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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나무---

by 박문호 posted Apr 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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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빛


--- 박목월---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역의 자갈빛.

 

호옥 목월 선생 아니신가요.

 

 


그러세요. 그렇지 싶어 물어본거여요.

 

진주로 강연가시는 길이시지요.

 

라디오로 들었어요.

 

 


저요, 선생님 모르실 거에요.

 

스치는 겨를에 두어 마디 나누고

 

헤어진 그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

 

 


김동리의 다솔사의 다음다음쯤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역의

 

구름 그림자와 황토와 자갈빛.

 

 

 

나무

 

 --- 박목월---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은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구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문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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