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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달려가 벼락을 맞고 쓰러진 아버지를 번쩍 일으켜 세우고 싶었으나 땅속에 너무 깊게 뿌리를 박고 있어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쓰러져 나뒹구는 아버지를 그대로 묵묵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하늘은 언제 그렇게 비를 퍼부었나 싶게 맑고 푸르렀다.
그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형에게 소리쳤다.
  "형,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어? 아버지가 무슨 죄가 있다고 벼락을 맞은 거야? 아버지같이
좋은 분을 왜 벼락이 내려친 거야?"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형에게 소리쳤다. 그런 그를 형이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조용히 말
했다.
  "동생아 울지 마라. 아버지는 인간을 위해 돌아가셨다. 인간의 죄를 위해 돌아가셨어. 이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죄 많은 인간들을 대신해서 벼락을 맞게 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들의 운명이다. 언젠가 이 형도 아버지처럼 저렇게 죽을 거다. 또 언젠가
는 너도 그렇게 죽게 될 거다."
  어린 왕벚나무는 형의 말에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오랜 침묵이 흘렀다.
  "인간들이 그것을 아나요?"
  그는 조금 떨리지만 그러나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형에게 물었다.
  "그건 모른단다."
  "인간들은 나무를 위해 벼락을 맞나요?"
  "그건 아니란다."
  어린 왕벚나무는 슬펐다. 눈에 가득 담긴 눈물이 그제서야 주르르 밖으로 흘렀다.
  "동생아. 인간들이 우리를 위해 벼락을 맞는가 아닌가는 그리 중요항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간을 위해 벼락을 맞는다는 거야. 우리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런 희생이
꼭 필요하단다."
  어린 왕벚나무는 형의 말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게 우리 나무들이 참되게 사는 길이다. 넌 참된 삶을 살기 위해 잠 못 이루며 고민하
던 밤이 있었잖니."
  어느덧 밤하늘에 다시 어두움은 찾아오고 별들은 푸르렀다.
  어린 왕벚나무는 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상을 좀 더 살고 좀 더 크고 나
면 어쩌면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끝-----

출처 : 정호승 작품 『항아리』(열림원)속에 있는 단편 "어린 왕벚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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