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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歸還]

by 정영옥 posted Apr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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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집에서 출발해서 다시 한국의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대략 이틀의 시간동안 나는 나의 마음을 되잡는다.


어차피 한두번 탈 비행기가 아니니 이제부터는 비행중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지 연구해 보는 게 나의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위해 좋겠다는 판단 후 비행내내 분주하다.


새로 개봉한 따끈한 영화도 몇편 보고 다리가 뻐근할 때 쯤이면 비행기 안에서 잠시 산책(?)도 하고 승무원에서 음료나 간식거리를 요청하기도한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내려다보이는 땅은 어디쯤일지 짐작하며 상상을 즐기기도하며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다른 음악의 가사를 써보기도한다. 그래도 시간이 안가는건 어쩔수가 없다..;;


그러한 비행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지구가 더 작고 가깝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먼나라 이야기같던, 내가 사는곳 이야기가 아니라며 무관심했던 모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이제는 내가 뭔가 힘을 보태야만 하는 내 이웃의 이야기처럼 절실하고 가슴아프게 느껴진다. 특히 오랜 시간동안 여행을 했던 나라는 더욱이 말이다.


그러나 이상한건 한국은 몇 년을 기다려야 돌아갈지 모르는 멀고먼 나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그리운 사람들과 보고싶은 책들과 하고싶은 일들을 뒤로한 채 떠난 나라이기 때문일까? 밤낮이 다른 시차부터 시작해서 한달은 기다려야 볼수 있는 한국드라마들, 밤이면 생각나는 야식들, 당장 사서 들춰봐야하는 책들, 평소에 즐기던 한국 음식들은 그저 상상속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는 이유중 하나였던 독서클럽 역시 몇년은 참고 지켜봐야하는 그런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집안일로 갑자기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독서클럽으로의 귀향의 기회가 생겼을때.. 에트리로 향하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반년정도의 시간이라지만 그동안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독서클럽의 추진력과 열정에 대견함, 기쁨과 함께 공로없이 언제나 받기만했던 이곳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현대음악론 강의가 끝나고 귀환인사를 했을때.. 친정집보다 나를 반기던 작년 가을까지 함께 활동했던 회원분들을 만나며, 내가 얼마나 이곳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알다 못해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 난 이곳에서 정말 행복했었구나.. ’

가족은 “대전에 있는동안 독서클럽에 참석해 한(?)을 풀고 돌아오라”고 말했다.

"독서클럽에서 이번엔 이책을 발표했는데.."등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국은" 나도 참석하고 싶었는데.."로 마무리하는 나의 한탄이 많이 안스러웠었나보다.

읽고싶은 책을 쉽게 구하지 못하고 듣고싶은 강연을 참여하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이란 겪어보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

물론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서 이곳의 소식과 글들을 접할수야 있었지만..

직접 참여해서 듣고 질문하고 그 열기를 느끼는 그 기분과 그저 불구경하듯 지켜보는 괴리는 이미 이곳에 중독되어 알고자 하는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는 공통된 감정일 것이다.

갑자기 다시 살맛이 났다. 독서클럽 활동을 시작하고 4년동안 회사에서 저녁공연이 있어 빠져나오지 못한 날만 제외하면 100% 참석이었던 이 모임에서 들었던 강연과 만났던 사람들, 뒷풀이에서 들었던 그 주옥같던 이야기들이 20대 후반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약 5주정도의 길지않은 시간동안 다시 함께할 독서클럽..이들의 열정과 주옥같은 강연들이 내안에 심어질것이다. 그리고 꽃을 피울 것이다.

아..독서클럽 여러분..눈물나게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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