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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6 09:00

비야! 배가 고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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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받치고 산에 오르는
오르막 오솔길에 접어들면
길 양옆에는 무성한 잡목들은
늘상 그렇듯이 오늘도 반가이 맞이해 준다.
초록으로 이불을 덮어쓴 것처럼 무성한 푸름을 자랑하고 있는 이 잡목 덤불숲의 얼굴은,
아주 만족스런 얼굴빛이다.
비를 흠뻑 맞아 아주 배부른가 보다
젖을 충분히 먹은 아기의
만족스런 눈빛을 보는 것 같아
덩달아 포만감에 만족스러워진다.

하지만

숲길에서 조금 떨어진
우거진 숲에서는
가냘픈 새 소리도 들린다.
한발 두발 숲을 헤치며
몸을 앞으로 뻗어본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온통 비에 젖어 있을
한가족의 새식구를 만날 수 있을 것 처럼.
오늘의 가냘픈 소리는
세상이 즐거워서 부르는
노랫소리가 아니라고 한다.
그만 구름이 물러가 비가 그치기를
태양빛이 어서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배고픔을 호소하며
그리운 햇빛을 향해 기도하는 중이라고.

큰 소나무 바로 아래에는
솔방울이 잘디 잘게 부셔져서
조금은 으스러지고 바스라져
솔방울이 찌꺼기가 되어
바닥에 어지러이 흩여져 있다.
솔방울이
미처 영글기도 전이어서
식사감으로 좋았던지
못난이 청설모가
솔방울로 식사를 한 모양이다.
잘게 으깨어진 얇은 솔방울 조각을 만져 보니
아직 송진으로 끈적끈적하다.
"솔방울의 어떤 것이 청설모에게 먹이가 되는 것일까?"

무심코
생각없이 길을 걷는다.

굵은 솔잎 정도의 굵기의
연초록 벌레가
공중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 있다.
이 벌레 한마리만으로는
배고파 신음하던 아까 그 새의
한끼 식사는 안될까?
지나 다니는 사람들 우산에 치이거나
혹은 발에 밟혀 죽게 될 수도 있을 텐데.
힘없는 벌레야
너 그렇게 매달려 있다가는 위험하단다.
새가 날아오고 있는것 안들리니?

자꾸만 그 새소리가 들린다.
어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산속의 새들의 힘없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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