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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22:18

귀환 [歸還]

조회 수 1429 추천 수 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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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집에서 출발해서 다시 한국의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대략 이틀의 시간동안 나는 나의 마음을 되잡는다.


어차피 한두번 탈 비행기가 아니니 이제부터는 비행중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지 연구해 보는 게 나의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위해 좋겠다는 판단 후 비행내내 분주하다.


새로 개봉한 따끈한 영화도 몇편 보고 다리가 뻐근할 때 쯤이면 비행기 안에서 잠시 산책(?)도 하고 승무원에서 음료나 간식거리를 요청하기도한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내려다보이는 땅은 어디쯤일지 짐작하며 상상을 즐기기도하며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다른 음악의 가사를 써보기도한다. 그래도 시간이 안가는건 어쩔수가 없다..;;


그러한 비행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지구가 더 작고 가깝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먼나라 이야기같던, 내가 사는곳 이야기가 아니라며 무관심했던 모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이제는 내가 뭔가 힘을 보태야만 하는 내 이웃의 이야기처럼 절실하고 가슴아프게 느껴진다. 특히 오랜 시간동안 여행을 했던 나라는 더욱이 말이다.


그러나 이상한건 한국은 몇 년을 기다려야 돌아갈지 모르는 멀고먼 나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그리운 사람들과 보고싶은 책들과 하고싶은 일들을 뒤로한 채 떠난 나라이기 때문일까? 밤낮이 다른 시차부터 시작해서 한달은 기다려야 볼수 있는 한국드라마들, 밤이면 생각나는 야식들, 당장 사서 들춰봐야하는 책들, 평소에 즐기던 한국 음식들은 그저 상상속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는 이유중 하나였던 독서클럽 역시 몇년은 참고 지켜봐야하는 그런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집안일로 갑자기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독서클럽으로의 귀향의 기회가 생겼을때.. 에트리로 향하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반년정도의 시간이라지만 그동안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독서클럽의 추진력과 열정에 대견함, 기쁨과 함께 공로없이 언제나 받기만했던 이곳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현대음악론 강의가 끝나고 귀환인사를 했을때.. 친정집보다 나를 반기던 작년 가을까지 함께 활동했던 회원분들을 만나며, 내가 얼마나 이곳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알다 못해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 난 이곳에서 정말 행복했었구나.. ’

가족은 “대전에 있는동안 독서클럽에 참석해 한(?)을 풀고 돌아오라”고 말했다.

"독서클럽에서 이번엔 이책을 발표했는데.."등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국은" 나도 참석하고 싶었는데.."로 마무리하는 나의 한탄이 많이 안스러웠었나보다.

읽고싶은 책을 쉽게 구하지 못하고 듣고싶은 강연을 참여하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이란 겪어보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

물론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서 이곳의 소식과 글들을 접할수야 있었지만..

직접 참여해서 듣고 질문하고 그 열기를 느끼는 그 기분과 그저 불구경하듯 지켜보는 괴리는 이미 이곳에 중독되어 알고자 하는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는 공통된 감정일 것이다.

갑자기 다시 살맛이 났다. 독서클럽 활동을 시작하고 4년동안 회사에서 저녁공연이 있어 빠져나오지 못한 날만 제외하면 100% 참석이었던 이 모임에서 들었던 강연과 만났던 사람들, 뒷풀이에서 들었던 그 주옥같던 이야기들이 20대 후반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약 5주정도의 길지않은 시간동안 다시 함께할 독서클럽..이들의 열정과 주옥같은 강연들이 내안에 심어질것이다. 그리고 꽃을 피울 것이다.

아..독서클럽 여러분..눈물나게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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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2008.04.14 22:18
    뜻밖의 만남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귀환이란 단어에는 반기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의 관계에 따라 느낌이 달리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 바쁘겠지만 또한 어떤 익숙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도 품고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그리움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이겠지요. 5주동안 그리워 하셨던 것을 마음껏 느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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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문호 2008.04.14 22:18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삶의 필수요소임을 정영옥 회원이 잘 표현해주셨습니다.
    함께 느낌을 나눈다는 것은 온전한 삶의 전제 조건이지요.
    잠시동안이지만 평생 그리워 할 영상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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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수 2008.04.14 22:18
    작년 독서산방에서 두번째 모임이 있던날 청주 라마다 호텔에서 밤샘 취재(밤새 프로그래밍 하는 행사였음)를 하던 중 브라질에 있는 정영옥 회원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40분 통화 내용의 대부분이 독서클럽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독서클럽에 대한.. 사람에 대한..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잠시나마 맘껏 해소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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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영석 2008.04.14 22:18
    90년대에는 외국여행을 너무 자주해서 여권에 스템프 찍을 공간이 부족하곤 했다. 2개월마다 말레이지아에 꼭 가야하는 일이 있었고 아무튼 많이 자주 이곳 저곳 쏘 다녔다. 요즈음 좀 뜸하게 다니는데 나는 장거리 비행 여행이 오히려 즐겁다. 우선 전화 오는데 없어 집중하기 참 좋다. 책을 읽든 생각을 정리하는데 10시간 정도면 한 꼭지를 마무리할 수 있다. 해드폰으로 좋은 음악 특히 한국 가곡 명태나 주현미의 신사동 그사람 같은 간드러진 노래를 들으면서 포도주에 약간은 취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공중여행이 즐겁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수 밖에. 보다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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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8.04.14 22:18
    주말에 집에 있는 동안 인터넷에 접속을 못했습니다. 다만 주말도 이리 갑갑한데... 먼 곳에서 직접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은 어찌했을지....
    만나서 반가왔고, 계신동안에 좋은 인연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글 감사하구요~ 내일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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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경 2008.04.14 22:18
    작년 강교수님 독서산방에서 삼겹살 바베큐 파티때 정영옥 회원님의 환송회도 겸했던 기억이 나는군요...남편분과 함께 참석하셔서 좋은 시간을 나누었더랬죠...그땐 정말로 한 5년간은 영영 못 만날줄 알았더랬습니다. ^^ 우쨌든 이렇게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뵈니 반갑습니다. 그런데 진짜 우리 6개월만에 본게 맞나요...왜 이리 시간이 많이 흐른것 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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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근호 2008.04.14 22:18
    장도에서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다시 뵈니 반갑습니다. 정영옥회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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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8.04.14 22:18
    정영옥 회원의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
    정말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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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2008.04.14 22:18
    정영옥 회원님의 깜짝 등장으로 놀랐을 독서클럽 회원님들의 모습을 상상해 봤습니다. ^^
    5년은 너무 깁니다. 앞으로 자주자주 깜짝 등장 해주세요. 정영옥 회원님이 오시니 독서클럽이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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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숙 2008.04.14 22:18
    다른분들께 정영옥님에 대해 많이 들어봐서 그런가? 그리 낮설지는 않았어요.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워요.
    그런데..귀환하니깐.왕의 귀환이 생각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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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윤호 2008.04.14 22:18
    베스트 프렌드의 귀환을 축하하며...
    한국, 브라질이 아닌 지구에서의 우정이 언제나 함께하길 빈다. 반갑다 친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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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나리 2008.04.14 22:18
    ㅎㅎ 오셔서 정말 반갑고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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