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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1 04:13

5학년이 말하는 "기질적 표상"

조회 수 2054 추천 수 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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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화요일. 써! 모임
 

 박문호 박사님댁에서 "기질적 표상"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보이는 행동 패턴이, 변화시키려 노력해도 결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사람은 자신의 기질적 표상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가 없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두렵더군요. 나는 나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일까? )

 (사람은 선천적인 성향으로 계속 살아가는가. 후천적인 노력은 별 소용이 없나?)

 

 

 범죄자는 범죄자의 기질적 표상을 타고난 것이냐는 김영이 회원의 질문에

그 범죄자의 기질적 표상을 타고난 사람이 해야할 일은

  자신의 기질적 표상을 알아차리고, 자기 기질과의 타협..

  새로운 행동으로 N번 반복해야 한다는 박사님 말씀.

 

 (아, 그럼 우리반에 친구를 이유없이 때리곤 하는 그 아이는

 혹시 범죄자의 기질적 표상을 타고난건가? ;

 그 아이 나중에 범죄자 되면 어떻게하지? ;

 몇 아이들이 머리속을 떠다니더군요.)

 

-------------------------------------------------------------------------

6월 18일 아침.

 

 저는 아이들에게 기질적 표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단어였지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내가 지금 이 말을 안쓰면 아이들이 이 단어를 언제 들어볼까 싶어서였죠.

 

 그리고 알기 쉬운 말로 풀이한 후, 질문을 했습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는 타고난 것이다?

 너희들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몇 아이들이 가만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 선생님도 사람의 성향이 꼭 태어나면서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럼 많이 억울할 거 같아.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태어났다는게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우리반 친구들을 보면. 4월달에 수업시간에 떠들던 친구는

 5월에도 떠들었고, 이틀전에도 그랬고, 어제도, 오늘도 계속 떠들더라구.

 아마 그 친구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그럴 확률이 높아.

 

 지금껏 일기를 항상 쓰던 OO이는 선생님이 일기를 내라고 안한 날에도 쓰더라.

 반면 지금까지 딱 3번 쓴 @@ 이는 아무리 쓰라고 해도 안쓰고.

 

 왜 그 친구는 안바뀔까? 왜 항상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까?

 

 

 아이들도 순간 조용한 가운데 웅성이더군요. 정말 그런걸. 하고.

 

 

 

 -자기가 바꾸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 그렇게 행동하면 돼.

 너희들은 아직 어리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어른이 될 때까지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살면

 어른들은 이미 수십년간 몸에 배인 습관이라서 쉽게 안고쳐져.

 

 그러니 오늘은 "나는 어떤 기질을 타고났는지" 자기 생활을 관찰하고 글로 써봐.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기질도 있고 아닌 것도 있을꺼야.

 

 그리고 오늘 6월 19일.

 아이들의 일기입니다.


 

 


 


 

 오늘 일기를 읽는데, 다른 날의 일기를 읽을때보다...

 마음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더군요.

 

 결국 내용이야 뭐, 어른들이 얘기하는 "너, 안좋은 버릇좀 고쳐" 라고 했을 때

 쓰는 반성문이랑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자기의 기질이 어떠한지 생각했을 아이들이...  기특하더라구요.

 

 그리고 오늘 제가 이렇게 마음 꽉 차는 듯한 느낌을 갖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백북스를 만나서 이기에..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올립니다.

 

 그나저나, 저 자신의 기질부터 제대로 바라보아야 할 텐데요. ^-^;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인거 같네요. ^-^

 그에 반해 우리반 아이들은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한 것인지...

 

오늘은 저의 기질적 표상이 어떠한지.

 그리고 내가 N번 반복해야할 행동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렵니다.


(기질적 표상에 대한 책으로 박사님께서 "데카르트의 오류"를 추천해주셨는데..

 인터넷상으로 확인해 보니, 현재 판매를 안한다는.  +_+; 아. 자연과학 서적의 현실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

  • ?
    이상수 2008.06.21 04:13
    아이들의 일기에 나타난 생각들이 깊네요.^^

    중학교 때 한 선배로 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기는 "개척 운명론자" 라고.

    운명은 정해져 있지만, 스스로 노력하면 운명도 바뀌어 질 수 있는데 그것도 운명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 선배는 그것을 "개척 운명론" 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아둥바둥 사는 것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 보다는 몸부림이라도 쳐야할까요?
  • ?
    윤성중 2008.06.21 04:13
    ^^ 그러한 너의 기질적 표상이 너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끔 하는, 그래서 너는 이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장 소중한 사람이란다....라는 말도 학생들에게 꼭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
    이상수 2008.06.21 04:13
    윤성중 회원님 좋은 말씀입니다. 연관되어서 구이경지(久而敬之) 화이부동(和而不同) 이란 말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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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보미 2008.06.21 04:13
    너를 존재하게끔 하는 기질적 표상 ...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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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혁 2008.06.21 04:13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주시네요. 고맙습니다.
  • ?
    한혁 2008.06.21 04:13
    아이들의 일기를 보다보니 한껏 고개가 숙여지는군요.

    '하지만 나는 태어날 때부터 어떤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 어떤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옳지 않
    다고 생각한다 - 위의 아이들 일기 중 두번째 일기'

    이 말이 제 생각의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N번이 아니더라도 변화는 순간적으로 찾아 오는 것 같습니다.
  • ?
    윤보미 2008.06.21 04:13
    하긴. 그 무엇도 절대적으로 "이렇다!" 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없겠네요.

    다만, 그 용어를 계기로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참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
  • ?
    한혁 2008.06.21 04:13
    멋진 선생님이세요.^ㅡ^
  • ?
    임석희 2008.06.21 04:13
    난 점 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 ^^*
    좋은 얘긴 그대로 믿고, 나쁜 얘긴 n번 반복해서 고친다는 각오로... 또 바꾸고..
    결국 운명론자인 동시에 운명개척론자..

    아이들의 일기가 넘 멋지고, 윤보미 회원의 정성이 더욱 멋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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