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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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2 20:31

뭐랄까, 첫인사라할까요?

조회 수 3171 추천 수 0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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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0북스클럽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이미 2년 전에 알았던 모임이다.

그런데 나는 그 모임 현장(ETRI 3동)과 너무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이 주옥같은 멤버들이 모인 '모임'을 보지 못하고 '강연'만을 보아왔다.

떠올려보니 정재승 교수, 황동규 시인, 일랑 선생의 강연 등

내가 좋아하는 분들의 강연에만 참석하곤 했다.

 

화요일 저녁은 일주일에 한 번 축구하는 날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ETRI 표현봉 박사님이 100북스클럽에서 재즈 강연을 하셨을때도

나는 몇 번이나 갈등하다가 결국 축구를 하러 갔었다.

한여름이었고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축구 시즌이었다.

재즈 이야기는 표현봉 박사님 댁에 가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주 전 나는 처음으로 100북스클럽 회원의 발표 모임에 참석했다.

책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다. <생명 최초의 30억 년>

사실 그날은 한달 전부터 미리 약속된 또래 가족 모임이 있었다.

나는 세상이 두쪽나도 이 발표를 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별로 갈등하지도 않았다. 결국 나의 선택은 옳았다.

그리고 그날 처음 뒤풀이에 따라갔다.

 

내가 아직 발을 담그지 못한 분야 중 하나가 천문학인데

항상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ETRI 에서 유명하신 박문호 박사님을 찾아가면 된다는 해결책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짬을 못내고 있었다. 내가 모티브를 스스로 찾아 얻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모임은 나에게 굵직하고 무게감있는 모티브를 던져준다.

무차별 공격에 즐겁고 행복하다.

 

나는 쉽게 빠진다.

단시간에 꽤 깊이 빠지지만 또 다른 것에도 쉽게 빠지기 때문에 금방 빠져나온다. 일부러 빠져나온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다. 어느 한 곳에만 빠져살기에는 인생이 짧다.

좋아하는 바둑도 끊고, 자동차 잡지도 끊고, 오디오 잡지도 끊고, 영화 잡지도 끊었다.

클래식 잡지를 보고 역사를 공부하고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아내가 임신하면서부터는 연애시절부터 주말마다 다니던 답사 여행을 그만뒀다.

요즘은 다시 힙합을 듣고 생명과 우주가 궁금해서 책을 읽는다.

 

지난 몇 주간 몇 번의 모임을 통해 회원들을 많이 알게 됐다.

잘 조직되고 친화적인 모임일수록 신입회원이 끼어들기가 힘들다.

회원들의 이름과 과거를 물었다. 친구가 되려면 이름을 외워야 한다.

별자리 공부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이 별 이름 외우기가 아니던가.

 

주말부터 100북스클럽 자유게시판에 살면서 

2002년 6월 18일에 관리자가 등록한 1번 게시물부터

지금 내가 올리는 게시물 바로 이전의 글까지 모두 훑었다.

회원들 누가 언제 무슨 연유로 이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지,

각자의 나이와 소속, 관계 등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이 모임의 성격과 게시판에서의 글쓰기 분위기 등도 알 수 있었다.

게시물을 통해 많은 고수들을 만났고 기뻤다.

 

인생은 감동하는 자의 것이다.

감동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깰 때 수반하는 고통에 대한 보상이다.

인간은 새로운 사상, 새로운 관점, 새로운 음악,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발전하고. 감동한다.

내가 볼 때 우리 모임의 회원들은 쉽게 자주 감동한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원래 쉽게 감동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친구들과 팀원들에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쉽게 감동하는 감정의 양극단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 모임에서의 경험이 세상 사람 어느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인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에게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만난 어떤 사람들보다 쉽게 감동받는 사람들이 우리 회원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게 된 것은 나로선 큰 행운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무더기로 모여 있는 이 모임이 좋다.

 

내 인생의 화두는 '소통'이다.

머리 속에서 좋은 시가, 좋은 악상이, 좋은 정책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기만 알고 죽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통을 두려워한다.

내가 고마웠으면 고맙다고 표현해야 하고,

누군가의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내가 피해를 보고 있으면 나의 피해를 알려야 하고,

내가 감동을 받았으면 그 감동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그 감동을 남에게 전하기를 두려워 말고

그것이 온전히 전해지는지 아니면 중간에 거부되는지 계속 실험해야 한다.

박문호 박사님은 끝없는 실험을 통하여 감동을 전하는 방법을 터득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사, 정치가, 명교수와 같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 모임에는 고수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신입회원이나 학생들이 쉽게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는 듯이 보인다.

그런 이유로 예전에 공개글쓰기를 할당하는 이벤트도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을 드러내면 부족함이 드러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족함이 온전히 드러나더라도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실험을 계속 하지 않으면 부족함을 채울 수도, 장점을 개발할 수도 없다.

 

좋은 글에도 댓글이 생각보다 적다. 조회수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글과 연관된 자신이 아는 내용을 자랑스럽게 댓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러면 좋겠다.

겸손한 것도 좋지만 마음껏 잘난척도 해보고 아는 것을 잘 정리해서 표현해 보면 좋겠다.

고수들이 보기에 가소롭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소통을 가로막는다.

고수들끼리의 소통을 구경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고수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감동시키자.

 

* * *



게시판에 독후감이 아닌 글을 처음 써보는데

앞으로 종종 개인적인 글과 예전에 썼던 독후감이나 여행기 등을 올려보겠습니다.

많이 소통하고 함께 발전하는 모임이 됩시다.

 

그리고 인사가 늦었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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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윤호 2007.10.02 20:31
    정말 감동입니다 !!! ㅠㅠ 아울러 게시판을 대하는 회원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너무 좋은 조언을 해 주시고 있군요 !!! 점심 시간 후 나른해 지는 기분이 갑자기 확 깨어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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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윤호 2007.10.02 20:31
    아참 ! 정원님 ~ 정말 반갑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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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7.10.02 20:31
    많이 동감합니다. 개인의 다양성, 소통과 유머가 드러나면 더 좋은 모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끔 너무 무거워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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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7.10.02 20:31
    5년이 넘도록 이 모임을 뒤에서 받쳐온 분이 송윤호 총무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게시판에 그 노력과 열정이 그대로 담겨있더라구요. 아침 시간의 독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청주에서 출발하면서도 주위 회원분들을 차에 태워 함께 대전으로 오시고,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것도 모자라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운영 적자를 해결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 모임이 이렇게 번성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대단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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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호 2007.10.02 20:31
    100books 게시판에 올라온 글중
    가장 속 시원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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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중 2007.10.02 20:31
    ^^반갑습니다~ 이정원님. 글을 읽다보니 제가 큰 실례를 범했네요. 전 제 소개도 하지 않고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 했답니다. 제 독후감에 회원님께서 댓글도 주셨는데 뭐라 답변을 올릴까 쑥스럽다는 생각에 감사댓글도 안 올렸습니다. 클럽 회원님들께 다시금 죄송합니다. 지난 고병권저자와의 토론장에 참석한 것이 첫 참석이었습니다. 뒷풀이장소에서의 토론이 진짜라고 어느 분께서 글을 올리셨던데, 개인 사정으로 뒷풀이에는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인사를 드리지 못했네요, 음....저의 외적인 소개는 싸이월드 홈피(www.cyworld.com/joen8ja)에서 보실 수 있고요^^ 내적인 소개는 앞으로의 만남을 통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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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7.10.02 20:31
    안녕하세요, 윤성중님. 아들 석진이가 참 잘생겼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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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7.10.02 20:31
    은둔 컨셉을 버리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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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7.10.02 20:31
    근무시간에 로긴하는 걸 단속하는 분위기인듯해서... 퇴근 후 다시 들렸습니다. ㅋㅋ
    지난 번에 함께 공부한 니체의 "강자"의 특성이 생각났습니다.
    할 말은 하고, 서로 칭찬하고, 따뜻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제가 아는 여러 모임들 가운데, 그나마 독서클럽이 제일 건강한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건강한 모임을 위해 이런 글도 올라오고 너무 좋네요.
    100books의 건강을 위하여~!!! 홧팅~!!!
  • ?
    김주현 2007.10.02 20:31
    이정원님 반갑습니다. 니체 강연을 듣는 회원님의 그 눈빛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독서클럽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전해져 7번 읽다가 갑니다..
  • ?
    조동환 2007.10.02 20:31
    이글을 읽고 나니 부끄러워집니다.
    저또한 모든 게시판을 읽어보고자 했다가 포기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profile
    김홍섭 2007.10.02 20:31
    반갑습니다. 이정원님 저는 목원대학교 컴퓨터 공학부에 다니는 김홍섭 이라고 합니다.

    정말 공감이 가는 이야기 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
    이정원 2007.10.02 20:31
    임석희 님, 우리 모두 '강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정회원이라 하셔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임석희 님을 좀더 일찍 알았다면 함께 정회원 가입했었을텐데요. ^^
  • ?
    임석희 2007.10.02 20:31
    이정원님... 전당회원 관련... 쪽지 보냈어요. ^^*
  • ?
    이정원 2007.10.02 20:31
    쪽지 잘 받았습니다. 답장 드렸구요. ^^ (그런데 새로운 쪽지를 받아도 로그인할 때 알림메시지가 안 뜨네요. 쪽지를 보내면 댓글이나 문자와 같은 다른 방법으로 알려야 하겠습니다.)
  • ?
    이정원 2007.10.02 20:31
    김주현 님, 제가 보통은 감긴 눈이거나 졸린 눈이거나 흐리멍텅한 눈인데 니체 강연 때 제 눈빛이 어땠길래 그러셨어요. ^^;;; 글이나 기사 작성하시면서 처음 본 저에게 도움을 청하고 또 제가 주제넘게 필요 이상의 피드백을 드렸던 것을 잘 받아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역시 김주현이야' 라는 친구들의 말뜻이 뭔지 대충 알았어요. ^^
  • ?
    이정원 2007.10.02 20:31
    조동환 님, 게시판에서 100km 울트라 마라톤 완주 후기글을 보았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의지와 땅 속 끝까지 닿을듯한 깊은 인내가 부럽습니다.
  • ?
    이정원 2007.10.02 20:31
    김홍섭 님, 반갑습니다. 이번 호주 발표 독서산방 모임 때 박문호 박사님 사모님이신 황해숙 님이 '홍섭 씨가 열무김치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집에 있는 거 다 가지고 왔어.'라며 즐거워하시던 광경이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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