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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5 07:10

도정일교수님 글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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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도정일(경희대 영문학부 교수)

시인, 소설가, 극작가, 자연철학자였던 괴테(1749~1832)의 긴 창작 생애에는 좀 특별한 데가 있다. 주요 작품만으로 따진다면, 그가 첫 소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낸 것이 스물다섯 살 때이고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쓴 것은 마흔일곱이 되어서의 일이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일흔둘에 그는《빌헬름 마이스터의 여행》완결판을 내고 또 거기서 11년 후인 여든셋에 극시 《파우스트》제 2부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 해에 그는 죽는다. 그가 《파우스트》를 완성하고 죽었다는 것이 꼭 특별한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특별한 것은 그가 근 60년 동안 마르지 않는 샘처럼 ‘창조성’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보통의 사람에게 여든셋이란 이미 적당히 노망기 들거나 혼미해져 코끼리 다리가 넷인지 다섯인지 기억하기 어렵고 기억하는 일조차 귀찮아질 만한 나이다. 그런데 그 나이에 이르도록 창조력이 왕성하게 살아 있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비범한 힘의 비밀은?

괴테의 어떤 시편에는 이 비밀의 단서 하나를 제공하는 듯이 보이는 대목이 한 군데 나온다. 그가 자기 부모를 회고해서 쓴 듯한 구절이 그것인데, 풀어쓰면 이런 내용이다. “아버지에게서 나는 생김새를 물려받고 삶에 대한 진지한 추구의 자세를 배웠다.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나는 삶을 즐기는 법과 이야기 지어내기의 즐거움을 물려받았다.” 이야기 지어내기의 즐거움(Lust zu fabulieren)이라? 이 즐거움은 무슨 생물학적 디엔아이(DNA)가 아니라 괴테가 어머니에게 배워서 알게 된 즐거움―경험과 체득의 디엔에이임에 틀림없다. 아닌 게 아니라 괴테의 어머니는 ‘이야기’로 아들을 키운 여자이다. 세헤라자데처럼 그녀는 어린 괴테에게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어 아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어머니. 말하자면 ‘아들의 세헤라자데’이다. 그녀는 회고한다. “바람과 불과 물과 땅―나는 이들을 아름다운 공주들로 바꾸어 내 어린아들에게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그러자 자연의 모든 것들이 훨씬 깊은 의미를 띠기 시작했다. 밤이면 우리는 별들 사이에 길을 놓았고 위대한 정신들을 만나곤 했다.”

어머니의 회고는 좀더 계속된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아이의 눈은 잠시도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그가 좋아하는 어떤 인물의 운명이 그가 원하는 대로 나가고 있는지 어떤지 나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원치 않는 쪽으로 사건이 진행되면 아들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리고, 그가 눈물을 내비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중간에 이야기를 끊고 들어올 때도 있었다. ‘엄마, 공주는 그 못된 양복쟁이하고 결혼하면 안 돼. 양복쟁이가 악당을 쳐부순다 해도 말야.’ 그럴 때면 나는 거기서 이야기를 멈추고, 결말은 다음날 밤으로 미루었다. 그런 식으로 내 상상력은 가끔 아들의 상상력과 자리를 바꾸었다. 어떤 때는 바로 다음날 아침 그가 바라던 대로 주인공의 운명을 고쳐 이야기해주면서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래, 넌 벌써 짐작하고 있었지? 결과는 네가 생각한 대로 된 거야.’ 그러면 그의 얼굴은 흥분으로 빛났고, 나는 그의 어린 가슴이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괴테의 놀라운 창조력이 오직 어머니 덕분이었다는 식으로 한 군데로만 몰아 창조성의 원천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창조성의 다른 이름은 상상력이며, 괴테의 경우 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키워준 첫 번째 공로자는 밤마다 별과 별 사이에 길을 놓아주었던 그의 이야기꾼 어머니이다. 더구나 그 길 놓기는 어머니와 아들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이다. “가끔 내 상상력은 아들의 상상력과 자리를 바꾸었다.” 괴테의 어머니는 어떤 정해진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려준 것이 아니다. 그녀는 아들의 예민한 반응에 적절히 반응하고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든다. 반응은 이미 상상력의 참여이고 발휘이다. 이야기 들려주기가 결코 일방통행이 아니라 ‘아들과 자기 사이의 특별한 사건’ 이라는 것을 괴테의 어머니는 잘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들이 반응하고 그 반응에 어머니가 반응함으로써 화자와 청자는 서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극 받는다. 이 자극은 이야기 지어내기를 즐거운 일이게 한다. 밤하늘의 별과 별 사이를 즐겁게 나는 상상력은 또 별과 인간을 잇고, 지상의 별들인 사람과 사람의 가슴 사이에, 사람과 개구리 사이에 길을 놓는다. 이야기는 단순 오락이 아니다. 그것은 상호 교감이며 길 놓기이고 연결하기이다. 이 연결의 능력이 상상력이다.

교육열 높다는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동화책 사다 던져주고 “네가 읽어”라 말하거나 무슨무슨 학원으로 내쫓음으로써 할 일을 다 했다고 흔히 생각한다. 비디오만 열심히 틀어주는 부모도 많다. “내가 시간이 어딨어?”라고 우리는 말한다. 이 ‘우리’에게 괴테의 어머니는 말한다. “별들 사이에 길을 놓아라, 함께.”

■도정일|《씨네 21》(2001.5)에서

 

 









'도서관 없는 나라, 책 없는 도서관'의 현실

도정일(경희대 영어학부 교수)

우리의 도서관은 몇 등급?

최근 우리는 미연방 항공청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의 판정을 받았다 해서 민과
관이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나라의 공공도서관 시설 수준을 놓고 국제적 등
급판정이 내려지는 일은 없지만, 어떤 국제기구가 그런 판정을 시도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몇 등급이나 받을 수 있을까? 공공도서관의 전체 숫자나 인구 대비 수치,
도서관 콘텐츠 구비 수준 등 어느 기준으로 따져도 우리는 4등급에 들기조차 어렵
다. 가상적 판단기준은 이러하다. 공공도서관 1개소가 커버하는 주민이 몇 명이냐
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경우, 1등급은 주민 1만 명 미만에 공공도서관 하나
의 비율을 가진 나라들이 차지할 것이고 주민 3만 명대 1의 수준은 2등급으로, 6만
명 대 1은 3등급으로, 10만 명 이하는 4등급 이하로 분류될 수 있다. 우리는 전국
을 통틀어 공공도서관이 4백개 소, 인구 대비로 따지면 12만 명에 도서관 하나니까
4등급 바깥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12만 명 대 1이라는 것도 전국 평균으로 그
런 것이지, 수도 서울만 놓고 보면 사정은 더 비참하다. 서울은 인구 1천만에 공공
도서관은 26개소니까 주민 33만 명당 도서관 하나인 셈이다. 이런 수차로 혹시 몇
등급에라도 낄 수 있을까 얼굴 내밀 형편조차 못된다.
숫자는 그렇다 치고, 도서관에 필요한 콘텐츠(도서, 비도서 모두 합쳐서) 구입을
취해 중앙정부와 지방 단체들이 확보해주고 있는 연간 비용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한국도서관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전국의 공공도서관 자료
구입에 쓰라고 배정되는 국비와 지방비 총액은 연간 2백억 원 정도이다. 이 콘텐츠
비용에 대해서는 각국의 통계자료가 소상히 잡혀 있지 않아 2백억 원이라는 것이
어느 수준에 속하는지를 보여줄 비교 수치를 얼른 내놓기 어렵지만, 우리 도서관들
의 열악상을 짐작케하는 자료들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신문보도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사실' 은 그 2백억 원의 자료 구입비라는 것이 미국 큰 대학도서관 한 곳
의 연간 자료 구입비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바드 대학도서관의 99년
도 도서관 콘텐츠 구입비는 우리 돈으로 275억 원이고, 코넬, 콜롬비아 등의 대학
도서관도 2백억 원이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시의 경우는 인구 8백만에
공공도서관 86개소(이중 4개는 전문도서관)이고, 이들 도서관에 배정되는 자료 예
산 총액은 우리 돈으로 676억 원이다. 뉴욕시 한 곳의 도서자료 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공공도서관 자료 예산의 3.3배이다.


도서관의 필요성 조차 모르는 사람들

우리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공공도서관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중요
성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인식이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를 하자
면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식, 지식과 이해, 판단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지식-정보가 공급되어야 한다. 이것이, 구태여 짚어 말하자면 공
공도서관의 정치적 중요성이다. 도서관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한 사례는 역사상 '전무'하다. 공공도서관은 국민 세금을 받는 국가가 국민의
사회적 문화적 삶에 필요한 지식-정보 자료와 심미적 문화자산을 '무료'로 제공하
는 기본 인프라이며, 이 기본 시설을 통해 시민은 그가 구하는 지식-정보 콘텐츠에
접근할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린다. 지식-정보 자료의 평등 공급을 조장함으로
써 공공도서관은 '돈 없으면 책도 못 본다'는 식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한다. 이
것이 정보시대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중요성이다. 공공도서관 하나가 갖은 경제적
가치를 산출할 수 있을까? 현대 경제학은 머리 속에 든 '아이디어'의 경제적 가치
를 산출하는 방법들을 개발하고 있다. 그 산출법이 어떤 것일지 모르지만, '아이디
어가 자본산다' 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공공도서관의 경제적 가치가 '막대하다'는
계량적 주장도 가능하다. (문화산업적 관점에서 말하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들은 거의 전부 '소설' 이나 '동화'를 기초 텍스트로 해서 나온 것들이다. 이
들 기초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는 소량의 것일 테지만, 그것들의 장르 전환이 산출
한 부가가치는 스필버그의 경우에서 보듯 실로 막대하다.)
공공도서관의 문화적 중요성은 구태여 거론할 필요가 없다. 공공도서관은 시민문
화를 향수하는 데도 기본적인 시설이고 시민의 문화 창조력과 생산력을 키우는 데
도 필수불가결의 인프라이다. 그것은 시민이 자기 개발과 학습을 수행하는 평생 교
육의 장이고 여가 활용과 휴식을 위한 사회문화적 공간이며 심미적 즐거움을 추구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수적인 장소이다. 아이들은 거기서 즐겁게 책을
읽고 세계를 만나고 타인의 문화와 가치와 정신세계에 접하면서 자란다.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정보의 보존과 유통을 담당하는 서비스
시설이지만, 시민의 정신생활이 반드시 '정보 사냥' 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
기 때문에 공공도서관은 '지식-정보 인프라'로만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서비스 기
능들을 수행한다. 그것은 시민이 조용히 자기를 만나는 공간일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르게 자기 영혼을 돌보는 자리, 어긋난 약속이나 짜투리 시간을 처리하는 곳, 심
지어는 정겨운 추억의 공간일 수도 있다. 공공도서관은 이처럼 정의하기 어려운 수
백 가지 기능들을 수행한다. 이 모든 것들이 말하자면 도서관의 문화적 기능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사는가. 공공도서관과는 워낙 인연 없이 살아온 백성이라
도서관이 왜 있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중요한지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지역도서관은 어디 먼 곳에 띄엄띄엄 보이지 않게 숨어 있고, 부모들은
자기네가 도서관과는 인연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주말에 아이들 손잡고 동네 도서
관에 가볼 생각은 좀체 하지 않는다. 사실은 가봤자 그곳은 어른이건 아이이건 즐
길 만한 장소가 아니다. 거리는 멀고, 공간은 협소하고, 자료도 별로 없다. 노인들
은 갈곳이 없어 멍하니 길바닥을 헤매거나 파고다 공원 같은 데 몰려 소일한다. 돈
없는 사람은 아무리 책 읽고 싶어도 읽을 방법이 없다. 책보고 싶으면 반드시 제
돈 내고 사서 봐야 하는 곳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떠나고 나면 찾아갈
마땅한 도서관이 생활권에 없는 나라, 그것도 대한민국이다. 지역도서관들은 공무
원 퇴근 시간에 맞춰 문닫아 버리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는 시민은 퇴근길에 도
서관 들러 책을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 우리 국민은 도서관이
뭣 하는 곳인지, 왜 있어야 하는지를 알 겨를도 없고 도서관 공간을 즐기는 삶을
경험해 보지 못한 채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 수립 이후 50년 넘게 우리
사회가 방치해 온 '도서관 없는 나라, 책 없는 도서관'의 현실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도서관은 중요해

우리 정부와 민간 영역과 시민사회가 이 문화빈곤국의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무
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공공도서관을
더 많이 짓고 그 도서관들에 필요한 콘텐츠 비용을 확보해주는 일을 공공문화정책
으로 입안해야 하며, 필요한 재정은 정권이 의지를 발동한 '국책사업'의 차원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 일은 정부의 한두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에게만 맡겨둘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역의 공공도서관들은 지금 교육청과 지자체들로 그
운영주체가 나뉘어져 있고 중앙정부 지원 부처도 교육인적자원부와 문화관광부로
분산되어 있다. 이 체계는 정비되어야 한다. 국립도서관을 제외한 시립도서관의 운
영주체는 지자체 내부의 단일 기구로 통합되어야 하고 도서관 자료 구입비를 포함
한 운영비용은 중앙정부, 자자체, 민간기부금 등의 복합적 재정구조로 가야 한다.
도서관 건립 비용은 일정 기간 중앙정부가 큰 몫을 담당하되 공익재단을 포함한 민
간 부문으로부터의 기부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는 국립도서관
들 외에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최소한 3개의 집중도서관들을 시급히 건립할 필요
가 있다. 인문사회과학 도서관, 과학-기술-산업도서관, 예술도서관 등의 전문도서
관이 그것이다. 이런 공공의 리서치 도서관을 건립하는 데는 민간 부문으로부터의
참여와 기부가 모색될 수 있다. 전국의 모든 공공도서관들은 개관시간, 대출제도,
도서배달, 문화 프로그램 등에서 운영체제를 개선하고 다양한 서비스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하며, 운영주체는 사서를 비롯한 도서관 운영 인력들을 확보해주어야 한
다.
우리 사회는 지금 주 5일 근무제 실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고, 이는 여가 활동을 위한 사회적 환경조건의 개선을 요구한다. 공공도서관은
그런 환경 가운데 기본적인 것의 하나이다. 지식사회로의 이행이 요구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필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현 정부가 공들여 추
진하고 있는 '정보화 사업'에서 공공도서관의 증설과 콘텐츠 확보가 결코 누락되어
서는 안 된다. 도서관은 디지털의 시대라 해서 우리가 '건너뛸 수 있는' 그런 시설
이 아니다. 우리 정책 입안자들 중에는 지금이 '인터넷의 시대, 디지털의 시대'니
까 재래식 도서관을 더 짓고 아날로그 콘텐츠 구입해 ??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없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런 사고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대다수이다. 그들에게 말하건대, 그 생각은 완전한 '환상'이다. 21세기 말
에도, 22세기가 와도, 도서관은 불필요해지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짓는 도서관이
반드시 아날로그만을 위한 재래식 도서관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새 시대의 도서관
은 디지털 시대의 도서관 구조와 시설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책을 비
롯한 아날로그 자료들이 소멸할 것이라거나 디지털 도서관이 완벽하게 가상현실적
도서관(virtual library)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근거 없는 환상적 계산에
불과하다. 왜 그런가를 지금 이 지면에서 소상히 논할 수는 없지만, 저작권과 판권
은 디지털 시대에서도 사실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 '책' 이라는 형태의 매
체는 어떤 다른 매체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막강한 장점들을 갖고 있어 결코 소멸하
지 않는다는 것, 먼 미래의 기술을 바라보느라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짧
고 유한한 삶에서의 성취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것 등은 디지털 시술의 환상을 깨
고 수정하는데 필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환상에 잠겨 있을 때
가 아니라 도서관을 더 많이 짓고 충분히 콘텐츠를 구비해주어야 할 시간이다.

출처 : 간행물윤리 2001,9/통권278호(한국간행물윤리윤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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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7.12.05 07:10
    아... 참으로 공감하는 글입니다. 도정일 교수님을 만나뵌 건 제게 큰 행운이었어요. 이동선 사장님처럼은 못되지만 저도 힘을 조금씩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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