 남에게도 그렇게 강요하기 쉽다. 안사장도 남에게 그런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까? 그는 “내 원칙은 철저히 나에게 적용하는 것이지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안연구소의 직원들도 “사장님은 절대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업무에서도 무슨 일을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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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보다는 “○○팀장 이건 어떻게 생각해요?”라며 의견을 묻거나 권유하는 말투를 주로 쓴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사장에 대한 거리감이 없는 건 아니다. 한 직원은 “여러모로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분이지만 다소 거리감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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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이고, 적당히 타협도 하고 해야 어울릴 수 있는 게 인간사이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기만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워 할 수밖에 없다. 안사장도 자신의 그런 점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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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콜린스가 쓴 「Good to Great(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에도 ‘가장 좋은 CEO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무엇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인 사람들이 무엇을 하자고 얘기하도록 하는 CEO’라고 쓰여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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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안연구소는 지나치게 개인 안철수의 많이 의존한다는 느낌입니다.” 안사장이 복귀 후 직원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더 자주 이메일을 쓰는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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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요즘 안사장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회사가 시스템에 의해 운영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제 ‘안철수의 명성’에서 벗어나 시스템에 의해 회사로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가 다시 복귀하면서 일상적인 업무보다는 비전이나 전략 제시 등 CEO의 본연에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손 떼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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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습니다. 장기 전략 수립과 비전 제시야말로 CEO 본연의 임무죠. 마이크로소프트도 83년 직원이 2백20명, 매출액이 2천만 달러일 때 존 셜리라는 COO를 영입하고 빌게이츠는 전략과 비전 제시에 몰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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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안연구소와 비슷한 상황이었죠. 저는 그런 결정 덕에 지금의 MS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회사는 안철수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고 자신은 더 먼 미래를 위해 준비하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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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야 자신이 사라지더라도 안연구소가 지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안사장은 안연구소를‘1백년이 넘어도 지속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안연구소가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고, 같이 모여 일하는 직원들에게 보람을 주고, 거기에 결과적으로 돈도 벌 수 있는 기업으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저는 그런 일을 시작하는 사람일 뿐이죠.”
*안철수 사장 약력

1962년 부산 生, 부산고, 서울의대 卒, 의학박사
美 펜실베니아대 경영공학 석사
1989.9∼91.2 단국대 의대 교수 겸 의예과 학과장
95년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 연구소 설립
2001.3∼2002.1 국민은행 사외이사
現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소프트웨어벤처협회장·안철수연구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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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안철수’라는 이름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과 보안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엔지니어.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CEO 1위 기업인. 세계인명사전 ‘Who’s who’에 이름이 올라간 유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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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실시한 ‘CEO가 뽑은 CEO’에 2년 연속 ‘디지털 CEO상’을 수상한 디지털 경영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한테 따라다니는 수사들이다. 이외에도 안철수 사장의 이름값을 알리는 사례들은 많다.
.
이제 겨우 매출 2백54억원, 순이익 70억원(2001년 기준)을 기록한 조그만 벤처기업 사장이 어떻게 이런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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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안철수 사장의 명성은 과대 포장됐다. 적어도 숫자로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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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구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2백54억원. 소프트웨어 벤처 중에서는 작지 않은 규모지만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으로 가면 한 부서도 그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문 LDC사업부의 지난해 1분기 매출액이 5백억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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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안연구소의 자산은 8백51억원. 현대자동차(19조원)의 2백20분의 1밖에 안 된다. 주식 시가총액도 마찬가지다. 6월28일 종가 기준으로 안연구소의 시가총액은 1천8백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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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24조원)의 1백30분의 1 수준이다. 굳이 대기업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벤처기업 중에도 엔씨소프트·휴맥스·다음 등 수치로 안연구소를 뛰어넘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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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구도 한국의 대표적 벤처 CEO로 안철수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벤처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한국 대표 CEO 중 한명으로 그를 포함시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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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 안철수를 이렇게 대단한 파워 엘리트로 만들었을까? 책은 사람을 만든다 우선 책이다. 안사장은 스스로 책벌레임을 인정한다. 또 그렇게 불리기를 즐거워하는 눈치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독일의 문호 마르틴 발저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스스로도 그렇게 믿는 사람이다. 간염으로 4개월간 집에서 요양을 하는 중에도 20여권의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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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소설·전기·수필 등 장르도 다양하다. 그에게 책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다. 거기엔 지식의 축적은 물론 알지 못한 세계로의 여행, 자신을 뒤돌아 보는 성찰, 세계적 석학과의 대화, 자신만의 독특한 유흥 등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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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책은 지식과 여가의 혼합이고 정적인 독서와 동적인 여행의 공존이다. “지금의 제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생각은 대부분 책에서 읽은 것입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집니다. 혹자는 저더러 ‘너무 이익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역사책을 읽다 보면 원칙을 버리고 단기적 이익을 좇다 실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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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 기업도 살고 이익도 얻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하기 전부터 독서에 몰입했던 안사장은 이미 폭넓은 독서를 통해 다양한 역사적 경험들을 체화했다. 그래서 흔히 말하듯 그를 ‘걸어다니는 도덕교과서’라고 하는 것은 그리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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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장의 또 다른 특징은 완벽한 논리성이다. 그와 얘기해 보면 금방 느낄 수 있지만, 어떤 주제든, 어떤 문제든 대충 ‘둘러치는’ 경우가 없다. 적어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나 그의 몸에서 나오는 행동은 모두 그의 머리 속에서 완전히 이해된 후에 일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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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장도 자신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냥 고민만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그 원리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테니스를 친다고 하자. 일반적인 교습방법은 일단 코트에서 공을 치는 것부터 시작한다. 스윙을 왜 그런 각도로 해야 하는지, 왜 자세는 그렇게 잡는지를 먼저 설명하는 것보다 공을 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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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이론을 깨닫는다. 하지만 안사장은 다르다. 일단 왜 그런 자세가 필요한지, 왜 스윙은 그런 각도로 해야 하는지를 먼저 머리가 납득해야 한다. 스윙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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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장은 바둑 한번 두지 않고 여러권의 바둑 책을 독파해 바둑의 원리를 먼저 익혔다. 실전은 그 다음이다. 지금 그의 바둑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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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자판 한번 두드려 보지 않고 각종 컴퓨터 책을 독파해 원리를 깨달았다. 실전은 항상 그 다음이다. 어떤 주제든 그 밑에 깔린 구조와 논리를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이다 보니 섣부른 결정을 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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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의사였던 그는 사업을 하기 전에도 ‘도대체 기업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한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여기기엔 자기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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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궁리 끝에 ‘기업이란 여럿이 모여서 사회를 위해 뭔가 유익한 일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돈은 그런 행동에 대한 결과이자 보답이라는 게 안사장의 결론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시키고 나야 액션에 들어가는 타입이다. 이해해야 실행에 옮긴다 또 다른 인간 안철수의 특징은 정직함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사람들은 으레 사업한다고 하면 적당히 거짓말하고 적당히 속이는 걸로 알고 있다. 이른바 ‘융통성’이다. 하지만 안사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직한 CEO 중 한사람이다. 직원들에게나 기자에게나 고객에게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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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장의 고집스런 정직성에 관한 일화 하나. 99년 말 전세계가 Y2K 문제로 떠들석했었다. 모두들 2000년이 되면 무슨 큰일이 날 줄 알았고 언론도 여기에 동조했다. 이런 상황은 IT업계에 밀레니엄 특수를 가져왔고 그 중에서도 컴퓨터 보안 업체에게는 말 그대로 ‘천년에 한번 오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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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때 안철수연구소는 엉뚱하게도 ‘Y2K 문제는 과장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Y2K 문제는 그렇게 위험한 일이 아니며 큰 사고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안업체는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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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확대시켜 매출을 올려도 시원치 않은 판에 찬물을 끼엊는 행동을 한 것이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안연구소의 예측대로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안연구소의 신뢰는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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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때때로 안사장의 정직성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기업하는 사람이 과연 정직할 수 있을까?’ ‘혹시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저러는 건 아닐까?’ 이에 대한 안사장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수많은 역사를 통해 임기응변이나 거짓이 오래가는 걸 보지 못했다는것이다. 과연 책으로부터 만들어진 인간답다. 여기에 논리적인 안사장의 성격도 한몫했다. 거짓말은 논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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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소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안사장을 철저한 원칙주의자라고 평한다. 그에게 “평생 살아가면서 꼭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주저없이 ‘원칙’이라고 대답할 정도다. 그가 이렇게 원칙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이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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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이후 수차례 벤처비리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안사장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져 갔다. 원칙을 지키고 본질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원칙은 어려울 때 지켜야 가치가 있습니다. 누구나 쉬울 때는 원칙을 잘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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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지키면 자기가 손해볼 때, 자기가 불편할 때 지켜야 그게 원칙이죠.” 안사장이 생각하는 원칙이다. 그럼 그가 가지고 있는 삶의 원칙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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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의 요양 후 회사에 복귀한 지난 6월9일 회사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이메일에 자세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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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②높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③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④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며, 외부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⑤항상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며, 조그만 성공에 만족하지 않으며, 방심을 경계한다 ⑥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⑦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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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은 ‘색시’같은 남자 정직하고 논리적이고 박학다식한 안철수 사장은 자만에 빠지기 쉬운 성격이다. ‘구린’ 것도, 남에게 뒤질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안사장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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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옆에서 보면 ‘색시’같은 느낌이 날 정도다. 얼굴이 붉어지며 수줍게 ‘배시시’ 웃는 안사장을 보면 ‘이사람이 모험심 가득찬 벤처경영인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른 벤처회사 사장처럼 ‘황당한’ 계획도 자신있게 말하고, 앞뒤 안 재고 뛰어들기도 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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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을 많이 타서 세련되게 보이지 않는지, 세련되지 않아서 수줍음을 타는지 몰라도 안사장은 세련된 매너와는 좀 거리가 먼듯 보인다. 명함을 교환할 때도 꼭 두손을 모아서 건넨다. 인사할 때도 호탕한 웃음 한번 없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 없어 보이기도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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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단 대화에 들어가면 자신의 논리와 생각을 조리있고 정직하게 뱉어낸다. 방금 전의 수줍음과는 거리가 멀다. 거의 영어를 섞어 쓰지 않고 특별한 과장이나 비유가 없는, 문체로 치면 건조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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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하는 내용이 분명하고 진심을 담아 말하기 때문에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안연구소가 핵심역량에만 집중하고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말투다. 무례하지 않지만 핵심을 비껴가거나 돌아가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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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간적 특성이 그의 경영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안사장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판단 기준을 3가지로 압축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원칙을 지킵니다. 손해가 있더라도 원칙을 지키면 언젠가는 끝에 보답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 다음은 본질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죠.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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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업의 경우 단기적으로 큰 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많이 있죠. Y2K문제의 경우 안연구소는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고 장기적인 신뢰를 얻었습니다.” 모든 일을 이 세가지 관점에서 보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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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도움되는 기업이 됐으면 유대교의 율법주의가 그렇듯 자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은 대개 남에게도 그렇게 강요하기 쉽다. 안사장도 남에게 그런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까? 그는 “내 원칙은 철저히 나에게 적용하는 것이지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안연구소의 직원들도 “사장님은 절대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업무에서도 무슨 일을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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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보다는 “○○팀장 이건 어떻게 생각해요?”라며 의견을 묻거나 권유하는 말투를 주로 쓴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사장에 대한 거리감이 없는 건 아니다. 한 직원은 “여러모로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분이지만 다소 거리감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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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이고, 적당히 타협도 하고 해야 어울릴 수 있는 게 인간사이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기만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워 할 수밖에 없다. 안사장도 자신의 그런 점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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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콜린스가 쓴 「Good to Great(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에도 ‘가장 좋은 CEO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무엇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인 사람들이 무엇을 하자고 얘기하도록 하는 CEO’라고 쓰여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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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안연구소는 지나치게 개인 안철수의 많이 의존한다는 느낌입니다.” 안사장이 복귀 후 직원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더 자주 이메일을 쓰는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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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요즘 안사장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회사가 시스템에 의해 운영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제 ‘안철수의 명성’에서 벗어나 시스템에 의해 회사로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가 다시 복귀하면서 일상적인 업무보다는 비전이나 전략 제시 등 CEO의 본연에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손 떼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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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습니다. 장기 전략 수립과 비전 제시야말로 CEO 본연의 임무죠. 마이크로소프트도 83년 직원이 2백20명, 매출액이 2천만 달러일 때 존 셜리라는 COO를 영입하고 빌게이츠는 전략과 비전 제시에 몰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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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안연구소와 비슷한 상황이었죠. 저는 그런 결정 덕에 지금의 MS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회사는 안철수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고 자신은 더 먼 미래를 위해 준비하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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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야 자신이 사라지더라도 안연구소가 지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안사장은 안연구소를‘1백년이 넘어도 지속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안연구소가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고, 같이 모여 일하는 직원들에게 보람을 주고, 거기에 결과적으로 돈도 벌 수 있는 기업으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저는 그런 일을 시작하는 사람일 뿐이죠.”
*안철수 사장 약력

1962년 부산 生, 부산고, 서울의대 卒, 의학박사
美 펜실베니아대 경영공학 석사
1989.9∼91.2 단국대 의대 교수 겸 의예과 학과장
95년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 연구소 설립
2001.3∼2002.1 국민은행 사외이사
現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소프트웨어벤처협회장·안철수연구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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