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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5 22:42

과꽃-김영태, 벽제-이성복

조회 수 1841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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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꽃 / 김영태


  
 


          과꽃이 무슨


          기억처럼 피어 있지

 


          누구나 기억처럼 세상에


          왔다가 가지


          조금 울다가 가버리지

 


          옛날같이 언제나 옛날에는


          빈 하늘 한 장이 높이 걸려 있었지


 








             벽제/이성복





벽제. 목욕탕과 공장工場 굴뚝. 시외버스 정류장 앞, 중학생과 아이 업은 여자.


벽제. 가보진 않았지만 훤히 아는 곳. 우리 아버지 하루종일 사무를 보는 곳.


 


벽제, 외무부에 다니던 내 친구 일찌기 죽어 그곳에 갔을 때 다른 친구 하나는


화장장 사무장事務長. 모두 깜짝 놀랐더라는 뒷얘기.


 


내가 첫 휴가 나왔을 때 학교에서


만난 그 녀석, 몰라보게 키가 크고 살이 붙어 물어봤더니 <글쎄, 몸이 자꾸


좋아지는구나>하던 그 녀석. 무던히 꼿꼿해 시험 보면 면접面接에서 떨어지곤 하던


녀석. 큰누님은 시집가고 어린 동생들, 흔들리던 살림에도 공부 잘하다가


腎臟炎. 그날, 비 오던 날 친구들 모여 한줌 한줌 뼈를 뿌릴 때 <진달래꽃 옆에


뿌려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친구들, 흙이 되기 전에 또 비 맞는 그 녀석 생각하고,


울음 소리…… 벽제.


 


오늘 아침 우리집 집수리 하는 사내, 우리 아버지 벽제 피혁공장皮革工場에


다니신다니까 <벽제가 우리 고향이에요. 아저씨한테 잘 말씀드려 우리 아이 취직 좀


시켜주세요. 가죽 공장은 힘든다던데……> 그리운 고향 벽제.


 


너무 가까우면 생각도 안 나는 고향.


 


음식점과 잡화점, 자전거포 간판이 낡은 나라. 무꽃이 노랗게


텃밭에 자라나고 비닐 봉지 날으는 길로 개울음 소리 들려오는.


 


벽제. 이별하기 어려우면 가보지 말아야 할, 벽제. 끊어진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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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숙 2008.04.15 22:42
    과꽃..
    올해도 과꽃이...하는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사랑이 걱정이다..란 꽃말처럼
    한잎한잎 꽃잎을 떼어내면서 상대방의 사랑이 더 컸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꽃이라 그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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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우정 2008.04.15 22:42
    삼촌을 생각했다. 동해 대진 방파제에 뿌려진 삼촌을 생각했다.
    어제 <프로젝트 써!> 모임. 중간 쉬는 사이 박문호 박사님의 시 이야기가 시작됐다.
    백북스 홈페이지에 올리신 과꽃/김영태 와 벽제/이성복 으로 물꼬를 트셨다.

    나는 오후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연소배가스동 실험실에서 나와 연구 1동으로 가는 길.
    나는 삼촌을 생각했다.

    밤샘으로 무뎌진 내가 시간 간격의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을까...
    모임이 끝나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오후의 기억
    과꽃과 벽제를 만나고
    길에서 삼촌을 생각했다. 가족을 생각했다. 나를 생각했다. 그 다음을 그려봤다.
    천문우주 모임에서 양자역학 수업을 듣고 존재가 왜 존재하느냐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면서
    길에서 존재의 부재를 떠올렸다.
    존재는 우주로 돌아갈 것이고, 기억으로 이어지다 소멸되는 것일거란 생각을 했다.

    오후의 기억은
    박사님의 시 이야기 내내 나와 함께 했다.
    시를 잘못 이해하지는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다.
    -
    처음으로 임종을 지켜본 분이 삼촌이기에 이럴땐 삼촌을 떠올립니다. 어제 박사님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내 느낌을 말할까말까 망설였고 오늘은 댓글을 달까말까 망설였습니다. 백북스에서는 누구 하나의 이야기도 놓칠 수가 없습니다. 듣다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말없는 수다쟁이가 되곤 합니다.
  • ?
    이정원 2008.04.15 22:42
    류우정 회원이 모임 때 말로 안 하고 글로 표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젝트 써> 모임에서 박문호 박사님의 '시 감상론'을 듣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다시 한 번 새로운 문고리를 잡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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