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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토) 한국 최초로 단독 요트로 세계일주를 한 윤태근 선장 강연을 들었다. 다음 카페 ‘5불 생활자 세계일주 클럽’이 부산에서 연 정모에서였다. 정모를 연 맥주 집이 회원들로 붐볐다. 밤을 새워 온천장 여관에서 여행 얘기로 회포를 풀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 카페에 들어가면 “350일 세계 일주 했어요” “500일 째 세계 일주 중” 따위 글들이 우글댄다. 세계일주도 점점 진화해 도보에서 자동차, 오토바이, 요트, 자전거로 방법도 늘어간다.

혼자서 자전거로 세계일주가 가능하냐고?

정모에서 내 맞은편에 앉은 분이 자전거 세계일주를 준비 중이었다. 대전에서 오신 머리가 허연 분이었는데 50대가 아닌가 싶었다.

“다녀온 분이 많습니다. <세계자전거여행> 카페도 있는데요.”

이 카페에 들어가니 캐나다 일주 출발했습니다, 미국 자전거 일주 중입니다,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갑니다, 게시 글들이 가득하다.

맞은 편 분은 벌써 일본 큐슈와 중국 청도를 다녀왔단다.

5불 생활자 카페에서는 단체배낭여행도 준비하는데 수마트라 오지를 이번에 다녀왔다. 15명 가는데 300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곧 아이슬란드, 바누아트, 카라코람 하이웨이 등을 단체로 갈 예정이다.

윤태근 선장의 강연이 시작됐다. 그는 고향이 부산이다. 이제 나이 50인데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요트 세계일주 떠나기 전에는 까만 머리였는데 끝나니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순박한 뱃사람 인상이다. 이 분은 소방서 공무원 7년 하다 때려치우고 요트배달사업을 시작해서 돈은 벌지 못했지만 자리는 잡았다.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는데 늘 꿈꾸던 요트단독 여행을 떠났다. 아이 셋과 아내가 있는 가장이니 주위의 반대가 극심했다. 그는 반대하는 말을 들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며 마침내 2009년 10월 48번째 생일날 부산항을 출발한다. 그리고 605일, 57,400키로의 대장정을 마친다.


 

여러분은 요트하면 뭐가 떠오릅니까? 와인, 태양, 낭만? 저는 폭우, 거센 바람, 고생길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는 소방서 공무원을 때려치우고 요트 배달사업을 시작했다.

요트 배달사업은 전문 영역이다. 당연히 배워야 한다. 전문가에게 찾아갔다.

“나이 40에 시작해서는 늦어요. 안 됩니다.” 이게 뭔 충고인지, 나이 40이면 죽어야 하나?

요트배달 사업한다고 홈피 만드니 아무도 안 찾는다. 윤 선장은 생각다 못해 자신이 직접 요트를 하나 사서 부산으로 끌고 오기로 했다. 오사카에서 요트를 조종해서 나오는데 상선, 바지선, 어선 항구로 다니는 배들이 너무 많았다. 와류를 피해 해변 쪽으로 몰아서 13일 만에 부산으로 배를 가져왔다. 보통 3, 4일이면 되는 코스라고 한다. 어쨌든 자신감이 붙은 그는 요트배달사업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한다. 그 후 한국의 섬 일주를 하며 요트 조종 경력을 쌓는다.

 

요트 배달 사업을 하면서 그는 늘 궁금했다. 한국에는 요트로 세계 일주한 사람이 없다. 일본에는 많다. 한국 사람은 물을 겁낸다. 부산에서 자라면 헤엄을 배운 윤 선장도 어릴 때 ‘물귀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물에 사람들이 빠져 죽으면 수영 교육을 하고 구명시설을 만드는 제도적인 도전보다 ‘물귀신’이야기로 물에서 내몬다.

윤선장은 한국인 최초로 단독 요트로 세계 일주를 하면 기업에서 후원이 많이 붙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후원하는 기업이 없었다. 그들은 후원금 2억원을 아까워서 못 주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면 오히려 기업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를 대었다.

단독 요트 여행을 하면서 가장 걱정 되는 것은 무엇일까? 파도? 검푸른 바다에 하늘과 붙은 어둠, 아니다. 해적이다.

해적이 출몰하는 지역이 여러 곳 있다. 우리는 해적이 바로 다가와서 공격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100미터 쯤 거리를 두고 나란히 달리며 동정을 살피다가 공격한다고 한다. 윤선장은 나란히 다니는 배가 담배나 술을 달라고 하면 선실 안에 사람이 많은 것처럼 여러 번 말을 던지고 물건이 없다는 식으로 연기를 했다고 한다. 소말리아 해역에 들어가자 오만의 살랄라 항에 배 28척이 모여서 바다를 건너기도 했다.

 

남미의 비글 해협을 돌아서 갈 때는 5미터 넘는 파도가 쳤다. 해협을 빠져나가는 10시간에 간과 쓸개가 다 녹았다. 윤선장이 자신의 요트 옆에서 파도를 타는 배를 보여주는데 배가 파도 아래로 잠겼다가 다시 떠오른다. 폭풍 수준의 물살인데, 그 요트의 주인공은 프랑스인 신혼부부로 요트로 신혼여행을 다니는 중이란다.

윤선장은 남미의 끝 비글해협과 드레이크 해협을 돌게 되면 파도와 바람이 세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의 항구에서 얼마 전에 팔이 하나 없는 일본인이 지나갔다고 하고, 또 조금 있으니 캐나다에서 내려온 72살 할머니가 해협을 지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해협을 통과했다.

그러면서 빙하를 만나 몇 만 년 된 얼음물을 떠서 3달러짜리 럼주에 타 마시는 잊지 못할 맛을 즐겼다.

남미의 끝을 돌아 태평양을 지나갈 때는 39일, 4500마일을 거의 배 한 척 보지 못하고 지나갔다고 한다. 이럴 때는 별 보는 취미를 가지면 좋단다. 밤하늘은 별의 천국이다.

태평양 중앙에서 아르헨티나로 수출 자동차를 싣고 가는 운반선을 만났는데 서로 한참 대화를 나누다 운반선 선장이 배를 돌려서 김치와 찬거리를 주고 갔다. 가슴 찡한 동포애에 그는 눈물을 쏟았다.

 

윤선장의 강의는 뭔가를 이룬 사람이 그렇듯 흥미진진했다. 윤선장은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자기는 요트 세계일주를 하고 난 이후의 계획에 관한 꿈을 꾸지 않아 돌아와서 후회를 했다고 한다. 그 힘든 여행을 마치고 나면 난 무엇을 할까? 설계가 없으니 아깝게 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나마 처음에는 강연을 못했는데 지금은 숙달해서 어느 정도는 해 낸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삼성전자에서 강의를 했다고 한다.

나는 언제 강사로 모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윤태근 선장에게 명함을 받고 그 분의 책 ‘요트로 세계 일주 뱃길을 열다’ 책을 2권 샀다. 늘 바다에서 살아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 책의 표지에 “ 최초의 충동을 유지하는 자가 꿈을 이룬다고 했다”라고 쓰여 있다.

윤태근 선장이 쓴 책은 3권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윤태근을 치면 요트 관련 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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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수 2012.05.02 19:26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에도 들어서 깊이 새긴 말.
    지금 제 앞의 가장 크고 높은 파도는 제 안의 두려움을 없애는 일.
    사진 한 장과 강연 후기가 저를 울렁이게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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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12.05.02 19:26
    도전과 개척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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